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올 확률 20%, 난 우산을 챙기지 않는다 [김범준의 세상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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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 확률 20%, 난 우산을 챙기지 않는다 [김범준의 세상물정]
  • 김범준 편집위원(성균관대 교수)
  • 승인 2025.02.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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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파머의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아침에 눈을 떠 휴대전화로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오늘 비 올 확률이 20%라고 적혀있으면 난 아침에 우산을 챙기지 않는다. 그냥 비가 오지 않는다고 알려주지 왜 굳이 복잡한 확률로 일기예보를 하는 것일까? 비가 안 온다고 딱 잘라 예보했다가 비가 오면,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려고 기상청이 이처럼 확률로 예보하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했다면 오늘 소개하는 팀 파머(Tim Palmer)의 책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를 꼭 읽기를 권한다. 그렇지 않다. 비가 올지 안 올지, 모 아니면 도로 딱 잘라 알려주는 결정론적인 예보보다 확률예보가 훨씬 더 과학적이고 유용하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무엇이든 질문하라. 확신하지 말고 의심하라. 그것이 과학의 전부다”라고 말했고, 파인만의 전기를 쓴 제임스 글릭은 “파인만은 의심의 엄청난 중요성(the primacy of doubt)을 확신했다. 의심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훼손하지 않는다. 거꾸로다. 의심은 모든 앎의 정수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영어 원제 <The Primacy of Doubt>는 제임스 글릭의 말에서 딴 제목이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미래를 올바로 예측하려면 의심과 불확실성은 피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다.

책의 저자 팀 파머는 일반상대성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곧이어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연구 그룹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안받는다. 이 영예로운 자리를 박차고는 돌연 분야를 바꿔 영국 기상청의 연구원으로 합류하게 된다. 물리학자로 시작해서 기후학자로 널리 이름을 알린 저자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 간 합의체 IPCC가 발간한 기후 보고서의 주요 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저자가 바로 우리가 매일 확인하는 날씨의 확률예보가 기반한 다중 앙상블 예측 기법을 개발한 사람이다.

저자는 크게 두 주제를 책에서 다룬다. 첫 번째는 ‘혼돈의 과학과 불확실성을 이용하는 앙상블 예측의 힘’이라고 할 수 있고, 두 번째는 ‘혼돈 기하학과 위상공간의 불변 집합으로 설명하는 양자 현상, 우주, 그리고 인간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주제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과학자 대부분이 동의할 내용이지만, 두 번째 주제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주장에 모든 과학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독자가 유념하기를 당부한다.

영어 단어 predict는 pre+dict로 이뤄져 있다. 먼저(pre) 말한다(dict)의 뜻이어서, 모든 예측(prediction)은 결국 미래의 예측이다.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미국 프로 야구 선수 요기 베라의 말, “예측(prediction)은 어렵다. 특히 미래에 관해서는”은 모든 예측이 가진 본연의 어려움을 재밌게 표현한 말이다.

왜 이리도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것인지를 처음 알려준 이가 푸앵카레다. 19세기 말 스웨덴 국왕 오스카르 2세는 태양계 행성 궤도의 안정성을 증명하라는 문제를 공개했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푸앵카레는 태양계가 안정적이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제출해 상금을 받았지만, 곧이어 자신의 논문을 다시 검토해 정반대의 결론이 담긴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태양계뿐 아니다. 셋보다 더 많은 수의 물체로 이루어진 물리계는 결정론적인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따르더라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 물리학에서 카오스 또는 혼돈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처음에 한 행성의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행성의 궤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최근까지도 태양계의 미래 안정성은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연구 주제다. 현재 학계의 주류 의견은 지구 공전 궤도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지금부터 최소한 몇십억 년 후라는 것이다. 내일 당장 지구가 안정적인 궤도를 벗어나 태양계 멀리 탈출할 리 없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태양계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결론이다.

이 책의 중심 주제인 기상현상에도 마찬가지로 카오스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 로렌즈다. 로렌즈는 몇 개의 변수만 있는 미분방정식으로 기상현상을 단순화해 살펴보다가 한 변수의 초깃값이 0.506127에서 0.506으로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방정식이 알려주는 미래의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로렌즈는 한 학회에서 자신이 발견한 이 현상을 “브라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여도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도 있다”로 재밌게 비유했다. 바로 많은 이가 들어 봤을 나비효과다.

기상현상을 기술하는 미분방정식을 현실에 적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현실의 공간을 바둑판같이 그리드의 형태로 나누게 된다. 바둑판의 선이 만나 만들어지는 작은 사각형에 해당하는 그리드의 크기를 줄여 해상도를 높이면 점점 더 기상 예측이 정확해진다. 1969년 로렌즈는 해상도를 높이면 얼마나 먼 미래까지 기상을 예측할 수 있는지 살펴보다가 모형의 해상도를 2배로 늘려도 예측 가능 시간은 2배까지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100km 해상도에서 예측 가능 시간이 7일이라면, 50km로 해상도를 2배 높이면 예측 가능 시간은 7일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절반인 3.5일만 더 늘어나는 식이다. 해상도를 두 배씩 늘리는 과정을 무한히 이어가면 예측 가능 시간은 7·(1+1/2+1/4+1/8+…)=14일이 된다. 아무리 무한대로 기상 예측의 해상도를 높여도 기껏 14일 정도가 예측 가능 시간의 상한이 된다. 실제로도 현재 일기예보의 이론적 한계는 14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무한한 계산 능력이 있고 무한대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연이 허락한 일기예보의 한계는 딱 14일까지라는 얘기다.

기상과 기후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는 무한개의 변수를 결코 다룰 수 없다. 고차원 혼돈계인 현실을 저차원 혼돈계로 줄여서 컴퓨터로 계산할 때 유용한 것이 바로 ‘잡음’(noise)이다. 현실의 모든 것을 정확히 다룰 수 없어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고의로 잡음을 도입해 처리한다는 발상이다. 현재 기상과 기후의 예측 방법으로 초기조건에 잡음을 추가해 여러 다양한 경로를 추적하는 앙상블 기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유럽의 기상 예측에는 현재 50개의 멤버 모형을 이용한 다중 앙상블 예측 기법을 이용한다. 비가 올 확률이 80%라는 다중 앙상블 예측은 50개의 앙상블 멤버 중 40개의 모형이 비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생성했다는 의미다.

확률예보는 현실에서 어떤 대비를 할지도 알려준다. 가을날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는 농부를 떠올려 보자. 비 올 확률이 40%, 비가 와서 고추에 발생할 피해액이 10만원, 그리고 비에 젖지 않도록 고추를 덮기 위한 방수포 가격이 3만원인 상황이다. 피해액의 기댓값은 10만원의 40%인 4만원으로 방수포 가격 3만원보다 더 크다. 현명한 농부라면 당연히 방수포를 미리 사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처럼 확률 p로 일어나는 재해의 피해액이 L이고 이 재해를 막기 위한 대비의 비용이 C라면, p·L > C의 부등식을 만족하면 대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된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저자의 유사한 추정도 책에 실려있다. 미래의 기후 변화로 한 나라가 입게 될 피해액의 기댓값 p·L을 GDP의 15배로, 이산화탄소 감축 비용 C를 GDP의 2%로 추산한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C는 p·L의 750분의 1에 불과하다. 비용-편익의 경제적 관점에서 저자가 얻은 명확한 결론은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결국 많이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만약 평균 기온이 4도 이상 상승하면 지구의 많은 지역은 인간이 거주하기 어려운 곳이 되어 대규모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도 C를 적극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결국 자신들에게 큰 이익으로 되돌아온다는 명확한 결론을 얻게 된다.

책의 두 번째 주제는 ‘혼돈 기하학과 위상공간의 불변 집합으로 설명하는 양자 현상, 우주, 그리고 인간의 의식’에 관한 내용이다. 양자역학에 등장하는 불확실성이 자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존재론적 특성인지, 아니면 우리 관찰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인식론적 특성인지를 심도 있게 논의한다. 넓게 퍼져 있던 양자역학의 파동함수가 측정의 순간 한 위치로 붕괴하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가정하는 국소성의 원리를 위배하는지 고민하고, 2022년 노벨상을 받은 양자 얽힘 실험 결과를 실재성과 비국소성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저전력으로 작동하는 단백질 트랜지스터로 뇌 안의 신경세포를 비유한 저자는 우리 인간의 의식도 불확실성과 잡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전력 모드에서 우리는 잡음과 불확실성을 이용해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다양한 개연적인 해결책을 상상하고, 전력 집중 모드에서는 떠올린 해결책을 하나씩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고민한다. 만약 인간 뇌 활동의 경이로움의 근간에 불확실성이 놓여 있다면, 미래의 인공지능도 적극적으로 잡음을 이용해야 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도 흥미롭다. 우주 전체의 모든 정보가 놓인 위상공간을 생각하면 물리학의 근본 법칙을 따르는 위상 궤적은 일종의 프랙털 불변 집합을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도 그럴듯하다. 하지만 양자 현상의 신비로움, 중력, 그리고 인간의 무의식적 과정을 불변 집합에 속한 궤적과 그 근방의 반사실적 궤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저자의 주장에까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려웠다.

본질적으로 비선형인 자연현상은 아주 작은 초기조건의 변화에도 결과가 극도로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불확실한 세계를 올바로 예측하고 제대로 이해하는 불확실성의 과학을 멋지게 소개한 책이다. 저자가 크게 기여한 기상과 기후의 다중 앙상블 예측 기법은 팬데믹이나 금융 위기와 같은 세상의 다른 문제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 불확실한 세상을 저자가 소개하는 불확실성의 과학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에 많은 과학자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저자는 지구 전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지구의 디지털 트윈을 제안한다. 전 지구의 기후, 경제, 사회, 정치, 국제 분쟁, 모두를 담아낼 미래의 지구 디지털 트윈은 여러 방식으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가 되면 지구의 기상이 어떻게 변할지, 어디서 어디로 인구가 이동할지, 그로 인해 어떤 경제적, 정치적 변화가 만들어질지, 이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지구의 디지털 트윈의 등장을 고대한다. 세상은 불확실하고 미래는 의심스럽지만, 불확실성은 외면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의 특성이다.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

1.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의 운동은 뉴턴의 중력 법칙으로 완벽하게 결정됩니다. 태양계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주장과 모순 아닐까요?

2. 대부분 비선형인 자연현상은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래도 내일 아침 해가 뜰 것을 우리가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3. 초기조건을 무한한 정확도로 기술할 수 없다면 카오스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오스가 보여주는 불확실성은 인식론적일까요, 존재론적일까요? 물체의 위치를 소숫점 아래 100자리까지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인간 인식의 주관적 한계일까요, 아니면 자연이 가진 객관적인 존재론적 한계일까요?

4. 여러 물리 기반 모형을 이용한 다중 앙상블 예측이 현대 일기예보의 주류입니다. 최근 구글은 과거의 기상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놀라운 예측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이 결국 현재의 물리 기반 모형을 대체하게 될까요? 현재 일기예보의 이론적 한계인 14일을 미래의 인공지능은 극복할 수 있을까요?

5. 우리 뇌도 불확실성과 잡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미래의 인공지능에도 잡음이 도입되어야 할까요?

6. 양자역학 표준 해석에서 이야기하는 파동함수의 붕괴는 특수상대론의 국소성을 위배하는 것일까요?

7.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은 존재론적일까요, 인식론적일까요? 저자는 인식론적이라고 말합니다. 저자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8. 저자는 우주의 불변 집합과 반사실적 궤적으로 양자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나요?

9.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문제를 우주 위상공간의 불변 집합의 혼돈 기하학으로 설명하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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