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물리학자는 양자역학을 계산 도구로 자주 이용한다. 정해진 규칙을 따라 묵묵히 계산을 이어가면 전자의 에너지가 얻어진다. 그런데 결과가 참 이상하다. 전자가 가진 에너지는 계단처럼 띄엄띄엄하다. 시속 50km로 가는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밟으면 시속 60km에 도달하기 전 반드시 시속 55km의 중간 속도를 거친다. 양자역학을 따르는 전자는 다르다. 50과 60은 가능해도 둘 사이의 55는 불가능한 것처럼 전자는 행동한다. 50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에너지가 60인 상태로 옮겨갈 때 도중에 55의 에너지를 거치지 않는다. 계산을 잘 끝낸 답안지로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물리학과 학생이 머리를 긁적이며 교수에게 묻는다. “전자의 에너지가 불연속적으로 변할 때 도대체 전자에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요?” 어물어물 답변을 흐리다가 교수가 말한다. “그냥 그런 거예요. 입 닥치고 계산이나 하세요!”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아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다. 늘 큰 것들로 이뤄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단 한 번도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작은 세상을 직접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전역학이 지배하는 세상의 오랜 경험으로 굳어진 세계관으로 양자역학의 세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늘 소개하는 책의 제목은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다. 양자역학을 밥 먹듯 늘 사용하는 분야가 전공인 물리학자 채드 오젤이 책의 저자다. 물리학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양자역학을 강아지에게 가르치겠다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저자는 양자역학을 배우려면 강아지처럼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집에서 강아지와 함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법한 주장이다. 강아지는 아무런 선입견이 없고 모든 것을 신기해하며 세상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인다. 딱 우리가 양자역학을 처음 배울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얘기처럼 우리 인간보다 강아지가 양자역학을 더 잘 배울 수도 있겠다. 플라톤이나 갈릴레오의 책처럼 이 책도 대화록의 형식이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채드와 그의 귀여운 반려견 에미 사이의 대화다. 각 장의 앞부분에는 채드와 에미 사이의 재밌는 대화가 소개되고, 이어서 물리학자 채드가 좀 더 깊은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
책에는 강아지 에미의 일상에 빗댄 재밌는 비유와 설명이 자주 등장한다. 파동의 회절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거실에서 놀던 에미가 부엌 바닥에 떨어진 감자칩 소리를 듣고 달려가는 장면을 소개한다. 떨어지는 감자칩을 눈으로 보지 못한 에미가 귀로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유는 파동의 회절 때문이다. 소리의 파동은 파장이 길어서 커다란 장애물도 쉽게 에둘러 돌아가 넓게 펴져 진행하지만, 파장이 소리보다 훨씬 짧은 빛은 회절을 거의 하지 않아 진행하는 경로에서 조금만 어긋난 위치에 있어도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을 따르는 입자는 에미의 귀에 닿은 감자칩 소리처럼 넓게 퍼진 파동처럼 진행해서 입자면서 동시에 파동의 성질도 갖는다. 양자역학은 소리의 파동처럼 서로 다른 두 경로를 따라 동시에 진행하는 입자를 허락해서, 입자는 자신과 자신이 서로 파동처럼 간섭한다. 만약 두 경로가 다시 만난 곳에서 둘의 위상이 딱 맞으면 그곳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이 커진다. 바로 양자 중첩현상이다. 똑똑한 에미는 양자 중첩과 입자-파동의 이중성을 이해하고 놀라운 계획을 세운다. 뒤뜰 연못의 왼쪽으로 달려가면 오른쪽으로 토끼가 도망가고, 연못의 오른쪽으로 달려가면 왼쪽으로 도망가는 토끼를 잡는 양자역학의 방법이다. 에미는 연못의 왼쪽과 오른쪽 두 경로를 따라 동시에 달리고 토끼가 도착하는 연못 너머의 바로 그 위치에 자신을 양자 중첩시켜 그곳에 자신이 있을 확률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채드는 몸무게가 20kg 정도인 에미가 그렇게 동시에 두 경로를 따라 움직일 확률은 너무나 작다며 에미를 단념시키지만, 양자역학을 이해한 에미의 발상이 재밌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는 우리가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저자는 뒤뜰에서 에미가 토끼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려 다가가면 토끼가 달아나 속도가 변하는 것에 불확정성 원리를 비유한다. 불확정성 원리를 찾아낸 하이젠베르크는 이 원리를 가상의 현미경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현미경에서 이용하는 빛의 파장이 충분히 짧아야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우리 일상의 경험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통의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는 우리 귀가 방향을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낮은음을 주로 출력하는 우퍼에서 들리는 소리는 도대체 방향을 모를 때가 많다. 우퍼가 출력하는 소리의 진동수가 20Hz라면 이 소리의 파장은 무려 17m 정도다. 거실이 축구장 크기가 아니라면 어디에서 소리가 들리는지 알 도리가 없다. 마찬가지다. 하이젠베르크의 현미경 사고실험에서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면 파장이 짧은 빛을 써야 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파장이 짧은 빛은 에너지와 운동량이 커서 빛이 닿은 입자의 속도와 운동량을 크게 바꾼다. 즉, 위치를 정확히 알려고 하면 입자의 운동량을 모르게 된다. 거꾸로 입자의 운동량을 정확히 알려면 파장이 충분히 긴, 그래서 에너지와 운동량이 충분히 작은 빛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또 파장이 길어서 입자의 위치를 모르게 된다.
하이젠베르크의 현미경 사고실험으로 불확정성 원리를 설명하는 책이 많은데, 저자는 이 설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불확정성 원리는 측정의 구체적인 과정에 무관하며, 양자 입자가 가진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이라는 객관적인 속성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모든 입자의 양자역학 파동함수는 어느 정도의 공간 안에 모여있는 파동다발의 형태로 기술된다. 위치를 정확히 기술하려면 파동다발의 폭이 좁아야 하는데, 이런 파동다발을 만들어 내려면 파장이 제각각 다른 여러 파동을 더해야 한다. 파동함수의 파장은 운동량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서, 파장이 다른 여러 파동을 더해서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좁은 파동다발을 만들면 위치는 알아도 운동량은 모르게 된다. 거꾸로 입자의 운동량이 딱 하나로 주어진 파동함수의 파장은 딱 하나여서 넓게 펼쳐진 모습이 되니, 입자의 위치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불확정성 원리는 측정 능력의 한계에 대한 법칙이 아니라 객관적인 현실의 한계에 대한 법칙이다.
책에 등장하는 양자 현상에 대한 다른 비유도 재밌고 친근하다. 진동수가 충분히 큰 광자가 금속 표면에 닿으면 금속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것이 광전효과다. 입에 문 봉지 안에 들어있는 과자를 꺼내려면 충분히 빨리(진동수가 크게) 흔들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강아지가 알고 있는 당연한 상식이라고 에미는 말한다. 전자의 에너지가 띄엄띄엄한 것은 계단에서 잘 곳을 찾는 강아지로 설명한다. 강아지는 계단 위에서는 잘 수 있지만, 두 계단 사이에서 잠들 수는 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서도 입자는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갖는다는 것이 바로 양자역학의 영점 에너지인데, 저자는 작은 바구니에 갇힌 강아지가 잠들어 있어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뒤척이는 것에 비유한다. 내가 제일 재밌게 본 비유는 바로 빛의 편광을 강아지 목줄로 설명한 부분이다. 목줄을 흔들면 파동이 만들어져서 목줄을 따라 진행한다. 위아래로 흔드는 것은 빛의 수직 방향 편광에, 옆으로 흔드는 것은 수평 방향 편광에 해당한다. 빛이 편광필터를 통과하는 것을 저자는 세로로 촘촘한 나무 울타리 사이를 통과하는 에미의 목줄로 설명한다. 위아래로 흔들어 만든 목줄의 파동은 울타리를 통과하지만, 옆으로 흔들어 만든 목줄의 파동은 울타리 기둥에 막혀 통과하지 못한다. 참 멋진 비유라고 생각했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온 채드를 산책하자고 에미가 보채는 상황도 재밌다. 잠깐 자고 산책하자는 채드를 에미가 자꾸 코로 찌르며 잠들었냐고 묻는다. 결국 채드는 잠든 상태로의 전이가 시작되자마자 계속되는 에미의 측정으로 늘 처음 깨어있는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양자 제논 효과의 그럴듯한 비유면서 산책 좋아하는 귀여운 에미를 떠올릴 수 있는 재밌는 장면이다. 두 양자 입자를 얽힘 상태로 만들면 한 입자를 측정하는 순간 다른 입자의 정보도 알아낼 수 있다. 바로 이 양자 얽힘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친척 집 두 강아지 RD와 트루먼을 소개한다. 두 강아지는 서로 친해서 트루먼이 잠들어 있으면 늘 RD가 같이 놀자고 깨운다. 이렇게 둘이 서로 얽혀 있으니, RD가 깨어있다면 우리는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트루먼도 깨어있다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두 강아지로 얽힘을 설명한 재밌는 비유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에미의 얘기도 재밌지만, 이 책은 양자물리학의 최근 성과와 논의도 깊이 있게 다룬다. 측정으로 한번 정해진 정보를 이후에 지우면 간섭효과가 다시 만들어지는 양자 지우개 실험도 소개한다. 레이저 포인터와 머리카락, 그리고 몇 장의 편광필터만 있다면 여러분도 따라 해볼 수 있다. 어렵지 않은 이 실험으로 양자역학에서 측정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양자 얽힘과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EPR 역설에 대한 저자의 자세한 설명도 정말 좋다. 두 입자를 얽힘 상태로 만들고 둘 중 하나를 아주 먼 곳으로 보낸 다음, 이곳에 있는 입자의 양자 상태를 측정하면, 측정의 순간 먼 입자의 상태가 정해진다. 아인슈타인은 이 사고실험의 결과가 어떤 정보도 빛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없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의 국소성의 원리를 위반하므로 양자역학이 여전히 물리적 실재에 대한 완전한 기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후 물리학자 벨은 EPR 사고실험의 두 가정인 실재성과 국소성이 성립한다면 실험 결과가 특정한 부등식을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이 벨의 부등식이 실제 실험에서 위반된다는 것이 명확히 알려지게 된다. 결국 양자 얽힘은 국소적이 아니어서, 아무리 멀리 떨어진 두 입자라도 얽힘 상태에 있다면 둘이 함께 커다란 하나의 양자 상태를 이룬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저자가 EPR 실험과 벨의 부등식을 자세히 소개한 부분이 정말 좋다. 꼭 꼼꼼히 읽어 보고 이해하려 노력해 보기를 추천한다.
귀여운 에미의 모습에서 우리 집 강아지 콩이를 떠올리며 재밌게 이 책을 읽었다. 상당히 깊은 수준의 양자역학 논의가 곳곳에 담겨 있어 물리학자인 나도 많이 배웠다. 무척 재밌고 독특한 책이다. 이덕환 교수님의 멋진 번역도 참 좋다. 쉽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쉽게 쓰인 좋은 책이다. 쉬움과 어려움의 중첩 상태에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
1. 왜 우리는 양자 현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까요? 거꾸로, 양자 현상을 더 쉽게 이해하고 고전역학을 따르는 현상을 더 어려워하는 외계의 지적 생명도 가능할까요?
2. 저자는 불확정성 원리를 설명하면서, 토끼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려 에미가 다가서면 토끼가 달아나 속도가 변하는 것에 비유합니다. 양자 현상을 재밌는 비유로 설명하는 방식에는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3. 불확정성 원리를 처음 제안한 하이젠베르크의 현미경 사고실험을 소개하고, 저자가 왜 이 설명이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는지 설명해 보세요.
4.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는 양자 지우개 실험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실험 결과를 현재의 측정이 과거의 상태를 바꾼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5. 코펜하겐 해석과 다중 세계 해석 중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저자는 왜 두 해석이 현실에서는 아무런 차이도 주지 않는다고 하는 것일까요?
6. 동전을 던지면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는 미리 확정할 수 없습니다. 동전 던지기에 관련된 불확정성과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은 어떤 면에서 다른 것인가요?
7. 양자 얽힘을 설명하는 부분에 등장하는 두 강아지가 같은 편광 상태인 광자를 검출할 확률 3분의 1이 가능한 최솟값이라는 것을 책의 논의를 따라 증명할 수 있을까요?
8. EPR 사고실험과 벨의 정리는 국소성과 실재성을 동시에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실제 양자 얽힘 실험 결과를 국소성과 실재성의 관점에서 설명해 보세요.
9. 지구에서 안드로메다은하까지 펼쳐져 있는 파동함수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입자를 관찰하는 순간, 안드로메다은하에서의 파동함수는 갑자기 0이 된다는 것이 코펜하겐 해석입니다. 이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10. 인터넷 검색으로 양자물리학 관련 유사 상품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이런 상품이 왜 과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지 설명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