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2025년 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5504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9% 신장했고, 당기순이익은 4360억 원으로 11.3% 증가했다. 이를 두고 메리츠증권의 ‘고수익 DNA’가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증권의 ‘고수익 추종 문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메리츠종금 합병으로 영업을 확장할 때 고율 성과급 배분을 쫓아 수많은 증권 인력이 이동하는 것을 필자는 목격했고, 이후 줄곧 증권업계는 메리츠증권의 과감한 영업정책에 부러움과 사고에 대한 우려를 함께 드러냈다.
메리츠증권은 고리대금업자라는 불쾌한 평가가 있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그 성장 과정에는 2010년 등장한 최희문 대표이사(현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그러다가 증권업계에서 우려하던 일들이 2023년 한꺼번에 터졌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2023년 이 회사 거래정지 직전 주식으로 전환해 귀신같이 매도했다. 일부 임직원도 이화그룹 계열사 주식거래 정지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감독원은 메리츠증권이 신청한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서 사법 위험으로 인한 심사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그와 같은 해인 2023년 메리츠증권 IB 본부 전 임직원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코스닥 기업의 사전 정보를 활용하고 수십억 원의 사익을 취했으며, 2024년에는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 부동산 매매 및 자금 조달을 알선한 혐의로 관련 IB 임직원이 무더기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필자가 보기에 회사의 이익추구 문화가 임직원의 사익 추구에 대한 불법행위 불감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증권회사에서 성과주의 영업을 섣불리 강화하길 꺼리는 주요 이유다.
결국 ‘고수익 DNA’로 메리츠증권을 이끌던 최희문 전 대표는 2023년 10월 국감장에서 곤욕을 치렀고, 11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책임을 지고 퇴임한 것이 아니라 메리츠금융지주의 운용 담당 부회장으로 영전해 돈 번 인물을 대접하는 메리츠금융의 ‘고수익 DNA’ 문화를 다시 한번 주변에 확인시켰다. 메리츠금융은 후임 대표에 지주에서 그룹 위험관리를 총괄했던 CRO 경력이 있는 장원재 S&T(Sales & Trading) 부문 부사장을 전격 발탁했다. 메리츠증권의 무너진 내부통제를 위험관리 전문가를 활용해 메꿔보겠다는 변(辯)과 함께 메리츠금융그룹은 장원재 대표를 발탁했다. 증권업 문외한이 보기에 언뜻 설득력 있어 보이는 배경 설명이지만 둘은 업무 분야가 전혀 다르다. 이후 메리츠금융은 장원재 체제의 ‘내부통제’가 못 미더웠는지, 아니면 그의 ‘고수익 DNA’가 의심스러웠는지 모르지만, 2024년 7월 김종민 대표를 각자 대표로 전격 선임하며 메리츠증권은 분할 통치 시대에 접어들었다.
장원재 대표가 S&T, 운용, 리테일을 중심으로 담당하고 김종민 대표가 IB, 부동산금융 및 경영관리를 맡고 있는데, 필자에게는 IB와 운용 수익이 대부분인 메리츠증권의 사업 부문을 양분하고 대표 간 경영수지 경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고수익 DNA’ 경영의 귀재 최희문 대표가 물러난 이후 대표 경쟁체제를 통해 추동력 공백을 채우려는 조치일 것이다. 장원재 대표 등장 시 ‘내부통제’가 화두였지만 김종민 대표와 경쟁체제가 도입하면서 ‘내부통제’는 희미해진 듯하다.
한국신용평가의 메리츠증권 신용평가보고서(9/4)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자산 건전성 지표는 최근 악화했다. 6월 말 기준 위험익스포저가 2조 원 이상 증가했는데 대부분 우발부채의 증가에 기인한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이 108.5%를 넘어섰고 요주의 이하·고정 이하 자산이 매우 증가하며 자산 건전성이 악화했다. 요주의 자산 가운데 홈플러스 기업대출 6551억 원은 담보신탁 1순위 수익권 보유 등으로 회수 가능성이 크다고 한신평은 평가했다. 그러나 요주의 이하 자산 약 35%를 차지하는 해외 부동산은 2025년 약 7000억 원이 만기도래하며, 글로벌 부동산 경기에 따라 회수·처분까지 장기간 소요할 가능성으로 자산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크다고 한신평은 분석했다.
한편 한신평에 따르면 자료 4에서 기업대출과 우발부채 증가는 IB 영업의 결과로 볼 수 있는데,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IB 사업 부문의 여러 사고가 있던 2023년에도 메리츠증권은 잠시도 IB 영업을 위축시킨 적이 없다는 점을 필자는 주목한다. 꺼지지 않는‘고수익 DNA’의 동력일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IB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대표를 갈아치웠지만 오히려 2024년 이후 IB 영업을 활성화했다.
또한, 우발부채의 증가세에서 알 수 있듯이 2024년 부동산금융 부문의 임직원 사익 편취가 적발했고 부동산 PF 불황이 있었지만 부동산 PF 영업은 더욱 늘어났다, 메리츠증권의 ‘성과 지상문화’는 불황도 불법도 초월하는 꺼지지 않는 동력원임이 틀림없다는 방증이라는 생각이다. 필자는 2023년의 불편한 추억이 2025년 이후 재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3년에 ‘고수익 DNA’와 불법 불감증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메리츠증권이 몸소 보여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