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빠졌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외인, ‘매매 패턴’ 읽어라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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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빠졌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외인, ‘매매 패턴’ 읽어라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7.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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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빈익빈 부익부’ 주식시장,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투자 주체별 매매 자료는 1999년부터 시작된다. 1999년 이후 현재까지 투자주체·시장별 누적 순매매 그래프를 그려보면 놀라운 그림이 나타난다. 투자 주체별로 매매 방향이 너무나 극명하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이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체로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매도했다가 충분히 매력적인 주가 수준이 되면 다시금 나타나서 저점에서부터 주식을 적극 재매수하는 모습을 시의적절하게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누적 순매수 규모 또한 36조원으로, 어느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쏠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략 95대 5 정도의 비율로 코스피에 상장된 주식들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 때문에 코스피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은 한국 증시 전체에 대한 매매 방향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유사하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매 방향 또한 전체적인 윤곽은 대체로 비슷한 모습이다.

기관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은 2008년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된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급팽창했던 간접투자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급속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이 2009년 이후 주식을 내다 파는 중심 세력으로 전락한 이유는 공모 펀드 시장이 크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로는 이른바 동학개미들을 중심으로 대거 직접 투자에 나서면서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뿐만 아니라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기관투자자들의 코스피 시장에 대한 매매 방향은 대체로 시장 전체 매매 동향과 유사하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은 보여주기 민망할 만큼 최악의 모습이다. 1999년 이후 올해까지 무려 26년 동안 끝없는 매도 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가 주기적으로 활황을 나타내면 증시에 데뷔하는 신규 상장기업도 크게 늘어난다. 그때마다 기관투자자들은 소위 ‘안전빵 투자’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다. 공모주 투자에서 기관들이 장기 보유하는 경우는 ‘의무 보유 확약’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새내기 공모주 모집이 계속되는 한 이러한 악순환은 피하기 어렵다. 1999년 이후 기관들의 누적 순매도 규모 또한 코스피 시장보다 훨씬 더 크다. 이러니 국내 증시가 ‘개미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는 것이다.

기관들의 매매 동향도 놀랍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은 더욱 놀랍다.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동안이나 잠잠하던 개인투자자들이 2020년부터 내리 3년 동안에 엄청난 규모의 주식을 폭풍 매수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동학개미의 등장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흐름을 주도하는 시기였던 3년 동안 개인들의 순매수 금액은 무려 165조9443억원에 이른다. 1999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순매수 규모 또한 106조원에 이를만큼 대규모 매수세가 그 짧은 기간에 끝없이 유입되었다.

2020∼2022년 동안 개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130조727억원에 이른다. 1999년 이후 26년 동안의 누적 순매수 규모가 20조3946억원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보면 당시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열기가 얼마만큼 뜨거웠는지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투자 주체별 시장별 매매 동향에서 가장 놀라운 그림은 아래에 나타난다. 개인투자자들이 1999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86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코스닥 시장에 지속적으로 쏟아부은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운 다음 아예 해외 선진국 증시로 발길을 돌리는 흐름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코스닥에 상장된 주식들을 끈질기게 사들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동학 개미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는 말이 괜한 푸념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한국거래소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동향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점은 2005년 10월부터다.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일간 거래대금과 함께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최대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던 때는 삼성전자가 장중 9만6800원까지 치솟았던 2021년 1월 11일이었다. 당시 거래대금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무려 44조4338억원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거래대금을 기록한 날은 지난해 7월 26일이었다. 2차전지 테마주들의 위험천만한 불꽃놀이가 최정점을 기록한 날이다. 그날 하루 코스닥 시장에서 이뤄진 거래대금만 26조4812억원에 달했다.

2021년 1월과 지난해 7월에 대규모의 매물 폭탄을 거침없이 쏟아붓던 투자자들은 결국 외국인이었다. 그들이 지금 한국 주식들을 쓸어 담다시피 매수하고 있다. 그들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들을 매수하는지는 아래 그림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시장의 구조상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면 나머지 투자 주체들인 기관과 개인들은 주식을 팔기 마련이다. 그 결과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은 마치 시장의 흐름과 정반대로 역행하는 듯한 매매 패턴을 자주 드러낸다. 특히나 요즘처럼 외국인들이 역대급으로 한국 주식들을 적극 매수할 때는 그런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한국 증시는 여러 요인에 의해 아직도 여타 해외 증시에 비해 저평가된 시장에 속해 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매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의 구조적인 결함들을 깨닫고 해외증시로 발길을 돌리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선진국 증시로 투자 자금을 옮기더라도 다양한 투자 위험은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과거의 투자 주체별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된 틈을 타 주식 보유 규모를 과감하게 줄였다가 충분히 떨어진 다음 적극적으로 재매수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구분 없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내다 파는 악역을 내내 떠맡아왔음을 알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례없는 저금리 상황이 전개되자 엄청난 규모로 국내 주식을 쓸어 담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 주식을 팔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은 성과가 부진한 코스닥 시장에 지나치게 쏠리는 경향을 보이는 점도 아쉽다. 코스닥 시장은 본질적으로 업력이 짧은 신생 기업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로 코스피시장에 비해 대체로 실적의 부침도 심하고 기업 지배 구조마저 취약한 경우도 많다.

​한국 증시는 연초부터 이어온 외국인의 역대급 순매수 행보 덕분에 머잖아 3000포인트를 넘어설 듯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오래도록 한국 증시를 떠받쳐온 개미 투자자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올해의 상승 흐름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듯하다. 금융당국에서 연초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에서 탈피하는 듯한 흐름도 일부 나타났지만, 어느새 금융투자세 논란 때문에 걱정거리만 더 늘어난 듯한 분위기도 생겨났다. 개인투자자들이 안방 증시에서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부터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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