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결정판 ‘IMA’ 앞에서 멈춰버린 KB금융그룹의 ‘태생적 한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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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결정판 ‘IMA’ 앞에서 멈춰버린 KB금융그룹의 ‘태생적 한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5.11.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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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무브로 ‘제살 깎아먹기’ 우려 속 은행계 금융그룹 특유의 ‘이종 업종 배척’ 아닐는지
KB금융그룹의 결단은 IMA 회피?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KB금융그룹의 결단은 IMA 회피?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명나라 마지막 숭정 황제(1628~1644)가 멸망을 초래한 말년 정치를 두고 역사는 ‘스스로 만리장성을 헐었다(自毁長城·자훼장성)’라고 평가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제살 깎아먹기’를 했다는 뜻인데, 약 400년 전 교훈을 반면교사 삼으려는 움직임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포착돼 주목된다. 바로 KB금융그룹의 자회사 KB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성장 전략에서 이를 목격할 수 있다.

자료 1. / 출처=한국기업평가
자료 1. / 출처=한국기업평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종합투자계좌(IMA)를 취급할 수 있는 종투사로 지정했다. 2013년 미래에셋 등 5개 증권사가 자기자본 3조원대 종투사로 지정된 이후 최근 KB, NH투자, 한국투자, 미래에셋 등 4개 증권사가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IMA까지 인가받은 초대형 종투사는 한국투자, 미래에셋증권 2개뿐이다. 그동안 IMA 인가를 받거나 추진 중인 종투사는 이 상품이 마치 증권사로서 절대 반지인 양 사활을 건 듯한 태세였다. 이러한 가운데 KB증권이 IMA 인가 추진을 미루는 등 아주 다른 전략적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크다.

자료 2. /출처=한국기업평가
자료 2. /출처=한국기업평가

종투사는 자기자본 규모별로 4조원 이상은 발행어음, 8조원 이상은 IMA 상품 발행을 금융위가 인가한다. 발행어음이란 1년 이하 단기상품이고 IMA는 1년 이상 장기 상품이다. 이들 금융 상품은 종투사가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자금 조달 창구이며,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IMA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과 통합해 자기자본 300%까지 해당 상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종투사 경영 레버리지를 약 3배 늘리며, 경영에 투하한 자본의 목표 투자수익률을 3분의 1로 낮추는 효과가 있어 종투사 경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 19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25%까지(현행 10%) 모험자본 공급의무를 부여하고, 부동산 투자는 현행 30%에서 10%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종투사의 경제적 기능을 조정했다.

자료 3. /출처=금융위원회
자료 3. /출처=금융위원회

어찌 됐든 KB증권이 IMA 인가 신청을 하려면 1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므로 사실상 KB금융그룹의 전략적 자원 배분에 대한 의사 결정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IMA 인가를 위한 재무전략 판단에 있어 한국투자나 미래에셋처럼 증권산업 기반 금융그룹과 달리 은행 주력인 KB금융그룹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단서는 IMA 상품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IMA는 1년 이상 원금을 보장하는 실적 배당 상품이다. 애초 금융위가 공개한 IMA 상품 예시에 따르면, 목표 수익률(보수 차감 후)이 만기와 위험선호성향에 따라 연 3.5~6.6%에 이른다. IMA의 원금보장은 증권사가 고수익 ELB(주가연계채권)를 도입하는 효과로 당연히 은행의 주 수익원인 예금상품을 대체하는 경쟁 금융 상품으로 기능할 것이 분명하다.

자료 4. /출처=KB금융지주 IR자료 발췌
자료 4. /출처=KB금융지주 IR자료 발췌

KB금융그룹의 이익 기반은 누가 뭐래도 KB국민은행이다. KB금융그룹 전체 이익의 57.5%를 은행이 창출하고, KB증권은 8.8%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업이란 예금을 대출로 운용하며 발생하는 신용창조 효과로 증권업이 따라갈 수 없는 안정적 고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업이다. 금융그룹의 재무관리 효율성 측면에서는 위험을 고려한 투자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그룹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당연하다. 은행계 금융그룹에서 비은행 부문이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종투사가 어렵게 IMA 인가를 받은 후 금융그룹 내부에서 머니무브가 일어나면 은행 고객 기반 훼손 등 제살 깎아먹기로 역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자료 5. /출처=KB증권
자료 5. /출처=KB증권

여기에 금융그룹 내 업종 간 기업문화적 충돌도 KB금융의 IMA 인가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에 한몫했으리라는 추측이다. KB증권은 2016년 증권산업의 톱 랭커였던 현대증권이 주축으로, 당시 KB투자증권과 합병해서 탄생했다. NH투자증권에 옛 LG투자증권 DNA가 남아 있어 NH금융그룹 내부에서 NH투자증권이 독자적 경영 목소리를 내는 사례처럼, 합병 후 10년이 되어가는 KB금융그룹에도 옛 현대증권의 DNA가 살아있음이 틀림없다. 은행계 그룹의 증권 자회사에 근무한 필자 경험에는 과거 증권계 강자들의 기업문화는 상당히 도전적인데, 그룹을 장악한 은행 임직원은 이러한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꺼린다. 이 같은 증권업 특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IMA 인가를 통한 급속한 성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은행계 KB금융그룹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아는 한 은행계가 장악한 금융그룹의 이종 업종 기업문화 배척과 소멸 움직임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결국, 재무적 효율성이나 기업문화 충돌로 은행계 증권사가 초대형 종투사로 성장하는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국내 증권사의 무능력도 큰 원인이다. 미국이나 유럽계 투자은행처럼 기업금융 역량이 높다면 적극적으로 종투사 자기자본 확장을 고려할지 모르지만, 최근까지 국내 종투사는 갑자기 늘어난 자기자본을 상당 부분 국내외 부동산 금융에 투자했다가 거의 패가망신한 수준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IMA와 발행어음 조달 자금의 부동산 투자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므로, 거대 자본을 가진 IMA 인가 종투사의 경영 여건도 만만치 않다. 여러 가지로 KB금융그룹이 발행어음 취급 증권사로 KB증권을 유지할 이유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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