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6연상’ 하이트론, 지피씨알 우회상장 꼼수 지렛대?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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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6연상’ 하이트론, 지피씨알 우회상장 꼼수 지렛대? [이슈&웰스]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9.20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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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장비 업체 하이트론, 신약 개발 기대감에 6연속 깜짝 상한가
하이트론 500억원대 CB 발행… ‘지피씨알 지분 인수’ 목적 명시
지피씨알 대표 유증·CB 인수 통해 내년 하이트론 최대 주주 올라
지피씨알, 엄격해진 코스닥 예심 철회 후 우회상장 시도 나선 듯
/하이트론씨스템즈 홈페이지 캡처
/하이트론씨스템즈 홈페이지 캡처

보안 시스템 개발업체 하이트론씨스템즈(하이트론)가 뜬금없는 신약 개발 기대감으로 6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거듭하며 기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하이트론은 20일에도 상한가를 이어가며 4595원을 찍어 지난 6일 950원대였던 주가가 6거래일 만에 5배 가까이 급등한 상태이다. 감시용 CCTV가 주력인 하이트론이 이번 달 들어 신약 바이오기업 인수를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하이트론은 다음 달 2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와 허성룡 재무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임을 공시했다. 지피씨알은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 헤테로머(이형중합체·페어)를 억제하는 표적 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지난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지난 6월 철회한 곳이다.

하이트론은 지난 9일 4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는데 대상자가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이다. 주당 831원에 541만5162주의 신주가 발행되는데, 대금 납입일인 내년 4월 30일이 지나면 신 대표가 하이트론의 최대주주가 된다.

하이트론은 또 최대주주인 유수(옛 웰밸런스)가 보유한 주식 1000만주 가운데 절반인 500만주를 골든로드, 리드유니온에 250만주씩 주당 2000원, 총 10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하이트론은 이에 앞서 지난 6일 타법인 증권 취득 목적으로 531억원 규모의 28회차(162억원), 29회차(369억원) 영구 전환사채(CB) 발행도 결정했다. 이들은 만기가 30년으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으로 명시했다. 지피씨알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CB를 발행하는데 이들을 인수하는 주체도 지피씨알 주주들로 구성돼 있다.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가 85억원, 허원기 지피씨알 공동창업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77억원어치를 인수하고, LB넥스트유니콘펀드·창조경제바이오펀드·DA프렌드신기술투자조합2호 등 26개 투자자가 CB 369억원어치를 가져가게 된다.

29회차 CB 369억원의 납입일은 오는 30일이지만, 신동승 대표·허원기씨에 대한 CB 162억원의 납입일은 2025년 3월 31일이다. 신 대표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 한달 전이다. 다음 달에는 신동승 대표 등 지피씨알 주주 2명이 하이트론 사내이사로 진입하게 된다.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 지피씨알의 CI와 세포 외부의 자극을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로 연결해주는 세포 표면 수용체 중 가장 큰 막 단백질군인 GPCR 개념도. /지피씨알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 지피씨알의 CI와 세포 외부의 자극을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로 연결해주는 세포 표면 수용체 중 가장 큰 막 단백질군인 GPCR 개념도. /지피씨알 

이를 두고 시장에선 지피씨알이 하이트론을 지렛대로 우회상장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가 하이트론의 최대주주가 되기 전 사내이사로 진입해 활동하며 정관 변경 등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고 내년 유증대금 납입을 마친 뒤 하이트론 최대주주에 오르고, 2026년 9월 30일 이후 162억원 규모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자리를 굳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신 대표가 하이트론과 지피씨알의 대표를 맡으면서 양사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피씨알이 별도의 상장 절차 없이 간접적으로 상장하는 결과가 된다. 지피씨알이 시간을 두고 자산총계, 자본금, 재무건전성 등 우회상장 요건을 충족시켜 나가기 위해 유증대금 납입일·CB대금 납입일 등을 시차를 두고 길게 잡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2022년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이후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더욱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하던 여러 기업이 심사를 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지피씨알은 지난해 12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를 했지만, 심사 결과가 늦어지자 지난 6월 이를 철회했다. 마지막 프리IPO에서 포스트 밸류에이션으로 1050억원대 가치 평가를 받기도 했던 지피씨알 입장에선 막판 철회를 선택함으로써 아쉬움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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