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및 국내 가상자산시장이 유례없는 ‘거래 가뭄’과 유동성 고갈로 깊은 한파에 진입했다. 지난 상승장의 열기가 점차 식어가는 가운데, 주요 거래소들의 일일 거래대금이 불과 1년 전 대비 최대 80% 이상 폭락하면서 시장 전체의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던 거래소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보유 자산 처분으로 연명하는 상황이며, 투자자들의 관망세는 날로 짙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합산 거래대금은 크게 줄어들어 증권시장 거래액의 극히 일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수수료 수입이 급감하면서 거래소들은 신사업을 축소하고 보유 코인을 매각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국내뿐만 아니라 바이낸스 등 글로벌 중앙화 거래소(CEX)의 현물 거래량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매수세 약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거래를 멈추게 했나=전문가들은 이번 거래 절벽의 원인을 거시경제적 이탈, 호재 소진, 규제 불확실성, 자금의 쏠림 현상 등 4가지로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자금의 흐름이 안전자산(달러, 금 등)으로 급격히 회귀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고위험·고수익 자산인 가상자산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크게 감소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주요국 대선 등의 대형 이벤트들이 시장에 이미 가격으로 선반영된 후, 추가 상승을 이끌 만한 기폭제가 사라졌다. 상승 모멘텀의 부재는 투자자들을 장기 관망세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기관 자금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안전성이 검증된 대형 자산에만 국한돼 유입되는 반면, 개인 투자자 참여 비중이 높은 알트코인 시장은 유동성이 마르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로 인해 전체 시장의 거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미국 및 주요국의 가상자산 관련 입법 체계(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법안 등) 논의가 지연되거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느려지면서, 신규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전화 과정의 성장통=전문가들은 현재의 거래량 실종이 시장의 고립을 의미하기보다는, 투기성 자금이 정화되고 제도권 금융으로 안착하는 체질 개선의 과정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당분간 통화 정책의 명확한 전환이나 대형 호재가 나오기 전까지는 박스권 안에서 소강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매도 압력이 점차 약화되고 자산이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는 등 장기 보유 경향이 강화되고 있어, 향후 자금 유입 시 가격 반등 탄력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미국의 '클래리티 법안'이나 각국의 2단계 가상자산 법안 등 제도화가 가속화되면,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돼 기관 투자자의 본격적인 진입이 가능해진다. 실물자산 토큰화(RWA) 및 원화·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기틀이 마련되면서, 단순 매매 차익을 넘어선 실질적 유용성을 가진 프로젝트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수수료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던 거래소들은 수익구조 다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법인 계좌 허용 추진, 금융권과의 합종연횡, 파생상품 및 커스터디(자산 보관) 서비스 확장 등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가상자산시장이 겪는 거래 절벽은 단순한 침체기를 넘어 '수익률 추구형 투기장'에서 '규제 기반의 금융 인프라'로 탈바꿈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성장통'에 가깝다. 거품이 꺼진 자리에 실질적인 기술적 가치와 규제 준수 역량을 갖춘 프로젝트만이 살아남는 혹독한 도태와 재편의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