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줄게 수백배 다오? ‘텔레필드’ 기업사냥꾼 표적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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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줄게 수백배 다오? ‘텔레필드’ 기업사냥꾼 표적 됐나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2.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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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회사 주식 400% 더 주고 인수, 계약 전부터 급등
한 달도 안 돼 주가 6배… 투기세력 무자본 M&A 의혹
명목법인·투자조합 동원… “배후가 실질적 주인일 것”
텔레필드 판교 본사 입구.
텔레필드 판교 본사 입구.

광 전송장비 전문업체인 텔레필드가 지난달 경영권 매각 이후 주가 급등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인수자 배후에 무자본 인수합병(M&A) 전문가 등 투기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텔레필드는 지난달 30일 해리슨투자조합1호(지분율 김성민 50%·허준영 50%)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 박노택 대표가 보유한 주식 200만5388주(19.59%)를 주당 9973원에 팔기로 했다. 경영권 매각 전 텔레필드의 주가가 2000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프리미엄을 400% 가까이 보태준 셈이다.

텔레필드가 최근 3년간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는 데다 지난해에도 당기순손실 150억원을 기록한 사실을 감안하면 과도한 프리미엄이라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계약 공시 이후에도 뒷말이 많았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장사를 노리는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텔레필드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과 함께 CB(전환사채) 발행 290억원, 유상증자 75억원,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350억원 등 71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도 발표했다.

유상증자의 경우 당초 주식회사 라피테를 대상으로 주당 1913원에 313만주(23.45%), 60억원어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9일 발행 대상을 주식회사 루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또 15억원의 유상증자 발행 대상도 제이케이투자(조성민 100%)에서 제이에스사모투자조합1호(대표조합원 김성민)로 바뀌었다.

200억원 규모의 CB 발행엔 플루먼투자조합1호(허준영 50%·김지수 50%)가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주식회사 라피테(조원홍 100%)가 90억원의 CB를 인수하기로 했다.

BW 발행엔 프라임투자조합(대표조합원 장현주 33.4%)이 300억원, 제이투자조합(장현주 33.4%)이 50억원을 내년 1월 30일과 3월 27일 납입하기로 했다. CB와 BW의 주식전환 행사가는 모두 2304원이다.

여기서 의문은 해리슨투자조합1호가 주식양수도계약을 할 땐 40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준 것과 달리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기준가 대비 10% 할인된 1913원에 발행, 27일 종가 1만2420원보다 6배 이상 싼 가격에 훨씬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 인해 27일 루시와 제이에스사모투자조합이 유상증자 자금 75억원 납입을 완료하며 신주 392만544주(지분 27.03%)를 보유하게 되면서 텔레필드의 최대주주가 루시 외 1인으로 변경됐다. 루시는 이날 자기자금 4억원과 전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56억원으로 유상증자 대금 60억원을 납입했다고 공시에서 밝혔다.

텔레필드는 27일 최대주주가 루시 외 1인(특수관계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텔레필드는 27일 최대주주가 루시 외 1인(특수관계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당초 재무적투자자로 주식양수도 계약을 한 해리슨투자조합1호의 경우 잔금 160억원을 납입하는 내년 1월 24일이 돼야 지분 19.58%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된다. 결국 해리슨투자조합1호는 200억원을 주식양수도 대금으로 건네고 구주 200만5388주를 인수하는데 비해 루시 외 1인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75억원으로 신주 392만주를 인수한 것이다.

코스닥시장본부는 27일 최대주주가 된 루시 외 1인이 명목회사 또는 인·허가, 신고·등록 의무가 없는 조합에 해당돼 신주 392만주를 내년 1월16일 상장 예정일로부터 1년간 의무보유를 해야 한다고 고지했다. 이 기간 의무보유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해리슨투자조합1호가 박노택 텔레필드 대표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공시 내용./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해리슨투자조합1호가 박노택 텔레필드 대표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공시 내용./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업계에선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루시 등이 최대주주가 된 것과 관련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던 해리슨투자조합과 사실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구성원들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 6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던 라피테는 올해 9월에 신설된 법인으로 조원홍씨가 100% 지분을 가진 곳이다. 조원홍씨는 새로 유증에 참여하는 루시의 대표조합원도 맡고 있고 90억원 규모 CB 발행에도 참여한다. 루시의 최대주주는 올해 신설된 휴비트라는 법인인데 구주를 인수할 예정인 해리슨투자조합 지분 50%를 가진 허준영씨가 대표로 되어 있다. 결국 구주 인수 주체와 유상증자로 신주를 인수하는 주체가 투자조합 등을 매개로 한 동일 이해관계인으로 볼 수 있다.

허준영씨는 또 200억원 규모의 CB 발행 대상인 플루먼투자조합1호의 대표조합원이기도 하다. 공시에 따르면 허준영씨와 김지수씨가 플루먼투자조합의 지분을 각각 50% 갖고 있다. 플루먼조합도 올해 신설된 조합이다. 여기에 구주 인수 예정인 해리슨조합 대표로 적시된 김성민씨도 15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제이에스사모투자조합1호의 대표조합원이다.

텔레필드 경영권 인수와 자금조달 과정에 올해 신설된 다수의 명목법인과 투자조합이 어지럽게 얽혀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밀접하게 연결된 세력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로 보이는 곳과 투자조합으로부터 대부분의 자금을 끌어와 상장사를 인수하는 데다 경영권 인수 계약 전부터 주가가 치솟은 것을 보면 세력이 붙어있다는 의혹이 짙다”며 “배후 돈줄이 만약 사채업자라면 인수가 끝난 뒤 신규사업 명목으로 비상장사를 인수하는 방법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사외로 유출시킬 우려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영권 매각 이후 급등세를 기록한 텔레필드 주가 추이.
경영권 매각 이후 급등세를 기록한 텔레필드 주가 추이.

한편 지난달 2000원선을 유지하던 텔레필드의 주가는 경영권 매각 공시 전부터 상한가를 찍더니 지난 20일 1만3100원까지 올라 6배 가량 급등했고, 27일 BW 80억원을 추가 발행한다는 소식에 종가 1만2420원을 기록했다. 구주 매입가격인 주당 9973원을 훌쩍 넘어섰고,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된 루시 등은 6배 이상의 주식 평가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텔레필드 인수 배후에 무자본 인수합병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급등 현상만 보고 접근했다간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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