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이라더니… 한온시스템 인수, 조현범의 ‘악수’ 될까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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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이라더니… 한온시스템 인수, 조현범의 ‘악수’ 될까 [이슈&웰스]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8.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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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반토막’ 한온시스템 주가 급락에 본계약 체결일 경과… 한국타이어 이사회도 인수 반대 기류
/그래픽=뉴스웰, 자료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그래픽=뉴스웰, 자료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가 대내외 악재로 급제동이 걸린 것으로 파악되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10년 앞을 내다본 모빌리티 산업 전동화(EV) 투자의 결실이라며 떠들썩했던 ‘빅딜’이었던 터라 이번 딜이 무산되면 파장 또한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9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사모펀드(PE)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맺은 매매 양해각서(MOU)에 따라 지난 3일 본계약을 체결하고 신주 주금을 납입할 예정이었지만, 협상을 지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측의 대금 납입과 관련한 MOU 내용이 다소 탄력적이어서 시기가 늦춰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타이어 이사회에서 한온시스템 인수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감지되고 있어 딜이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는 무엇보다 MOU 체결 이후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크게 하락해서입니다.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지난 7일 현재 4005원(종가 기준)으로 시가 총액은 2조1379억원입니다. 이는 지난 5월 한국타이어 이사회가 한온시스템 인수를 결의할 당시의 주가(5870원)에 비해 무려 1865원(31.7%)이나 떨어진 수치입니다. 당시 한국타이어 이사회는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50.5% 가운데 25%를 주당 1만250원(총 1조3679억원)에 인수하고, 유증에 참여해 주당 5605원에 신주 6514만주(총 3651억원)를 추가로 인수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당시 주가 5870원을 기준으로 구주는 74%(4380원) 프리미엄을 얹고, 신주는 다소 할인된 가격으로 매수하는 셈이었죠. 그러나 한온시스템 주가가 400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구주 프리미엄이 150% 이상으로 높아지고, 신주 가격 또한 할인은커녕 웃돈을 붙여주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에 조현범 회장의 판단에 눈길이 모아집니다. 조 회장의 한온시스템에 대한 애착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연이 10년 전인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경영운영본부장(사장)을 맡고 있던 그는 한앤컴퍼니와 함께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에어컨과 히터 등 자동차 공조 부품 분야 세계 2위 업체 한온시스템 인수에 참여합니다. 한앤컴퍼니가 지분 50.5%(2억6956만9000주)로 한온시스템 최대주주로, 한국타이어는 전략적 투자자(SI)로 1조800억원을 투자해 19.5%(1억403만1000주)의 지분을 인수하고 2대 주주에 오릅니다. 당시엔 EV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조 회장은 한온시스템의 미래를 믿고 조(兆) 단위의 투자를 감행한 것입니다.

이 같은 조 회장의 애착을 고려하면 한국타이어가 쉽게 한온시스템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한국타이어 이사회 구성원들의 한온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조 회장이 이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입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사회 내부에서 부정적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가격도 문제이지만 전기차 캐즘(Chasm)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한앤컴퍼니와의 MOU 때와 마찬가지로 본계약 이전에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현재 한국타이어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한온시스템 노조의 반대 분위기도 딜 성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한국타이어의 실사추진단이 한온시스템 평택공장을 방문했지만, 노조측의 방해로 실사를 진행하지 못한 바 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MOU의 자세한 내용은 알수 없지만 한온시스템 실사 의무 불이행과 이행보증금을 둘러싸고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가 법정 분쟁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대내외의 겹친 악재에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조현범 회장도 현재의 가격으로 기울어진 딜보다 회사의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상했습니다.

한편 한온시스템은 8일,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2조5599억, 영업이익은 7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1%가 감소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해 2분기엔 1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이번에는 312억원의 순손실을 보면서 적자 전환한 것입니다. 한온시스템측은 “지난해 2분기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대한 역기저 효과와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가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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