퇴직연금 적립금 그룹사 비중 80% 넘어 '땅 짚고 헤엄치기' 지적
올 초 취임 이후 부동산금융 포함 우발채무비중 54→39% 낮춰
현대차증권의 위기를 구원하기 위해 올해 초 전격 등판한 배형근 대표이사(사장)의 상반기 성적이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이어서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 수도 있지만, 외부 IB(투자은행) 영업보다 그룹에 기대어 안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94억원, 순이익은 1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8.1%, 38.9% 줄었습니다. 상반기 누계로는 영업이익 326억원, 순이익 252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38.5%, 42.3% 감소했죠.
이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비한 충당금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증권 등 중소형사들 대부분은 PF 충당금 적립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되레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여 규모를 작년 7000억원 이상에서 최근 3846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런 결과로 자본총계(자기자본) 대비 우발 채무 비중은 작년 말 53.9%에서 올해 1분기 말 39.8%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배 대표는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IB1본부 내 대체사업실과 함께 대체금융팀과 부동산구조화팀을 해체하고, IB2본부 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발굴과 금융 주선·대출, 실물 부동산 투자에 주력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합금융(CF)실도 폐지해 공격적인 영업을 자제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이런 조치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습니다. 본인의 실력이 아닌 잘 나가는 모회사를 등에 업고 손쉽게 성과를 올린다는 지적입니다. 경쟁사들은 치열한 영업을 통해 실적을 쌓고 있는데 현대차증권은 현대차 임직원들의 퇴직연금으로 편안하게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죠.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증권이 현대차그룹 계열사 퇴직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대차증권은 중소형 규모지만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넘버2’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적립금 공시를 기준으로 2분기 말 현재 16조7324억원으로 수위 미래에셋증권 (26조6127억원)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업계 상위 5개사인 한국투자증권(14조572억원), 삼성증권(13조4662억원), NH투자증권(7조145억원), KB증권(4조9314억원) 등과 비교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증권의 2분기 말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을 합친 적립금 15조9210억원 가운데 계열사 납입분은 13조376억원으로 81.8%에 이릅니다.
현대차증권은 하반기에도 퇴직연금사업으로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전략입니다. 특히 DC 영업 전담조직 신설 및 컨설팅 부문 강화 등 퇴직연금 DC 사업부문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비계열사에 대한 영업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1965년생인 배 대표는 30여 년간 현대차그룹 본사와 계열사에서 다양한 근무 경험을 쌓아온 인물입니다. 2010년부터 현대차 총무팀 비서로서 정의선 회장 등 주요 인사의 측근에서 일했고, 2016년엔 전무로 승진해 기획실장을 역임했습니다. 이후 2018년부터는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CFO)직을 맡았습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그를 평가하는 기준 또한 녹록하지 않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직개편 등으로 부동산 PF 부실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비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후 다른 부분 IB 확대를 위한 전략이 부재했다”면서 “(그룹의) 퇴직연금에 기대 실적을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현대차증권의 상반기 실적이 부진한 것은 조금이라도 부실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이라면서 “상반기에만 164억원의 부동산 PF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누적 충당금 잔액도 작년 동기와 비교해 229억원까지 늘어난 882억까지 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