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탄생 비화, ‘한투증권 투자 실패’ 덮을 배드 펀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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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탄생 비화, ‘한투증권 투자 실패’ 덮을 배드 펀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5.02.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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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 모아 한국금융지주로 매각, 그룹 차원으로 위험 물타기 효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한국투자증권 보호용’ 배드 펀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한국투자증권 보호용’ 배드 펀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대표적인 금융가 여의도에 나란히 붙어있는 하나증권과 한국투자증권. 2000년 이전 펀드 전업회사로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하며 경쟁 관계였다. 그러나 두 회사의 최근 행보는 사뭇 다르다. 하나증권은 2021년부터 순이익이 꺾어지며 2023년에는 적자를 보는 곤욕을 치렀다. 2019년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전 활황세였던 선진국 부동산이 이동 제한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급격 상승하며 자산 가치가 하락했고, 이에 해외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하나증권은 버티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증권산업에 대한 신용평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중·대형 증권사가 보유 중인 미국·유럽 지역 소재 오피스 등 해외 대체투자 관련 잠재 위험 상존’을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사정이 달라 보인다.

자료 1. /출처=한신평(2023.7)
자료 1. /출처=한신평(2023.7)

앞서 2023년 7월 한신평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국내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24%가 넘었다. 대부분 대형 증권사는 자기자본투자수익률(ROE) 관리를 위해 비교적 안전해 보였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이때 중소형사도 국내 부동산 투자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전반적으로 증권업 수익성은 악화했는데 이 시기에도 한국투자증권은 예외였다.

자료 2.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데이터북
자료 2.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데이터북

한국투자증권은 2023년 당기순이익이 1조9603억원으로 업계 평균 당기순이익 2076억원의 10배 가까운 수익성을 보였다. 가히 놀라운 경영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한국투자증권에서는 해외 대체투자 실패에 관한 얘기가 들리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의 탁월한 리스크관리 능력이 돋보였던 것이다.

자료 3. /출처=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공시자료 재구성
자료 3. /출처=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공시자료 재구성

그러나 한국투자증권도 해외 대체투자 위험을 피할 수 없었고, 오히려 이를 교묘히 회피했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일이 최근에 벌어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운용 중인 해외 대체투자 펀드 다수에서 막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현재는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이지만, 한국투자증권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대체투자 부문을 2022년 7월 물적 분할해 설립한 회사이다. 그리고 설립 다음 해인 지난해 3월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인수했다. 2022년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무렵부터 대체투자 부문을 분리해 순차적으로 금융지주에 옮김으로써, 연결 회계를 통해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리스크 전파 구조가 향후 발생할 손실과 평판 위험을 한국투자금융지주 그룹 전체로 희석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자료 4. /출처=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자료 4. /출처=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2022년 7월 29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분사할 때 해외 대체투자 펀드를 이관받았다. 최초 분할 완료일 전날인 2022년 7월 28일 공시한 <(간이)투자설명서 변경>에 따르면 일본, 유럽, 미국, 베트남 등에 투자한 16개 펀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유럽과 미국 오피스에 투자한 펀드들에 손실 발생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료 5. /출처=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공시자료 재구성
자료 5. /출처=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공시자료 재구성

대표적으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는 선순위 대출금 상환에 실패하자 선순위 대주주가 강제 자산 처분을 실시했고 해외투자 분은 전액 손실되었다. 이 외에도 다수 해외 대체투자펀드가 선순위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는 등 간신히 손실 회피를 한 상황이다.

자료 6. /출처=한국금융지주 공시자료
자료 6. /출처=한국금융지주 공시자료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금융지주 그룹 살림을 책임진 대표 금융투자회사이다. 2023년 한투증권 당기순이익 1조9603억원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배주주 당기순이익 7070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이런 한국투자증권의 재무 건전성과 평판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자료 7. /출처=한국투자증권 공시자료
자료 7. /출처=한국투자증권 공시자료

또한 김남구 금융지주 회장은 2005년부터 한국투자증권을 경영해 왔다. 그런 그가 현재도 한국투자증권 회장직과 사내이사 직을 겸임하는 것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애착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투자증권의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해외 대체투자 실패는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이러한 의혹을 확인해 주는 것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지배구조 변화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운용공시를 창사 이래로 살펴보면 해외투자 실패로 이 회사가 얼마나 곤경을 겪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불거지는 사태로 보아 향후 손실이 확정되는 대로 투자자 소송도 이어질 것인데, 모두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감당할 몫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발 앞서 해외 대체투자를 분사해서 해외투자 실패의 불이익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으로 분리·전가했다. 결국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를 모아 한국금융지주로 매각함으로써 그룹 차원으로 위험을 물타기 한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한국투자증권 보호용’ 배드 펀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한국투자증권 보호용’ 배드 펀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자본시장에 돌발적인 가치하락 위기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배드 펀드’(bad fund)다. 부실 자산이 발생할 때 이를 모아서 별도의 펀드에 모아 부실 확산을 차단하고, 또한 부실을 초래한 기존 회사 이름을 대신해 생소한 이름의 펀드가 언론 기사나 소송에 거론하게 함으로써 기존 회사 평판 추락을 회피하는 합법적 장치다. 이러한 취지를 생각할 때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김남구 회장의 자랑인 한국투자증권 보호를 위한 배드 펀드라는 생각은 무리한 억측일까? ‘장두노미’(藏頭露尾). 타조가 머리를 덤불에 숨기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쩔쩔맨다는 뜻이다. 진실은 감추기 어렵다며 2010년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해외 대체투자 실패라는 타조의 꼬리가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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