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식시장이 하루아침에 전 세계 증시를 요동치게 만드는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을 맞아 반도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급팽창한 이후 다양한 수급 변동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핵심 종목을 대규모로 보유 중인 외국계 펀드에서 반기 말 기준으로 리밸런싱 매도 물량을 계속 쏟아내는 데다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된 영향도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이처럼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우리 증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가세하면서 투기적인 과열 양상이 온종일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신용융자 잔액마저 역대 최대치로 불어난 마당이니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건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이후부터 급등 흐름을 타기 시작한 증시가 그동안 얼마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 왔는지는 아래 그래프만 보더라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90년대 말 IT 버블이 붕괴된 이후 지금까지 국내 증시는 대략 다섯 차례 정도 상승 랠리가 펼쳐졌지만, 현재 진행 중인 폭등 랠리를 제외하면 나머지 네 차례의 랠리는 야트막한 구릉처럼 보일 정도로 작아 보인다.
2000년대 이후 진행된 다섯 차례의 상승 랠리에서 기록했던 시가총액 규모도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작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학개미 열풍이 불었던 2021년 여름의 기록적인 랠리 당시에 기록했던 시가총액 규모조차 지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상승 랠리를 주도했던 종목들의 시가총액 규모를 살펴보더라도 과거와는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이번 랠리에서 나타난 '시가총액 톱10' 종목의 규모가 엄청나다. 코스피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이번 달 22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톱10 종목의 합산 시총은 무려 5203조원에 이른다. 코스닥을 포함한 증시 전체 시총 대비 65.1%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대한민국 증시가 바야흐로 지난 수십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대형주 위주의 시장으로 대변혁을 겪고 있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2000년 이후 다섯 차례의 강세장에서 톱10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로 30%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번 폭등장에서는 톱10 종목의 시총 비중이 무려 65.1%까지 급격하게 늘어난 상태다. 요즘 증시의 새로운 특징 가운데 하나가 시가총액이 큰 종목일수록 변동성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과거에 중소형주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급격한 가격 변동이 초대형주에서 일상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시총 톱10 종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마치 쌍두마차처럼 질주하고, 그 뒤를 이어 SK스퀘어와 삼성전자 우선주가 마치 마부처럼 열심히 뒤따라가는 모습이다. 이들 반도체 핵심 4종목이야말로 대한민국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핵심으로 부를 만하다. 더군다나 이들 두 종목에 딸린 단일종목 레버리지까지 엄청난 거래량을 동반하면서 미친 듯 춤을 추고 있으니, 대한민국 증시가 경마장인지 카지노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지나치게 투기적으로 변모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지난 네 차례의 상승 랠리에서도 극심한 쏠림 현상이 여러 차례 나타난 바 있지만, 이번 상승랠리만큼 극단적인 쏠림 현상을 보인 경우는 없었다. 폭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비해 품귀를 빚을 만큼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일찍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엄청난 영업이익을 쓸어 담고 있는 만큼 주가가 폭등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나온 과거에 한때나마 모든 투자자가 그토록 열광했던 주도주들조차도 이번 상승랠리의 주역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열광에 비하면 그저 아이들 장난처럼 여겨질 정도다.
지금까지 진행 중인 폭등장에서 코스피 시가총액이 불어난 기울기는 아찔할 정도로 가파르다.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종목들이 바로 시가총액 톱4에 포진한 네 종목(삼성전자, 삼성전자 우선주, SK하이닉스, SK스퀘어)이다. 이들은 마치 고대 로마 시대의 원형경기장을 거침없이 질주하던 영화 속 주인공이 타고 달리던 4두마차를 연상시킬 정도로 씩씩하고 당당해 보인다. 대한민국 투자자들은 바야흐로 반도체 투톱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반도체 4두마차(삼성전자, 삼성전자 우선주, SK하이닉스, SK스퀘어)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새 61.2%까지 치솟았다. 다른 수많은 종목을 모두 끌어모으더라도 그들의 시가총액 합산 규모는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38.8%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