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 재벌 행태’ 백종원이 골목상권 살린다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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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 재벌 행태’ 백종원이 골목상권 살린다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7.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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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광고·매출부진 논란 연돈볼카츠 사태에 “점주 무능력·게으름 탓” 지적
숫자·효율 중시 ‘재벌 그 이상’…골목·시장 살리기 등 방송 모습과 큰 괴리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요리 자격증 하나 없이 많은 요리 프로그램에 등장해 편리하고 다양하며, 또 빠르고 가성비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요식 사업가이자 방송인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이름난 요리 명장은 대부분 도제(徒弟) 프로그램에서 긴 시간 도(道)를 닦듯 요리를 배워 극히 일부만이 요식업계에서 요리사로 명함을 겨우 들이미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백종원 대표의 알려진 약력에 의하면 그는 대학 1학년 때 호프집 경영에 크게 성공했다는 것과 군 장교 시절 간부 식당 운영을 맡았고, 제대 이후에는 목조 주택 무역업에 크게 실패한 후 원조 쌈밥집 등 요식업 경영에 집중하며 요식 프랜차이즈업에 성공했다. 엄밀히 보면 그는 프랜차이즈 사업 광고에서 요리복을 입고 나와 요리 명장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그는 요식업 마케팅 전문가 또는 요식업 전문 사업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다수 방송 프로그램에서 게으른 자영업 식당 주인을 엄하게 혼내는 모습이 인상적인 백종원 대표는 자신의 마케팅 처방과 조언을 따르면 매출이 궁핍한 음식 자영업자도 그의 사업 성공 이력처럼 성공할 것이라는 환상을 식당 주인들에게 심어줬다. 영세 자영업자 성장 스토리를 담은 방송 프로그램이 본의 아니게 키워준 선량한 마케팅 기술자 이미지는 백종원 대표의 프랜차이즈 사업 영업 프리미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이 틀림이 없다. 경제적 자립을 꿈꾸는 많은 자영업자가 백종원 대표의 브랜드를 찾았던 이유일 것이다.

자료 1. /출처=민변과 참여연대 보도자료

그러나 최근 그를 믿고 더본코리아 브랜드를 찾았던 가맹점주 일부가 백종원의 성공 주술(呪術)이 먹히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호소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백종원 대표가 과거 SBS의 골목 상권 회생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문하며 개발하고 2021년 개시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연돈볼카츠’이다. 그런데 이 브랜드 일부 가맹점주가 가맹사업자 ‘더본코리아(백종원 지분 76.7%)’의 매출 과장 광고와 홍보가 있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했다. 공정위에 정기적으로 신고하는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관련 내용(자료 1)에 따르면 연돈볼카츠는 2022년 75개 가맹점을 한 해에 개설할 만큼 더본코리아가 주력한 브랜드였으나, 같은 해 11개, 2023년 23개 가맹점주가 계약을 해지하는 등 2023년 말 50개만 남았다. 최근 일부 가맹점주 주장에 따르면 더본코리아 측은 가맹 계약 때에 월 3000만원(연 3억6000만원)의 매출을 약속했다는데, 공개한 정보공개서의 연평균 매출액은 2022년 첫해는 2억5976만원(월 2164만6000원)이었고, 2023년은 1억5699만4000원(월 1308만2000원)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가맹점주의 기대에 크게 밑돈다. 물론 연평균 매출액이므로 개별 가맹점주 매출은 평균 수치의 상하 분산(分散)을 보일 것인데 물론 이에 대한 정보는 알 수가 없다.

그림 2/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백종원 대표는 이례적으로 7월 13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직접 ‘연돈볼카츠’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런 문제는 맞대응하기보다 최소한 사실에 근거한 해명과 함께 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것이 보통인데, 자신감이 넘치는 백종원 대표는 남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거물 앵커 손석희의 방송 복귀작 첫 인터뷰 대상이었고, 앵커와 인터뷰이 모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방송인인 만큼 방송에서 다뤄진 이슈와 함께 대중 관심도 높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백종원 대표의 해명은 ‘골목길 상권 살리기 자문가’보다는 ‘프랜차이즈 기업가’로서 억울한 점을 토로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필자는 평가한다. 백종원 대표는 논란의 월 3000만원 매출 보장 약속은 영업 사원의 결기와 수완 때문에 나온 것이지 본사는 그런 보장을 하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매출 부족으로 불만이 있는 가맹점은 대부분 영업일 수가 부족하거나 직원 이름도 모르는 등 가맹점주의 경영 능력 미흡이나 게으름이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백종원은 학원 이사장답게 매출 부진 가맹점주를 학생에 비유하며, 가맹사업 본사는 평균적 매출 수준을 따라가는 가맹점주를 중점으로 관리와 지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매출 부진 가맹점주 추가 관리가 사실상 우수 가맹점주 등 다른 가맹점주에게는 ‘기회비용’이라며 교묘히 가맹점주 사이의 갈라치기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해명도 서슴지 않았다. 일부 가맹점이 제기한 맛이 없다는 평가에는 라면 끓이기 사례를 들었다. 즉 가맹점주의 조리 실력과 정성에 따라 고객이 불만족할 수 있으며, 맛이 없는 책임은 본사보다 가맹점주에 있다고 강조했다. 백종원 대표는 전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경영의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며, 냉철하게 매출에 실패한 가맹점주에 도의적으로는 미안하지만 법적 책임 등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백종원 대표 주장을 미뤄 해석하자면 그의 브랜드 가맹점 리스트에는 월매출 3000만원 이상을 스스로 올릴 능력을 갖춘 자영업자만 마치 명예의 전당에 선정한 것처럼 존재한다는 것 같다.

백종원 대표는 과거 방송 프로그램에서 매출이 안 좋은 자영업자를 혼내는 것과 같은 논리로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의 매출 실패는 가맹점주 본인 능력 탓이라는 훈계를 영향력 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제대로 할 수 있어 만족하는 듯 보였다. 아마 대중은 이번 MBC 방송 내내 보여준 백종원 대표의 언사와 태도에서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기업가의 면모를 확인했을 것이다. 어쩌면 자영업자 구세주로 포장된 백종원 대표의 진짜 면목을 본인 말을 통해 대중이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MBC가 첫 손석희 앵커 인터뷰 대상으로 백종원 대표를 선정한 이유인지 모르겠다.

자료 2. /출처=민변과 참여연대 보도자료

그러나 연돈볼카츠 사태를 지켜보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연돈볼카츠를 넘어 백종원 대표의 전체 프랜차이즈 사업 성적표가 그의 ‘능력주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이미 공시된 더본코리아의 실적을 분석한 후 7월 9일 가맹본부 매출 추이와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 추세가 상호 역관계이며, 또한 더본코리아 가맹점의 영업 기간이 다른 가맹사업자의 그것보다 절반 이하임을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더본코리아 가맹사업이 가맹점을 착취하는 구조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더본코리아 피해상담센터’도 개설했다. 이에 대해 더본코리아가 반박하자 이들 단체는 7월 12일 2차 보도자료를 내며 그들의 주장을 정교화했다. 이에 따르면 더본코리아가 공시한 자료에 오류가 없는 한, 가맹점이 본사 배를 불린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자료 3. /출처=민변과 참여연대 보도자료 뉴스웰 재정리
자료 3. /출처=민변과 참여연대 보도자료 뉴스웰 재정리

한편 뉴스웰은 민변과 참여연대가 보도자료에 제공한 더본코리아의 25개 운영 가맹 브랜드별 정보공개서 내용을 다른 시각에서 비교 분석해 보았다. 2023년 기준 더본코리아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곳은 ‘빽다방빵연구소’로 연 매출이 8억원이 넘고, 2022년 개시한 ‘홍콩분식’은 연 매출이 1억원 남짓이다. 연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22개 브랜드 가운데 약 3억5000만원 이하(월 3000만원 내외 수준 이하)는 연돈볼카츠를 포함한 10개 브랜드였다.

자료 4. /출처=민변과 참여연대 보도자료 뉴스웰 분석
자료 4. /출처=민변과 참여연대 보도자료 뉴스웰 분석

자료 3을 근거로 각 브랜드의 지표가 보여주는 분포를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특성이 보인다. 먼저 가맹점 수와 연평균 매출을 비교하면 일부 예외가 있지만 가맹점 수가 많은 곳이 대체로 매출이 좋다는 추세가 있다. 연 평균 매출이 가장 높은 브랜드 중 일부는 가맹점 수가 적어 추세선 밖에 위치하기도 했다. 더본코리아 본사 처지에서는 연 매출 좋은 브랜드의 가맹점 유치 홍보가 유리하고, 가맹점 수가 증가하면 본사 매출 증가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당연히 가맹본부는 가맹점 연 매출을 늘려야 하는 동기를 가졌다. ‘연 매출 증가→홍보 효과→가맹점 증가’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선순환적 산업 구조일 것이다. 그런데 시민단체 분석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전체 브랜드 연 평균 매출이 본사 매출과 역관계를 보였다. 왜일까? 추정하자면 본사 매출은 신규가맹점 수 증가에 따른 고정적 신규 가맹 수입 증가에 큰 영향을 받는 구조일 가능성이 있다.

자료 5, 5-1. /출처=민변과 참여연대 보도자료 뉴스웰 재구성
자료 5, 5-1. /출처=민변과 참여연대 보도자료 뉴스웰 재구성

각 브랜드가 최초 출시 이후 보인 매출액변동의 분포를 보면 더 흥미롭다. 정보공개서에 최근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22개 브랜드 대부분은 출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 매출이 증가했거나 출시 시점 수준을 유지하는 브랜드는 3개뿐이다. 어찌 된 일인지 더본코리아 브랜드는 시간이 갈수록 매출이 줄어든 현상을 더본코리아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물론 가맹점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가맹점주는 크든 작든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자료 5의 분포는 연매출액이 큰 브랜드일수록 매출액 하락 폭이 클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자료 5-1을 보면 더본코리아는 매출액 성장이 양호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가맹 점수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이상 자료에서 추정할 수 있는 더본코리아의 가맹점 전략은 우선 브랜드 개시 초기 광고 등 투자를 집중해 연매출액과 가맹점 수를 집중해 늘린다. 브랜드의 시장 반응이 약하면 이 브랜드 관련 투자를 줄이고 대신 신규 브랜드를 계속 개발하고 신규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광고 등 투자를 집중한다. 한편 브랜드 론칭 이후 시장 반응이 양호한 브랜드는 가맹점 수를 집중적으로 늘려 본사 신규가맹점 수입을 증대한다. 특히 더본코리아의 신규 브랜드나 가맹점 론칭은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백종원 대표의 방송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다. 이상은 제한된 자료에서 추론한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정이다.

백종원 대표는 본인이 인정하듯 부유한 집안에서 장사 수완을 타고난 기업가다. 특히 이번 연돈볼카츠 사태 대응 태도와 MBC 인터뷰에서 확인한 경영 가치관은 그가 철저히 숫자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기업가이거나 그렇게 성장하겠다고 웅변하는 듯하다. 오랫동안 그가 골목 상권이나 시장 살리기 등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과 최근의 백 대표 모습은 큰 괴리가 있어 놀라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꽃이라는 더본코리아의 상장을 앞두고 백종원 대표는 이제 골목이나 시장에서 벗어나 요식 재벌로 성장하려는 ‘탈피’를 진행하는 중인지 모르겠다. MBC 인터뷰에서 보인 그의 자세는 재벌 이상이었다. 앞으로 신흥 재벌 백종원 대표가 어떠한 행보를 할지 기대가 크다. 그러나 백종원 대표가 재벌로 탈피를 준비하는 이상 골목 상권과 시장의 (특히 실력 없는) 자영업자는 여러모로 긴장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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