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완료까지 2년… 소비자 불편 외면, 늑장조치로 안전까지 위협
“결함 있는 제품 조기 출시해 단기적 이익 추구하는 행태에서 비롯”
국토교통부는 현대차·벤츠코리아·BMW코리아·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에서 제작 또는 수입·판매한 33개 차종 18만9797대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돼 자발적 시정 조치(리콜)한다고 24일 밝혔다.
현대차 그랜드스타렉스·베라크루즈 등 4개 차종 11만7569대에서 전자제어유압장치(HECU)의 내구성 부족(기밀 불량)으로 내부에 이물질이 유입돼 합선을 유발,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25일부터 리콜에 들어간다. 또 G70·아반떼 등 4개 차종은 고압연료펌프 내 압력 조절 부품의 내구성 부족으로 고압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이로 인해 주행 중 차량이 멈출 가능성이 있어 31일부터 시정 조치키로 했다.
벤츠 메르세데스-AMG E 53 4MATIC+ 등 5개 차종 5706대는 변속기 배선 커넥터 설계 오류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으로, GLE 300d 4MATIC 등 5개 차종 4748대는 제원 통보된 차량 너비가 실제 너비와의 허용치를 초과하는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사실을 확인해 조치에 들어간다.
BMW 530i xDrive 등 14개 차종 2450대는 조향축 내 유니버설 조인트(조향축 간 회전력을 전달하는 부품)의 내구성 부족으로 소음이 발생하거나 조향축이 흔들릴 경우 안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포드 노틸러스 1219대는 차량 도어 제어 소프트웨어 오류로 특정 조건에서 모든 측면 창 유리의 끼임 방지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안전기준에 부적합했다.
한편 자동차회사들이 차량 안전기준 부적합 등을 사유로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리콜 수리 예약과 차량 사용 제한 등으로 겪는 시간적, 심리적 부담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빈번하게 반복되는 리콜 조치가 기업들이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차량 제작 과정에서의 시스템적 결함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부품 교체·수리를 위해 반나절을 대기한 경험이 있다는 소비자 조 모씨는 “예약 리콜 자체가 결함이 있는 제품을 조기 출시해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행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없이 임시 조치로 소비자 불만을 무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동차업체엔 사전 예방과 철저한 품질검사를 통해 결함을 미리 방지하는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엄격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정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리콜을 실시한 건수는 벤츠가 250건으로 가장 많았고, BMW 166건, 현대차 148건, 폭스바겐 131건, 기아차 100건 순이었다.
차량 대수 기준으로는 현대차가 502만6199대, 기아차 329만대, BMW 132만7202대, 벤츠 82만8695대 순이었다.
또 리콜 완료까지 평균 2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자동차 제작사들의 늑장 리콜로 인한 운전자 안전과 소비자 권익 침해 우려가 지적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