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해외법인 운영 6000곳 넘어
미국법인이 1590곳으로 전체 25.8% 차지
케이맨제도 등 조세회피처에도 150곳 운영
국내 대기업 가운데 한화그룹이 운영 중인 해외법인이 800곳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SK그룹은 600곳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대기업집단이 외국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올해 6000곳을 넘어섰고, 그 중 25%는 미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자산 5조원 이상 국내 88개 대기업집단의 해외 계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88개 그룹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해외 계열사는 129개국에 걸쳐 6166곳으로, 국내 계열사 3318곳보다 2848곳 더 많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686곳에서 1년 새 480곳이 늘어난 수치이다.
올해 조사된 그룹 중에서는 한화가 824곳으로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의 해외법인은 2021년 447곳→2022년 637곳→지난해 739곳으로 지속적으로 늘더니, 올해는 85곳 증가하며 해외법인 숫자만 800곳을 훌쩍 넘겼다. 국내 그룹 중에서는 한화가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가장 많은 해외 계열사를 둔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다음으로 해외 계열사가 많은 그룹은 SK로 조사됐다. 올해 파악된 SK의 해외법인 숫자는 638곳이다. 이는 지난해 598곳과 비교하면 1년 새 40곳 많아진 숫자다. SK의 해외법인은 2022년에 541곳으로 처음 500곳을 돌파한 뒤 2년 만에 600곳을 넘어섰다.
563곳의 해외법인을 둔 삼성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은 2021년까지만 해도 국내 그룹 중 가장 많은 해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2022년부터 최다 해외법인 보유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했다. 삼성은 2018년만 해도 663개나 되는 해외계열사를 두고 있었는데, 이후 2019년(626곳)→2020년(608곳)→2021년(594곳)→2022년(575곳)→2023년(566곳)에 이어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해외법인을 줄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8년 663곳이던 삼성의 해외법인은 6년 새 100곳이나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은 중국(홍콩 제외)에서만 2018년 87곳이던 계열사를 올해는 63곳까지 줄여나갔다.
또 현대차(425곳), CJ(401곳), LG(284곳), 롯데(203곳), GS(163곳), 포스코(149곳), 네이버(106곳), 미래에셋(104곳), OCI(102곳) 등이 100곳을 넘는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법인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경우 지난해보다 269곳이 늘어나 1590곳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미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8.8%→2022년 22.1%→2023년 23.2%로 증가해왔는데, 올해는 25.8%로 해외법인 4곳 가운데 1곳을 차지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 시장을 중요한 사업 무대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다음으로 중국에는 827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증가세를 보인 미국과 달리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대비 올해 대기업집단에 있는 전체 해외법인 숫자는 500곳 가까이 증가했지만, 중국 법인은 1년 새 18곳 감소했기 때문이다. 홍콩에 법인을 둔 곳까지 포함하면 중국에 세운 회사만 최근 1년 새 31곳이나 철수했다. 전체 해외법인 중 중국(홍콩 제외)에 설립된 해외 계열사 비중도 2022년 15.9%, 지난해 14.9%였는데, 올해는 13.4%로 1년 새 1.5%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에는 홍콩을 포함한 전체 중국 법인 숫자는 1037곳으로 미국에 둔 해외 계열사보다 152곳 많았었다. 그러다 2022년에 미국 법인(1169곳)이 전체 중국 법인(994곳)보다 175곳 많아지며 역전됐다. 지난해에도 미국 법인이 중국(홍콩 포함) 법인보다 322곳이나 차이를 보이더니, 올해는 622곳으로 더 큰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국내 대기업이 홍콩에 세운 법인 숫자는 2020년 170곳→2021년 163곳→2022년 154곳→2023년 154곳이었는데, 올해는 141곳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홍콩과 달리 싱가포르에는 국내 주요 그룹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점점 증가세를 보여 대조적이었다. 싱가포르에 세운 해외법인은 2021년 167곳→2022년 186곳→2023년 206곳→2024년 217곳으로 증가세가 뚜렷했다. 국내 대기업은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홍콩보다는 싱가포르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해외법인 숫자로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로 해외법인이 많은 나라는 베트남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 계열사 수는 2022년 268곳→2023년 299곳→2024년 314곳으로 많아졌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 거점과 동시에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중요한 사업 전략 요충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어 ▲일본 226곳(작년 210곳) ▲싱가포르 217곳(206곳) ▲인도네시아 199곳(187곳) ▲프랑스 196곳(190곳) ▲인도 158곳(154곳) ▲호주 156곳(139곳) ▲독일 149곳(136곳) 순으로 올해 해외법인 수가 많았다.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마샬아일랜드 등 OECD와 IMF 등에서 조세피난처로 거론한 지역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법인 수는 150곳으로 조사됐다. 또 룩셈부르크와 라부안 등 조세회피성 국가 등으로 분류되는 곳에는 679곳의 법인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세운 회사 6100곳이 넘는 곳 중 829곳(13.4%) 정도는 조세부담을 회피하거나 줄이기에 좋은 국가에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파악된 13.6%보다는 소폭 줄었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환경규제와 물류 및 인건비 등을 고려해 해외 현지에 공장을 세우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 등을 제시해 해외에 세우려는 공장을 국내에 유치해 고용 창출의 기회를 높이려는 노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