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육박 내부거래… '거꾸로 가는' 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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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육박 내부거래… '거꾸로 가는' 귀뚜라미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9.12.12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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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켐·귀뚜라미홈시스 지목… 사측 “문제없다”는 입장
MB측근 강승규 대표 중도퇴임에 ‘MB 색깔 지우기’ 의혹
최진민 회장, 서울 무상급식 투표 앞두고 ‘빨갱이·좌파’ 논란
사진=귀뚜라미
사진=귀뚜라미

수년째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귀뚜라미그룹이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이런 논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계열사의 경우 무려 100%에 육박하는 내부거래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인데요. 문제는 해당 계열사가 지배구조상 오너 일가 기업이란 것입니다.

‘거꾸로 타는 보일러’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세를 떨치더니 시대도 거꾸로 가나요?

최진민 회장이 이끌고 있는 귀뚜라미그룹은 지주사인 귀뚜라미홀딩스를 중심으로 범양냉방, 센추리, 나노켐, 귀뚜라미홈시스 등 18개 계열사에 달합니다. 현재 최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전무로의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계열사는 보일러 관련 부품의 제조 및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나노켐’과 보일러 등 제조 및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귀뚜라미홈시스’입니다.

특히 나노켐의 경우 승계작업에 이용될 것이라는 추측이 업계에서 나돌고 있어 주목받고 있는 계열사입이다.

나노켐은 최진민 회장과 부인 김미혜 씨가 대표이사로, 사내이사에는 장남 최성환 씨와 딸 최수영 씨가 등재돼 있죠. 사실상 오너 일가 기업인 셈이죠.

지분 구조는 2010년 이후 공개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현재의 지분율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당시 최진민 외 3인이 45.27%, 귀뚜라미 31.38%, 귀뚜라미문화재단 23.35%의 지분구조였습니다.

나노켐이 논란이 되고 있는 내부거래 현황을 보겠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2018년 매출액이 각각 469억원, 513억원입니다. 그런데 귀뚜라미 등을 통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467억원, 512억원이더군요.

내부거래 비중이 2017년도에 99.6%, 2018년도에 99.8%나 됩니다. 거의 내부거래로 연명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네부거래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심이 있다면 사회공헌에는 열심히겠지라는 생각에 기부 항목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고작 각 120만원이더군요.

또 다른 논란덩어리가 돼 버린 귀뚜라미홈시스는 그나마 나노켐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더군요.

귀뚜라미홈시스의 지분 상황은 2010년 감사보고서 당시 최진민 외 2인 61.96%, 귀뚜라미문화재단 21.34%, 귀뚜라미 16.70% 등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2018년 매출액은 3647만원. 이중 내부거래 금액이 1225만5000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33.6%에 이릅니다.

전년도인 2017년에는 1억1198만원의 매출액 가운데 8339만3000원을 내부거래로 올립니다. 무려 75%나 되는 금액입니다.

귀뚜라미그룹 측은 나노켐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유는 우수한 보일러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는 것입니다.

예,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잊은 게 있네요. 바로 ‘상생’이란 단어입니다.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받기 위해 꼭 오너 일가 소유의 기업을 설립해야 했냐는 것입니다.

사회는 혼자 사는 곳이 아닙니다.

한편 최진민 회장은 2011년 서울의 무상급식 투표를 앞두고 ‘빨갱이’, ‘좌파’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손을 들어주라는 지침을 전 사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곤혹을 치른바 있죠.

당시 진보신당 대구시당 이연재 위원장은 “거꾸로 타는 보일러로 유명해진 귀뚜라미그룹이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 해서야 되겠느냐?”며 비판했습니다.

2018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강승규 대표가 1년 3개월 만에 중도 퇴임해 뒷말이 무성했죠. 당시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하는 시점이어서 MB색깔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암튼 귀뚜라미의 내부거래는 식을 줄 모르는 진행형인 듯 합니다. 그동안 잠잠했던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감시에 대해 정부에서 재장전에 들어갈 분위기여서 이젠 식힐 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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