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의 과감한 투자자 보호와 넘치는 사랑이 자본시장 저간의 화젯거리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의 이처럼 지극한 ‘투자자 사랑’을 기를 쓰며 막고 있어 항간의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롯데손보는 지금까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만기 차환을 통해 자본을 보완해 왔다. 현재 만기가 남은 자본성 증권은 후순위채 8100억, 신종자본증권 460억 등 모두 8560억원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2020년 5월 7일 발행한 제8회 후순위채 900억원이 최근 문제가 됐다. 해당 후순위채는 발행자의 만기 전 5년이 지나면 상환할 수 있는 권리, 즉 콜옵션이 발행 조건에 붙어있다. 콜옵션으로 후순위채권의 원래 만기는 10년이지만 수요자 확보를 위해 만기를 5년으로 단축하는 효과를 투자자에게 줄 수 있으며, 발행자는 이를 조건으로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다. 롯데손보의 제8회 후순위채는 지난 8일이 콜옵션 행사 가능일이었고, 채권시장 관행에 따라 이날 후순위채를 상환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롯데손보가 콜옵션 행사 자금 마련을 위한 후순위채 발행을 금감원이 막으면서 사달이 시작됐다. 롯데손보는 지난 1월 말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금감원이 롯데손보 재무 상황을 문제 삼자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보험업 감독 규정에는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 요건을 재무 건전성과 연계하고 있다. 즉, 보험 계약자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상황을 나타내는 지급여력 비율(RBC; Risk-Based Capital Ratio)이 후순위채를 상환한 뒤 150% 이상일 때 금감원장이 승인해야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RBC는 회사에 가장 유리한 기준(예외 모형)을 적용해도 154.59%였다. 결국 900억원의 후순위채 상환 후에는 150% 이하로 RBC가 하락해 보험업 감독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금감원은 롯데손보 콜옵션 행사를 승인할 수 없었다. 게다가 롯데손보는 (2024년 가결산자료가 있었음에도) 증권신고서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작성, 금감원의 불성실 신고 평가는 불가피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10일 롯데손보 대주주는 보유 주식을 근질권 담보로 4650억원이라는 거액 대출을 받았는데, RBC를 125%로 유지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이러한 조건을 EOD(Events of default)라고 하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 만기 전 대출을 회수하는데 이를 ‘기한의 이익 상실’이라고 한다. EOD 발생 시에는 롯데손보의 자본 변동을 초래하고 RBC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증권신고서에 공시해야 하는데 이것도 빠뜨렸다.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는 금감원의 지적에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증권 신고’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보험 계약자 보호’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취할 당연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겠다.
롯데손보는 지난 8일(콜옵션 행사일)이 다가오자, 후순위채 발행을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손보는 금감원에 콜옵션 행사 관련 감독 규정 적용을 배제하는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했으나, 지난 7일 불승인 결정을 내리고 조기 상환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그럼에도 롯데손보는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금감원이 발끈했다. 금감원은 지난 8일 비상시 개최하는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롯데손보의 행태에 경고하고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을 요약하면 금융시장 안정은 ‘금융당국이 책임질 테니 롯데손보는 엉뚱한 핑계 대지 말고 후순위채 조기상환은 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겨 있다’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금융감독 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와 롯데손보의 ‘투자자 보호’가 충돌한 셈인데, 엄밀히 따지면 두 사항 모두 금융당국의 이슈일 뿐 롯데손보의 ‘투자자 보호’는 자신의 자금 조달 창구가 경색할 위험을 회피하겠다는 핑계를 그럴싸하게 금융 정책 이슈로 확대한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한편, 피감기관인 롯데손보가 감독 규정의 명백한 위반에도 감독기관에 정면으로 대드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상황을 놓고 그 원인에 대한 항간의 추측이 무성하다. 먼저 보험업법과 보험감독 규정 조항과 관련한 직접적 벌칙이 없어 롯데손보 같은 영리 추구 회사가 겁낼 일이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는 어떤 사람이 운영하고 이행하는가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롯데손보가 대놓고 항명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사모펀드’가 지배한 지배구조를 거론하는 분위기다. 롯데손보의 실질 대주주는 사모펀드 제이케이엘파트너스이다. 빅튜라 유한회사를 통해 2019년 구주매입과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롯데손보 77% 지분을 확보했고, 빅튜라 대표이사이자 제이케이엘파트너스 부대표인 최원진 사내이사가 롯데손보 사장 직함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 회생절차 사태에서 MBK파트너스가 보인 행태를 통해 사모펀드의 안하무인에 가까운 이익 추구 행위를 금융당국은 목격했다. 자라 보고 놀란 금융당국이 제이케이엘을 솥뚜껑으로 여겨 지레 겁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MBK는 수많은 국회, 금융당국의 비난과 비판에 소극적, 회피적으로 대처했다. 반면, 롯데손보의 제이케이엘은 금융당국의 금지에도 노골적인 대치를 전략으로 선택했다. 정권 교체기라는 정치적 상황으로 현 금융감독원이 얕잡아 보였을 가능성도 한몫했음이 틀림없다. 어찌 됐든 서슬 퍼렇던 검사 출신 원장을 선택한 금감원도 역대 가장 체면을 구긴 것임이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