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라이즈의 수상한 지분 거래, ‘투기세력 짬짜미’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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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라이즈의 수상한 지분 거래, ‘투기세력 짬짜미’ 있었나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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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는 구주 인수한 곳 아닌 유증 참여해 신주 받은 곳
구주 분할 인수 방식 활용… 보호예수 피해 매각 차익 가능
기존 대주주 베노티앤알은 1년여 만에 140여억 매각 차익
새 최대주주 특정 세력에 CB 재매각… 3배 이상 차익 안겨
웨스트라이즈가 새 최대주주를 맞는 지분 거래 과정이 예사롭지 않아 투자자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웨스트라이즈가 새 최대주주를 맞는 지분 거래 과정이 예사롭지 않아 투자자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다음 달 최대주주가 바뀌는 코스닥 상장사 웨스트라이즈의 이상한 거래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존 최대주주인 베노티앤알은 지분 인수 1년여 만에 이를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게 됐고, 이들의 구주를 쪼개서 인수하는 부발디아투자조합 등은 다음 달 잔금 지급을 마쳐도 최대주주가 되지 못해 보호예수 조항을 피하는 묘수를 부렸다. 대신 잔금 납입완료 전에 유상증자를 통해 더 많은 신주를 받는 알앤제이파트너스가 최대주주가 된다. 부발디아는 203억원을 들여 구주 450만주를 매입하고 알앤제이는 200억원으로 신주 645만1612주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거래 구조가 M&A를 재료로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노리는 세력들의 시나리오가 작동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웨스트라이즈 최대주주인 베노티앤알과 특수관계자들은 이번 달 18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1주당 4500원, 405억원에 900만주(24.64%)를 부발디아투자조합 등 4곳에 넘길 예정이며 잔금 납입 종료일은 다음 달 24일이다. 부발디아는 이 중 절반인 450만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잔금을 치러도 최대주주 자리는 이들의 몫이 아니다. 경영권 양도 계약 종료 전에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웨스트라이즈는 경영권 양도계약 종료 전 알앤제이파트너스를 대상으로 2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다음 달 21일 유증 납입이 종료되면 알앤제이가 지분 15.01%를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베노티앤알 등이 갖고 있던 구주는 보호예수 없이 곧바로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결국 웨스트라이즈 지분 24.64%를 분할 매입한 부발디아 등 4곳의 투자조합은 최대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이 조항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실체가 모호한 투자조합(또는 매출 3억원 미만 법인) 등이 상장사 최대주주가 될 경우 1년간 보호예수를 하도록 하고 있다.

부발디아 등 4곳은 1주당 4500원에 인수한 900만주를 다음 달 24일 이후 언제든 매도가 가능하다. 최근 웨스트라이즈 주가는 최대주주 변경 소식 이전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3030원이던 주가는 공시 전날인 17일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18일 20.19%, 24일 22.03%가 치솟으며 고공행진을 거듭해 전날 669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 시세를 유지할 경우, 이들은 대략 2배 이상의 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웨스트라이즈의 주가가 최대주주 변경 공시 바로 전날인 17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3000원대 안팎에서 27일 장 중 6760원을 찍어 2배 이상 치솟았다.
웨스트라이즈의 주가가 최대주주 변경 공시 바로 전날인 17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3000원대 안팎에서 27일 장 중 6760원을 찍어 2배 이상 치솟았다.

시장에선 이들보다 웨스트라이즈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 전환사채를 인수한 제이앤와이디1호조합과 온시디움컨소시엄이 취하게 될 더 큰 이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웨스트라이즈는 지난 4월 250억원 규모의 22회차 CB 50%(125억원)에 콜옵션을 행사해 취득했는데,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진행한 당일 이들에게 재매각했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1848원으로 26일 종가 6690원을 기준으로 따지면 260%가 넘는 평가이익이 가능하다. 이들이 신고한 보유 주식은 각각 338만2035주로 163억원씩의 차익실현이 예상된다.

시장에선 CB를 헐값에 사들여 엄청난 차익을 얻게 될 제이앤와이디1호, 온시디움과 새로 최대주주에 오를 알앤제이파트너스가 웨스트라이즈 M&A 과정에서 치밀하게 합을 맞췄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온시디움의 최대출자자인 엠제이홀딩컴퍼니가 지오릿에너지의 실질적 최대주주(지오릿 최대주주인 엔투텍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2022년 엔투텍에 매각된 지오릿에너지는 리튬 신사업 이슈로 주가가 10배가량 치솟은 뒤 분할 매각된 구주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해 피해자를 양산한 바 있다.

한편 베노티앤알은 이번 웨스트라이즈 지분 매각을 통해 1년여 만에 100억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리게 됐다. 베노티앤알은 지난해 2월 에프앤코스메딕스로부터 웨스트라이즈 주식 90만주를 매입하고 두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610만주를 갖고 있다. 투입된 자금은 모두 125억원, 1주당 매입 단가는 2056원 꼴이다. 이를 1주당 4500원에 매각했기 때문에 2배 이상의 차익이 가능하다. 단순 계산으로 140억원 이상을 손에 쥐게 됐다.

베노티앤알과 함께 지분을 매각한 라미쿠스(베노티앤알의 최대주주), 더루트컴퍼니도 각각 100만, 190만주를 양도하면서 수십억원씩의 차익일 보게 됐다. 이들은 두차례 유상증자 당시 1주당 1422원과 1630원에 신주를 인수해 라미쿠스는 319만여주, 더루트컴퍼니는 403만여주를 갖고 있었다. 이들의 주식 매입단가는 1주당 1503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주당 4000원 가량의 차익이 생긴 셈이다. 특히 라미쿠스와 더루트컴퍼니는 이번에 넘긴 주식을 빼고도 각각 200만주 이상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더 큰 수익이 예상된다.

웨스트라이즈는 패션·뷰티 브랜드 유통·마케팅 플랫폼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69억원에 당기순손실 69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매출 4억3065억원에 영업손실 6억285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117억원이 넘는 금융수익과 기타수익 17억원 등을 합쳐 당기순이익 119억원을 기록하는 등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웨스트라이즈는 최대주주 변경을 요하는 유상증자와 함께 세차례(23~25회차)의 CD 발행을 통해 4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자금조달 목적이 모두 운영자금으로 돼 있지만 사업 확대와 시설 확충을 위한 것인지, 돈놀이(?)를 위한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로 인해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웨스트라이즈의 새 경영진들이 주사업 분야보다는 투자 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앞으로의 주가 흐름과 지분 변동, 신규 사업계획 발표 등에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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