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자회사와의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류긍선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부과 등을 통지받은 카카오모빌리티. 그동안 금융위원회도 최종 제재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오는가 싶었는데,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제대로 한 방을 먹였다.
지난 2일 공정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혐의는 부정 회계 의혹을 한참 뛰어넘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카카오그룹’ 네트워크 파워를 배경으로 택시 사업에 진출한 카카오모빌리티는 독점력을 남용해 경쟁사를 축출하거나 폐업하도록 산업구조를 변질시켰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중형택시 앱 일반호출 점유율 96%(2022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자다. 자사 가맹 택시 브랜드 카카오T를 운영 중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호출 이용 대가를 지급하거나, 경쟁 가맹 택시 사업자 호출 앱 운행 정보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제휴 계약 체결을 강요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경쟁 택시 가맹사업자 소속 기사의 일반호출을 차단한다고 압박했다. 사실상 경쟁 가맹 택시 사업자는 제휴 계약을 거부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택시 시장은 크게 왜곡됐다. 공정위는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는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됐고, 시장에는 점유율이 10분의 1에 불과한 우티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폭력적 영업전략으로 사실상 택시 사업이 붕괴됐다고 본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함께 잠정적으로 과징금 724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2018년 전략 부문 부사장을 시작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비즈니스 전략을 이끌어 온 1977년생 류긍선 대표이사는 회계 부정에 이어 택시 산업 붕괴까지, 무리한 성장 추진으로 회사를 불법투성이로 몰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가뜩이나 김범수 총수의 사법 리스크로 부담스러운 카카오그룹은 류긍선 대표의 무리한 성장 추구가 버거운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자. 경쟁 가맹 택시 사업자에게 그토록 가혹한 이 회사 홈페이지 첫머리 상단에 ‘동행과 상생’이란 탭(사진)이 보인다. 이 페이지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파트너랑 둘이(2), 소외 없도록(0), 지구는 하나니까(1)’라는 문장과 함께 ‘201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홍보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소셜임팩트 브랜드란다. 시장에서 독점을 쟁취하려 경쟁 가맹업자를 모두 몰아내는 카카오모빌리티 행태를 볼 때 캠페인 취지가 쉽게 이해 가지 않는다. 아마 제휴 가맹점과만 ‘동행과 상생’을 하려는가 보다. 위선이나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