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소송 이긴’ 한미반도체의 한화정밀기계 견제구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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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소송 이긴’ 한미반도체의 한화정밀기계 견제구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5.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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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한화정밀기계로 옮긴 연구원 상대 소송에서 승소하며 저격
AI 기반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회 왔는데… 업계선 불화 불씨 될까 주목
/그래픽=뉴스웰, 사진=SK하이닉스
/그래픽=뉴스웰, 사진=SK하이닉스

고대역폭 메모리(HBM) 양산 장비인 열압착(TC) 본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미반도체와 이에 도전하는 한화정밀기계의 신경전이 흥미롭습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3일 한화정밀기계로 이직한 전 직원 A씨를 상대로 청구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하고, A씨의 대법원 상고 포기로 최종 승소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경쟁사로 이직한 전직 직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다는 것인데, 이를 언론에 알리면서 한화정밀기계의 이름을 명시해 일종의 ‘견제구’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회사 대 회사’가 아닌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그동안의 업계 관례와는 다르게 업체명까지 명시한 것은 경쟁사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화정밀기계의 HBM용 TC 본더 시장 진출을 견제한 것이라는 얘기죠.

한미반도체는 “TC 본더의 핵심 기술을 담당하던 직원의 한화정밀기계 취업은 전직 금지는 물론이고, 영업비밀보호의무위반 등의 소지가 높아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A씨는 '핵심인력'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화정밀기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에야 이번 소송 이슈를 파악했고, 개인 문제여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이번 소송 결과를 통해 한화정밀기계의 TC 본더 장비 시장 진출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런 분석은 A씨의 ‘경력’을 바라보는 양사의 입장에서 드러납니다. 한미반도체는 A씨를 ‘핵심 인력’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한화정밀기계는 ‘주니어급’으로 평가 절하하고 있어 시각이 엇갈립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 HBM용 TC 본더 시장에 한화정밀기계가 데모 장비를 넣으면서 (한미반도체가) 오해하기 충분했다”며 “그래도 한미반도체가 회사와 개인의 문제에 한화정밀기계를 끼워 넣은 것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최근 반도체 시황이 살아나면서 국내 경기도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인데,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AI칩 재료인 HBM의 수요도 치솟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AI칩 최대 생산기업 엔디비아에 4세대 HBM인 HBM3에 이어 5세대 HBM3E까지 사실상 독점 납품하는 SK하이닉스가 점유율 1등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극받은 삼성전자도 최근 반도체 사업 수장을 교체하는 특단 조치까지 단행하며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때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에 HBM 양산 장비 TC 본더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와 한화정밀기계가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반도체 시장에선 15년 주기설이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기폭제가 됐던 PC(1977년), 휴대폰(1992년), 스마트폰(2007년)처럼 약 15년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온다는 얘기입니다. 올해는 AI 기반의 ’챗GPT‘가 얼어붙은 반도체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국내 업체들끼리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툼을 벌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라는 뜻으로, 경사가 있을 때일수록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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