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안설계 단계서 기계·전기·조경·토목 도서 제출 의무 아냐” 명확히 판시
전문가들 “입찰 무효 주장 자체가 절차 공정성 훼손” 근거 없는 비방 지적 잇따라
서울 강북권 핵심 정비사업장으로 꼽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이 마감된 9일, 특정 입찰 참여사를 겨냥해 “입찰서류가 미비해 자격에 문제가 있다”라는 적법하지 않은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대우건설이 대안설계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건축 설계 도면과 공사비 산출내역서는 제출했으나, ‘흙막이·전기·통신·구조·조경·기계·부대토목’ 분야의 세부 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관련 입찰 지침과 법령, 그리고 이미 확립된 판례를 종합하면 해당 주장은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안팎에서 “입찰 절차를 둘러싼 소모적 비방이 오히려 사업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입찰 지침 어디에도 ‘분야별 세부 도서’ 제출 의무 없어
우선 성수4지구 조합이 배포한 입찰지침서에 따르면, 입찰자가 제출해야 할 서류로는 <서울시 건축물 심의 기준 등을 준수한 대안설계 계획서(설계도면 및 공사비 산출내역서 포함)>가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침 문언 어디에도 ‘흙막이, 전기, 통신, 구조, 조경, 기계, 부대토목’ 등 분야별 세부 설계도서를 입찰 단계에서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비사업에서 입찰 지침은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입찰의 성립 여부와 유효성을 판단하는 준칙이다. 그럼에도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서류를 기준 삼아 입찰 자격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고시인 <정비사업 계약 업무 처리 기준>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기준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제출해야 할 기본적인 서류 유형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을 뿐, 대안설계 단계에서 기계·전기·조경·토목 등 세부 분야별 설계도서를 모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은 어디까지나 사업 수행 능력과 개념 설계, 공사비 산출의 타당성을 비교·검증하는 단계”라며 “실시설계 수준의 도서를 입찰 단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 법원 판례도 위법 지적… “대안설계 시 제출해야 할 서류 아냐”
이 같은 해석은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19가합401338’ 판결에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대안설계를 제시한 시공사가 기계·전기·조경·토목 분야 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 삼은 사안에 대해, “해당 도서들은 대안설계 시 제출하여야 할 입찰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명확히 판시했다.
법원은 ▲입찰 지침상 해당 도서 제출 규정이 없는 점 ▲입찰 단계에서 모든 세부 설계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 ▲구체적인 설계 검토는 이후 사업 시행계획 수립 및 각종 심의 단계에서 이뤄지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25카합20696’ 결정 역시 같은 취지다. 법원은 입찰 이후 입찰 지침이나 공고에 근거하지 않은 기준을 사후적으로 적용하거나 해석을 변경하는 행위가 입찰 절차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근거 없는 입찰 무효 주장이 오히려 법적 리스크”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선을 긋는다. 입찰 지침에 없는 요건을 들어 입찰 자격을 문제 삼는 경우, 오히려 조합이 절차 위반 또는 재량권 일탈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 한 법률 전문가는 “입찰 단계에서 요구하지 않았던 서류를 이유로 특정 입찰자를 배제한다면, 이는 명백히 사후적 기준 변경”이라며 “분쟁이 발생할 경우, 조합이 불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 입찰 지침과 관련 법령, 서울시 기준에 따라 요구된 모든 서류를 적법하게 제출했다”라며 “입찰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서류를 문제 삼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조합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입찰 마감 이후 제기된 이번 ‘서류 미비’ 논란을 두고, 업계에서는 “법령과 판례를 외면한 채 입찰 절차를 흔드는 비방이 반복될수록, 사업 지연과 신뢰 훼손이라는 부담은 결국 조합과 조합원에게 돌아간다”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편 성수4지구는 서울 성동구 성수 2가 1동 219-4 일대 약 8만92828㎡에 지하 6층~지상 64층, 총 1439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조성하는 총공사비 1조3628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