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잠 못 드는 이유 [김범준의 세상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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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잠 못 드는 이유 [김범준의 세상물정]
  • 김범준 편집위원(성균관대 교수)
  • 승인 2026.05.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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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윤의 ‘살찌지 않는 몸’
배고프면 잠 못 드는 이유는 무얼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배고프면 잠 못 드는 이유는 무얼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살찌지 않는 몸>은 비만과 대사질환 클리닉을 운영하는 현직 의사 우창윤의 첫 책이다. 저자는 구독자가 140만이 넘는 인기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에도 참여하고 있다. 구독자가 붙여준 저자의 재밌는 별명이 ‘맞말아저씨’와 ‘아뇨아뇨쌤’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맞는 말은 하고, 다른 이가 진실과 다른 얘기를 하면 주저 없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리라.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은 <진화한 마음>에서 “현대인의 두개골에는 석기 시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라고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현대인의 과식과 이로 인한 비만이다. 오래전 우리 조상은 척박한 환경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며 늘 먹을 것을 구하려 노력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뭐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이 눈에 띄면, 특히 칼로리가 높은 것이라면, 일단 최대한 많이 먹고 보는 것이 당연한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 틀림없다. 살이 찔까 두려워 눈앞의 잘 익은 과일을 딱 한 개 먹고 참은 사람이 아니라, 배불러도 꾹 참고 연거푸 다섯 개를 먹어 에너지를 몸에 축적한 사람이 우리 선조다. 당과 지방이 많은 먹을 것을 보면 배불러도 결국 참지 않은 인간만이 굶주림의 기간을 버티고 살아남아 후손을 남길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의 풍족한 환경에서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내일 아침에 음식을 못 먹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조상이 물려준 두개골 안 석기 시대의 마음이 이미 배부른 오늘 밤 냉장고 문을 또 열게 만든다.

현대인의 과식과 비만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설명은 이처럼 직관적이고 자명하다. 하지만 배달앱으로 고열량 음식을 주문하게 하는 과정이 ‘어떻게’ 우리 몸 안에서 펼쳐지는지 설명하는 것은 진화심리학보다는 의학과 생물학의 영역이다. 이 책 <살찌지 않는 몸>은 비만이 어떻게 부족한 수면시간의 영향을 받는 지, 운동의 효과는 우리 몸 안에서 어떻게 펼쳐지는 지, 그리고 전통적인 밥상이 아닌 현대의 초가공식품이 어떻게 우리를 살찌우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이렇게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구체적인 조언이 책 후반에 이어진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질병으로 인정한 비만은 단지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의 핵심 위험 인자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비만인은 스스로 몸무게 조절을 하지 못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자 게으른 사람이라는 그릇된 낙인의 피해자가 되어 사회적 차별로도 고통받는다. 비만은 신체와 정신의 건강, 삶의 질, 그리고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다. 저자가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는 것이 있다.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적인 체중 감량을 위해 의지로 힘들게 버텨야 한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의지로 버티지 않아도 되도록 자신 삶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성공적 체중 감량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억지로 안 먹어 살을 빼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먹고 싶은 마음이 굳이 들지 않도록 삶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배고프면 잠 못 드는 이유는 무얼까? 며칠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우리 선조의 상황을 떠올려보자.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어떻게든 잠은 줄이고 몸은 움직여 먹을 것을 애써 찾아내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 분명하다. 배고픔이 아니어도 으르렁 호랑이 소리가 들리면 편히 잠들 수 없었다. 우리 조상이 밤늦게 깨어있을 때는 주로 배가 고프거나 위험할 때였을 것이 분명하다. 배고픔과 위험이 원인이고 잠 못 이루는 것이 결과지만, 오래전 석기 시대에서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현대의 우리 뇌는 얼마든지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생각할 수 있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게임 하느라 잠이 부족한 것일 뿐인데, 밤늦게 깨어있는 우리 뇌는 잠 부족을 배고픔의 신호로 오인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현대인의 뇌는 수면 부족을 배고픔과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한다.

부족한 수면이 일으킨 스트레스 반응으로 우리 뇌는 내일모레의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토끼를 사냥하러 가거나 후다닥 늑대로부터 도망가려면 빠르게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고열량 음식을 빨리 섭취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과거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이 행동을 부추기기 위해 고열량 음식을 섭취할 때 빠르고 강렬한 쾌감 반응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이 장착되었다. 책에 소개된 연구가 재밌다. 성인 2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수면 부족 상태에서 고칼로리 음식을 보여주면 감정과 동기 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의 활성은 증가하지만 이성적 판단에 관여하는 전두엽의 활성은 저하된다. 잠이 부족한 우리 뇌는 고칼로리 음식을 보면서 편도체가 주도하는 단기적 쾌감과 내일 몸무게 잴 때 후회할 것이라는, 전두엽이 경고하는 장기적 결과를 저울질하지만 결국 승자는 편도체다. 우리 뇌의 메커니즘으로 말미암아 수면 부족 시 현대인은 하루 평균 약 600칼로리의 열량을 더 섭취한다고 한다.

수면 부족이 일으키는 문제는 단순한 과식만이 아니다. 수면 부족을 급박한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한 우리 몸은 과식으로 남아도는 에너지를 내장 지방의 형태로 저장한다. 내장 지방과 피하지방의 차이를 저자는 재밌는 비유로 설명한다. 피하지방이 이율 좋은 은행 예금이라면 내장 지방은 빠르게 꺼내 쓸 수 있는 지갑 안 현금에 해당한다. 마치 현금처럼 활성이 좋은 내장 지방은 지방산의 형태로 쉽게 혈액으로 방출되어 간으로 흘러들어 지방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장과 간의 지방은 동맥경화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수면 부족으로 생성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은 또 다른 방식으로 건강을 해친다. 늘어난 코르티솔을 급박한 위기 상황의 표지로 인식한 우리 몸은 근육 단백질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바꾼다. 곧 닥칠 추위를 대비해 땔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싸게 산 멋진 가구를 부수어서 나무 장작을 쌓는 셈이라는 저자의 비유가 재밌다. 코르티솔의 작용으로 포도당이 늘어 혈당이 상승하면 늘어난 혈당을 우리 몸은 또 내장 지방으로 바꿔 저장한다. 수면 부족을 스트레스로 오인한 우리 몸은 빠르게 흡수되는 고열량의 음식을 찾고, 이로 말미암아 내장 지방은 늘고 근육 단백질은 준다. 배는 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진다. 피로는 심해지고 활동량은 줄어든다.

인류학에서는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로 우뚝 서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로 직립 보행을 꼽는다. 네발로 달리는 것에 비교하면 두발 달리기는 에너지 소비량의 측면에서 엄청난 효율성을 갖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두 시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동물은 인간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우리 선조는 직립 보행으로 엄청난 장거리 달리기 실력을 갖게 되었고 사냥감 동물이 지칠 때까지 쫓아가 잡는 지구력 사냥법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결국 우리 인간 신체는 두발 걷기와 두발 달리기에 최적화되었다. 우리 몸은 가만히 앉거나 눕기 위한 것이 아니다. 걷고 달리고 움직이기 위한 것이다.

우리 선조는 배고프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움직이고, 먹을 것을 구해 배를 채우면 상당한 만족감을 보상으로 얻게 되었다. 물론 먹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힘든 사냥의 결과로 느낀 만족감의 강도는 줄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또 배고파지면 힘들어도 사냥에 나서게 될 테니 말이다. 뇌과학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도파민 시스템의 작동 원리가 바로 이 얘기다. 음식을 구하려면 몸을 움직여야 했던 과거 선조들의 삶과 우리 현대인의 삶은 무척 다르다. 누워서 떡 먹듯, 우리는 이제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쉽게 먹어 강한 보상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신체 활동의 감소로 근육이 줄어 운동을 더 힘들게 느끼게 된 현대인의 몸은 움직이기 힘들어 신체 활동을 더 줄이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아도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강한 보상을 정제 탄수화물과 초가공식품에서 찾게 된다. 이런 음식이 일으킨 혈당의 급격한 변동과 염증 반응으로 우리 몸이 느끼는 피로감이 심해진다. 피로로 움직이기 싫어진 우리 몸은 운동량을 더욱 줄이고 그 대신 빠른 보상을 주는 초가공식품을 또 찾게 만든다. 운동 부족과 비만 사이 악순환의 고리가 되풀이된다.

초가공식품은 산업 공정으로 대량 생산되어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고칼로리 식품을 말한다. 탄산음료, 과자, 인스턴트 라면, 시리얼 같은 식품이 대표적이다. 포르투갈어로 ‘새로운’이라는 뜻을 가진 노바(Nova) 식품 분류 체계에 따르면 과일, 채소, 통곡물, 생선, 달걀 등의 최소 가공 식품이 1단계 식품이다. 가공의 정도에 따라 단계 수가 올라가서 노바 식품 분류 체계의 4단계 식품이 바로 초가공식품이다. 저자는 원재료의 모습과 형태가 더 많이 남아있는 것이 1단계, 겉모습으로는 도대체 원재료를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 4단계 식품이라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분류법도 알려준다. 시리얼과 탄산음료를 보면서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짐작하는 것은 불가능해도, 통곡물, 달걀, 당근을 보면 보이는 모습이 원재료의 모습 그대로다. 저자의 손쉬운 분류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초가공식품의 하나인 가당 음료에 담긴 포도당은 20~30그램인데 성인의 혈액에 녹아있는 포도당은 4~5그램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초가공식품이 우리 몸의 혈당 조절 시스템에 얼마나 강한 충격을 주는지 알 수 있다. 탄수화물과 지방을 거의 1:1로 함유한 초콜릿 바와 같은 초가공식품은 소금과 설탕 등도 정교하게 조합해 한번 먹으면 도저히 도중에 멈추기 어려운 맛을 만들어낸다. 초가공식품의 중독적인 맛과 고열량도 문제지만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과 식욕 회로 자체를 나쁜 방향으로 재설계한다는 것이 초가공식품의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우리 몸의 혈당이 초가공식품으로 높게 유지되다가 시간이 지나 약간 줄어들면 우리 뇌는 이를 잠재적인 에너지 결핍으로 인식한다. 혈당이 낮은 것이 아닌데 낮다고 판단해 초가공식품을 다시 또 갈구하게 만든다. 이러한 혈당 스파이크와 그에 뒤따르는 과도한 인슐린 분비로 말미암아 포도당은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공복시에도 인슐린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게 된다. 즉 배는 고픈데 살은 잘 빠지지 않는 상황이 되고 만다. 저자는 문제의 핵심은 단지 칼로리가 높은 식단이 아니라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이라고 강조한다. 같은 칼로리라도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 우리 몸이 다르게 작동한다.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은 우리 몸을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재설정해서 이후 살이 빠지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얘기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초가공식품 대신 원재료가 무엇인지 한눈에 보이는 최소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으로 바꿀 일이다.

/웅진지식하우스
/웅진지식하우스

수면 부족, 운동 부족, 그리고 초가공식품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살을 찌우는 지, 과학적으로 찬찬히 설명한 저자는 책의 후반에서는 살찌지 않는 몸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언을 소개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비운동성 활동 열량 소모’로 옮길 수 있는 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였다. 근육이라는 대사 엔진을 켜는 일종의 스위치인 NEAT가 작동을 시작하면 인슐린이 없어도 근육이 혈당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포도당 수송 단백질 GLUT4이다. 근육이 수축하면 GLUT4는 세포막으로 이동해 혈당의 통로를 열어 근육 속으로 혈당이 들어가게 해서 우리 몸의 혈당을 낮춘다. 혈당이 줄어들면 인슐린의 분비도 줄어 지방의 생성도 줄어들게 된다. NEAT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운동강도와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것이 흥미롭다. 식후 가벼운 운동으로도 즉각적으로 켜지는 스위치인 NEAT는 세포 속에서 대사를 조절하는 효소인 AMPK를 활성화해서 지방을 태우는 속도를 높이고 포도당을 연료로 쓰는 능력도 높인다. 저자는 식후 90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섭취한 에너지가 지방으로 저장될지, 아니면 근육에서 바로 사용될지가 식후 90분 안에 결정된다. 밥 먹고 곧바로 앉거나 누우면 혈당이 빠르게 증가하고 인슐린도 과도하게 분비되어 초과 섭취 에너지가 지방으로 저장되지만, 식후 10~30분 가볍게 움직이기만 해도 NEAT의 작동이 시작된다. 근육이 혈당을 흡수하고 인슐린 분비를 줄여 지방 축적도 줄인다. 식후 짧은 시간의 가벼운 걷기 운동만으로도 칼로리 소모량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나도 건강한 삶의 구조를 갖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기상 시간도 꼭 실천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니 하나같이 저자가 말하는 정제 탄수화물 식품이나 초가공식품이었다. 자꾸 먹고 싶어진다면 일단 눈에 보이지 않게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아이스크림은 사지 말고, 초콜릿 바와 달콤한 크림빵이 보이면 일단 눈에 띄지 않게 멀리 치우는 것이 좋겠다. 식사 전 너무 배고프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식후 짧은 시간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도 시작해야겠다. 커피 한잔 내리고 스쿼트 20개, 런지 20개하고 텔레비전 켜기처럼, 짧은 운동을 일상의 활동에 짝 지워 조건화하고 습관으로 바꾸는 것도 당장 시작해 보자.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

1. 수면이 부족하면 왜 고열량의 초가공식품을 먹게 될까요? 스트레스 호르몬, 그리고 편도체와 전두엽 활성 변화의 측면에서 책의 설명을 요약해 들려주세요.

2. 수면 부족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수면 부족이 이어지면 배는 볼록해지고 팔다리는 가늘어지는 이유를 설명해 보세요.

4. NEAT는 어떤 방식으로 몸에서 일어나는 대사를 ‘살이 잘 찌지 않는 대사’로 바꾸는 지, GLUT4와 AMPK의 역할을 이용해 설명해 보세요.

5. 초가공식품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 몸의 대사를 변화시키나요?

6. 배고플 때 단것을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7. 자신의 현재 생활 습관을 돌이켜보고 자신만의 체중 감량 전략을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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