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슷한 행태에 ‘솜방망이 제재’ 그쳐 갑질 반복하는 듯
‘갑질’은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단어입니다. 마땅하게 대체할 만한 외국어가 없어 ‘갑질(gapjil)’ 그대로 번역되죠. 또 갑질은 힘센 자가 약자에게 횡포를 부린다는 의미로 외신 등에서 재벌 오너 일가 등의 행태를 들어 우리나라를 부정적으로 소개할 때 사용되기도 합니다. 산업계에도 이른바 힘 있는 기업의 갑질이 문제가 되어 언론에 보도되며 세상에 회자됩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가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기도 하는데, 거액의 과징금은 기업을 긴장하게 합니다.
최근 화장품 유통가의 절대 강자인 CJ올리브영의 납품업체들에 대한 갑질이 논란입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국민 신문고를 통해 CJ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에게 무신사의 판촉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고 강요했다는 신고를 접수받았습니다.
뷰티업계 종사자라고 밝힌 A씨는 최근 익명 커뮤니티에 “(CJ올리브영이) 무신사의 9월 ‘뷰티 페스타’ 행사에 참여하면 올리브영 입점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겠다”며 압박했고, 결국 이 화장품 브랜드는 준비했던 페스타 참여를 취소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업체뿐 아니라 여러 업체가 최근 비슷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에 무신사 측은 CJ올리브영을 업무방해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의 이런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판촉 행사를 진행하면서 행사가 있는 달과 전달에 경쟁사가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화장품 업체에 단독 납품을 요구한 행위가 적발되어 제재를 받았습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납품업체에 대해 행사 독점을 강요한 혐의(대규모유통업법 위반)로 올리브영에 과징금 18억9600만원과 시정 명령 처분을 내리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다만 당시 올리브영은 최대 5800억원 수준의 과징금과 함께 전·현직 대표까지 고발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가벼운 처벌에 안도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유형의 갑질 사건이 또 터지면서 너무 미미한 제재를 받아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공정위는 이번 갑질 사건의 증거가 있는지 살펴보고 혐의가 입증되면 다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올해 들어 최대 실적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연매출 5조원 달성을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매출 1조2079억원과 순이익 1249억원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4.8%, 순이익은 22.0% 늘었습니다. 상반기 매출은 누적 2조297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에 기업공개를 추진했던 2022년 무렵 기업가치 2조~4조원 수준, 연매출 2조7775억원을 넘겨 다시 증시 입성을 본격적으로 저울질할 시점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지난해 과징금 사태를 무사히 넘기고 올해 너무 좋은 실적에 취해 처신에 소홀했던 것 같다”면서 “지난해 솜방망이를 휘둘렀던 공정위가 이번엔 어떤 처분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제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공정위 제재 이후 내부적으로 많은 개선 노력을 기울여 오던 중 개별 제보 건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실 관계를 면밀히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