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이틀 연속 급격한 조정을 겪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예상 밖의 초강세장이 전개되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뜬금없는 급락 조정이 닥치니 다시 한번 더 놀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시장은 늘 급작스러운 하락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한두 차례의 급락으로 대세 상승이 곧바로 마무리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번 상승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주에 이틀 연속으로 급락하는 과정에서 예전에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몇몇 양상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첫째,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세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 탓에 급등주 중심으로 이익실현 욕구가 매우 커졌다. 둘째, 증시 상승을 주도해 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례없는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셋째, 금, 비트코인, 미국 주식 등 전 세계적인 자산 가격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자주 들린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약 21년 동안의 코스피 움직임을 살펴보면 이번 상승장이 얼마만큼 가파른지 금세 드러난다. 2021년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가 전개될 무렵 '동학 개미 운동'이 확산할 당시보다 훨씬 더 가파른 상승세다. 주가가 상승을 거듭할수록 FOMO(Fear of Missing Out·나만 돈 못 번다는 공포) 현상도 점점 더 심화하는 모습이다. 점심시간만 되면 어디서든 온통 주식 얘기로 귀가 따가울 정도다. 전날(5일) 하루 거래대금만 하더라도 무려 40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코스피 거래대금만 3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역대 거래대금 톱10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주식시장이 대충 언제쯤 대량거래가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과거 열 번의 기록적인 대량 거래 가운데 무려 8할이 '동학 개미 운동'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전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상승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극도의 공포감에 내몰려 '10만 전자'를 맹종하고, 수많은 전문가가 한술 더 떠 12만 전자, 15만 전자를 외칠 때가 바로 이 무렵이었다. 상승장이 전개될 때마다 늘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열 번의 기록적인 대량 거래에서 나머지 두 차례는 '2차전지 테마주'가 마지막 불꽃을 터뜨렸던 2023년 7월 26일과 지난 5일이었다. 비록 전날 거래대금이 역대 10위에 그쳤다고는 하나, 평소에 비하면 엄청나게 불어난 거래대금임은 분명하다.
다만, 역대급 거래대금을 기록한 날들이 전날 말고도 무려 아홉 차례나 더 있었다는 점이 일말의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진심인 집권 여당이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는 데다가, 이번 증시를 주도하는 업종이나 종목들이 저마다 마땅히 재평가를 받을 만한 요인들을 갖춘 터라, 겨우 이 정도의 거래대금만으로 벌써부터 피크를 논하기에는 너무 성급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의 급락 증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불안 심리 가운데 한 가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당황스러울 만큼 발빠른 태세 전환에서 비롯된 듯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역대급 외국인 순매수 기록'만 살펴봐도 그렇다. 과거 기록적인 순매수 가운데 7할이 지난해와 올해 발생했고, 특히 올해 9월과 10월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폭발적인 매수 행진을 펼치는 과정에서 외국인의 주식 매수 에너지가 실로 대단했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들은 코스피 지수가 4100포인트를 넘어설 때까지도 왕성한 매수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토록 한국 주식에 대해 열광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루아침에 순매도로 돌변하는 모습은 함부로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나 전날 하루 외국인은 2021년의 아픈 기억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만큼 거칠게 매도에 나서는 모습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결국 역대 1위를 경신하는 대기록으로 남았다.
외국인의 역대급 순매도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은 투자 주체는 결국 개인이었다. 전날 하루 일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의 순매수 기록을 새롭게 고쳐 쓰는 게 아닐까 했지만, 이날보다 더 강력한 순매수 기록이 무려 다섯 차례 더 있었다. 역대급 순매수를 기록한 날들은 2021년 1월부터 5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일어났고, 개인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쓸어 담을 당시 코스피 지수는 결국 역사적 고점 부근이었다. 개인들이 폭풍매수를 보였던 열흘 가운데 전날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동학 개미 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전날 하루 개인들의 폭풍 매수한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가까스로 4000포인트를 지켜냈지만, 이걸 사수한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결국 시간이 더 지나봐야 판가름 날 듯하다.
그렇다면 개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시기상으로도 매우 다양하고 코스피 수준도 비교적 폭넓게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9월과 10월에 집중적으로 매도한 때는 코스피 지수가 3300에서 3500 사이에 머무를 때였다. 평균적으로 2921포인트에 29조원 정도 매도한 셈인데, 대규모로 순 매수한 날들의 평균이 3210 포인트 수준임을 감안하면 결국 싸게 팔고 비싸게 되사들인 셈이다.
개인 순매수 톱10에 해당하는 날짜에 외국인 순매수 규모를 대조해서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매번 높은 비율로 서로 정반대의 매매 방향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역대급 순매수 또는 순매도가 터지는 날에는 늘 매매 상대방이 동일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개인들이 대량으로 순매도하는 경우에도 사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막대한 자금과 정보력을 갖춘 외국인이 어느 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누구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매매 방향을 거슬러 역행 투자에 나서봐야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외국인이 단 이틀 동안에만 5조원 이상을 폭풍 매도하는 모습은 자주 관찰되는 모습은 아니다. 당분간 그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