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보다도 10개월 짧아… 조합원들 안전·품질 우려 커져
“지상 공정은 한계… 결국 지하·마감 압축 여부가 핵심 변수”
서울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DL이앤씨가 제시한 ‘57개월 공사 기간’을 둘러싸고 공기 산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전국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붕괴 사고 이후 건설업계 전반에서 공정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60층 이상 초고층 사업지에서 60개월대 후반 공기를 제시하는 흐름에 견줘 이례적으로 짧은 일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압구정5구역은 지하 5층~지상 68층, 8개 동에 1397가구 규모의 초고층 재건축 사업이다. 특히 대규모 지하 구조물과 초고층 골조가 결합한 사업으로, 일반 재건축보다 공정 간 연계성과 시공 난이도가 훨씬 어려운 사업지로 평가된다.
이번 입찰에서 현대건설은 67개월 공기를 제시한 반면, DL이앤씨는 57개월을 제안했다. 같은 사업지 기준으로는 10개월, 이보다 한 개 층 낮은 최고 67층 규모의 압구정4구역(1664가구)에서 삼성물산이 제시한 68개월과 비교해도 최장 11개월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속도 경쟁‘이라기보다 수주 과정에서 제시된 ’공격적인 일정‘으로 평가하며, 공사 기간 단축이 실제 어떤 공정에서 반영됐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초고층 공사는 지하 토목, 골조, 외장, 설비, 마감 등 주요 공정이 상호 의존적으로 맞물리는 구조로, 특정 공정만으로는 전체 일정을 크게 단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상 골조 공정은 공기 단축 여지가 제한적인 영역으로 평가된다. 대형 건설사 간 공법과 장비 수준이 유사하고 층별 반복 공정 구조를 갖추고 있어 물리적인 속도 차이를 크게 벌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사 기간 차이가 발생한 구간을 지하 토목공사나 마감 공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하 공사는 굴착과 기초 시공 등 구조 안전의 출발점이며, 마감 공정은 준공 이후 품질과 직결되는 단계다. 공정 압축 여부에 따라 안전성과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현장 여건도 변수다. 압구정5구역은 암반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어 일반 토사보다 공사 진척이 느릴 수밖에 없다. 공법 선택에 따라 공사 기간 변동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발파 작업이 필요한 경우 소음·진동에 따른 민원과 공정 지연 요인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초고층 건축물이라는 점 역시 일정 산정의 핵심 변수다. 50층 이상 건축물은 피난 안전 구역 확보, 풍하중 대응, 설비 통합 등 일반 공동주택보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며, 이에 따라 공정 간 동시 진행과 관리 난이도가 높아지는 구조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광주 화정과 인천 검단 사고 이후 공정 관리와 안전 확보가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사 기간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압구정5구역 공사 기간 논쟁은 ‘57개월이 가능한가’라는 것보다 ‘어떤 공정에서 어떻게 줄였는가’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고층 현장에서 공기 단축이 특정 공정에 집중될 경우, 그 자체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도 “공사 기간은 공사비와 직결되는 동시에 안전과 품질의 전제 조건”이라며 “조합 입장에서는 기간 못지않게 일정의 현실성과 리스크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DL이앤씨 관계자는 “당사가 압구정5구역에 제안한 57개월이란 공사기간은 현실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공사 계획”이라며 “합리적인 공사 계획과 정밀한 시공 계획, 글로벌 협업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반으로 도출된 결과인 만큼 공기를 반드시 준수해 압구정의 최정점에 걸맞은 단 하나의 절대적 주거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