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테마주 열풍 후유증에 아직도 시달려… 외국인 순매수·순매도 종목 잘 살펴봐야
지난 추석 연휴 직전에 반도체 업종에서 전대미문의 외국인 폭풍 매수가 몰려들면서 증시는 더욱 거센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 같은 시세 급변동은 늘 투자주체별, 종목별 수익률에서도 극심한 차별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소위 잘나가는 주식은 더욱 잘나가는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2023년 이후부터 이번 달 2일까지 2년 9개월 동안 투자주체별로 순 매수·순매도가 집중된 종목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투자주체별 투자 성과가 얼마만큼 극단적으로 벌어졌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2023년 이후 투자주체별 순매수 톱10 종목과 순매도 톱10 종목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면, 투자주체별 수익률 편차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순 매수한 종목군은 약 2년 9개월 동안 평균 422.8%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둔 수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0.0%에 불과할 정도로 처참하다. 투자주체별 수익률 격차는 집중적으로 순매도한 종목군에서도 다시 한번 고스란히 반복된다.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내다 판 종목들의 수익률은 매우 낮아서 불과 15.0%에 그친 반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군의 수익률은 각각 271.0%와 265.4%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관과 개인들은 심하게 표현하자면 알곡은 애써 내다 버리고 쭉정이만 잔뜩 긁어모은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023년 이후 3년째 순매수 행진을 지속 중인 상태다. 특히나 '순매수 톱10' 종목에 대해서는 무려 36조원 이상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2023년 이후 외국인 전체 순 매수 규모가 17조5292원에 그친 점에 비춰보면, 매수세가 집중된 종목들을 사들이기 위해 다른 종목들을 대거 처분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 가운데 기관과 개인들의 집중 순매수 종목과 겹치는 종목은 아예 전무하다. 이만큼 서로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매매행태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이들 종목의 수익률은 어땠을까?
외국인 순매수 톱10 종목 대부분이 해당 기간 코스피 상승률(54.2%)을 압도하는 높은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들의 매수 규모와 주가 상승률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외국인들이 얼마만큼 집중적으로 사들였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순매수 집중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 또한 놀랄 만큼 뛰어나다. 400% 이상 상승한 종목만 하더라도 무려 4종목이나 된다. 나머지 대부분의 종목도 대체로 수익률이 양호한 편이다.
외국인 순매도 톱10 종목들은 이와 정반대다. 극소수 종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장 평균 수익률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잘 팔았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순매도한 종목 가운데 신한지주와 고려아연을 제외하면 나머지 8종목은 전부 시장 평균 수익률을 밑돌았으며, 4종목은 심지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외국인 순매도 종목들은 특히 2차전지 관련주에 집중됐다. 2023년 이후 외국인 누적 순 매수 규모가 17조5292억원인 반면, 2차전지 종목들에 대한 순매도 규모는 무려 21조2263억원에 이른다. 2023년 여름을 새까맣게 태워버린 2차전지 테마주에 대한 극단적인 이상 과열이 노련한 외국인 투자자들한테 얼마만큼 좋은 매도 기회를 제공했으며, 개인투자자들한테 얼마만큼 커다란 투자 손실을 안겼는지를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정반대 투자 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성과는 어땠을까? 개인들은 최근 3년 동안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들 가운데 시장 평균 수익률을 웃도는 종목은 단 한 종목에 불과한 반면, 무려 7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2023년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2차전지 업종에서 순매수한 금액은(톱10 종목에서만) 22조3125억원에 이르는데, 해당 기간 개인 순매도 규모가 22조6326억원임을 감안하면, 2차전지 종목들을 매수하기 위해 다른 종목들을 대거 매도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개인 순매도 톱10 종목을 살펴봐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성과가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 평균 수익률을 밑도는 종목은 그럭저럭인 반면, 엄청난 주가 상승률을 나타낸 종목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를 가장 화려하게 빛낸 대표적인 주도주들이 '개인 순매도 톱10'에 여럿 포함되어 있는 모습은 볼수록 안타깝기만 하다.
기관투자자들의 성적은 어땠을까. 대체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탁월한 성과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처참한 성과에 조금 더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먼저, 순매수 톱10 종목을 살펴보면 시장 평균 수익률을 뛰어넘은 종목이 8할에 이르지만, 코스피가 54.2% 상승하는 동안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종목이 2종목이나 포함된 것이 아쉽다.
기관 순매도 톱10 종목은 사정이 훨씬 나쁘다. 시장 수익률을 압도적으로 초과한 종목이 무려 4종목이나 포함돼 있고, 시장 수익률에 미달한 종목은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관 순매도 집중 종목 가운데 특히 급등한 3종목이 순매도 최상위 2, 3, 4위에 포진된 점도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분석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과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시장 평균수익률을 압도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정반대로,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성과는 처참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점이 다시금 드러난다.
투자주체별 수익률 격차가 이토록 심화된 데에는 2023년에 불어닥친 광기에 가까운 '2차전지 테마주 열풍'을 거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식투자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가 오래도록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이다. 엄청난 버블 시세가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에 2차전지 테마주에 휩쓸려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은 최근에 전개 중인 유례없는 코스피 불장에서도 여전히 부진한 수익률 때문에 고통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나날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장이든 미장이든 원하는 투자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버블 시세에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치명적인 실수를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