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86억, SK 52억, 현대차 69억원 등 시한 2년 앞두고 ‘2449억원’ 출연 그쳐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하나로 이른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주요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은 필수죠. 하지만 세계 각국과 무역을 하자면 가격과 생산량, 품질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 우리가 이익을 보는 분야도 있지만,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취약 분야가 바로 농업인데요.
대표적으로 2007년에서 2017년까지 이르는 한·미 FTA 협상과 재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자동차와 전자 산업 수출에서 이득을 봤지만, 농산물과 쇠고기 등 농축산물 분야에서 그 대가를 치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2015년 한·중 FTA 비준 당시에도 서비스와 제조업 분야 기업들이 혜택을 받았지만, 가격과 물량 경쟁력에서 밀리는 우리 농업은 궁지에 몰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에 당시 뿔이 난 농업계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도입하라는 요구를 했고, 재계는 ‘무역 이익·피해 산정 곤란’을 이유로 제도화를 반대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2017년 여·야·정이 합의하면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탄생했습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이 함께 2017년부터 10년간 매년 1000억원씩 출연해 1조원 조성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런데 기금 조성 완료 시한 2년을 앞둔 올해 8월까지 목표액의 4분의 1밖에 채우지 못했다는 소식입니다.
특히 출연 여부를 자율에 맡기고 있다 보니 민간기업의 실적이 공기업보다 훨씬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재계 서열 1, 2위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10위 내 재벌들의 지난 8년간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총 출연액은 각 그룹의 지난해 매출액과 비교해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조성된 금액은 모두 2449억원에 그쳤습니다.
재계 순위 10대 그룹 가운데는 수위 삼성이 86억5000만원, 2위 SK가 51억9000만원, 3위 현대차가 69억1000만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대비 각각 0.002~0.003%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롯데그룹이 936억1000만원(매출액 대비 0.015%)을 내면서 모범을 보인 게 전부입니다.
윤 의원은 “지금까지 조성된 기금 2449억원 가운데 공공기관(134곳)이 조성한 기금액은 1495억원으로 전체 61.0%이다”라며 “대조적으로 민간기업(208곳)은 946억원(38.6%)만 납부한 것에 그쳤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삼성그룹을 비롯해 SK·현대차·LG·포스코·롯데·한화·HD현대·GS·농협 등 재계 서열 1~10위 그룹이 같은 기간 출연한 금액 역시 지난해 매출액 대비 0.003%인 470억원에 불과했다”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그룹별로는 한화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액이 7억3000만원(매출액 대비 0.001%)으로 10대 그룹 중 가장 낮았다”라며 “특히 농민을 위한 조직인 농협의 출연기금은 15억5400만원(매출액 대비 0.003%)으로, 한화와 HD현대에 이어 꼴찌에서 세 번째로 기금을 적게 출연했다”라고 질타했습니다.
이와 함께 재계 서열 10위권은 아니지만 KT(12위)와 한진(14위), 카카오(15위)의 경우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설치 이후 현재까지 단 한 푼도 기금을 출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 의원은 “저조한 민간기업들의 참여를 제고할 수 있는 특단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면서 “올해 국정감사에 삼성을 비롯해 재계서열 10위까지의 그룹 대표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기금 출연이 저조한 사유를 제대로 규명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