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직후 취임, ‘윤석열의 알박기’ 꼬리표… 이 대통령 “분사 점검”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의 100%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이 공시하는 매출이 재미있다. 이 회사는 두 가지 매출을 가지고 있는데 총매출과 순매출이다. 총매출이 순매출의 약 두 배로 외형이 크다. 당연히 기업은 외형이 큰 것을 선호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도 코레일유통은 총매출을 1순위 항목으로 표시하고 있다.
박정현 대표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대통령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코레일유통을 포함한 코레일 자회사 5곳의 분사 필요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박정현 대표는 올해 시무식에서 지난해 7000억원을 초과하는 매출 달성을 언급했으며, 브로슈어에도 이를 기준으로 매출 실적을 대외적으로 홍보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박정현표 현장 혁신’이라는 낯간지러운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박정현 대표는 2014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을 역임했고, 2019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를 끝으로 5년 이상 공직에서 벗어나 장기간 쉬다가 지난해 2월 윤석열정부에서 코레일유통 대표이사로 전격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박정현 대표는 탄핵당한 정권에서 공직을 맡은 독특한 경력을 가졌다. 계엄 이후 보은성으로 임명된 ‘윤석열의 알박기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코레일유통 감사보고서를 확인하면 물음표도 따라붙는다. 보고서에는 코레일유통이 자랑하는 7000억원 매출의 절반 수준인 3389억원으로 공식 매출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3500억원이 넘는 매출 차이는 무엇일까?
감사보고서 주석에 공시한 코레일유통 계속영업 수익의 세부 명세를 보면 일부 궁금증이 풀린다. 즉, 상품, 광고, 지원유통, 임대, 기타를 포함해 총매출이 7091억원이고, 이 가운데 ‘매출 차감’ 항목으로 3532억원을 줄여 순매출액, 즉 손익계산서의 감사보고서의 수익으로 계상했다. 총매출 가운데 상품매출이 9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총매출에서 차감하는 ‘매출 차감’은 특정상품매출원가와 특정매입원가를 포함한 금액이다.
또한 감사보고서에는 회계감사에 적용한 회계 원칙을 설명하는 주석을 달고 있는데, 코레일유통이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 즉 매출의 인식과 관련하여 코레일유통이 거래 당사자가 아닌 공급자 대리인일 때에는 고객에게 판매한 금액에서 실질적 공급자에게 지급할 금액을 차감한 순(純)액을 ‘특정상품매출’ 항목의 수익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레일유통의 특정상품매출은 1분기에 4359억원이 아닌 982억원에 불과하다. 코레일유통은 2022년부터 K-IFRS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회계원칙에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도 포괄손익계산서의 매출액에 순액을 기준으로 표시했을 것이다.
다만, 상장 유통법인은 총매출액을 공시하는데 혼용하는 듯하다. 신세계와 한화갤러리아는 K-IFRS기준을 적용해 순액 기준으로 매출을 산정하고, 롯데쇼핑은 코레일유통과 같은 방법으로 주석에서 총매출을 공시했다. 코레일유통이 자기 영업이 아닌 대리 영업을 포함한 지표를 외형 홍보에 내세우는 것이 업계 관행과 다르다고 할 수는 없겠다.
기업이나 기업 CEO에게 외형 성장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대외적 평판은 물론, 기업의 외형 성장이 여러 경영진의 인사나 성과 보상에 연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 경영진은 다양한, 기왕이면 큰 외형 성장 지표를 관리할 동기가 있다. 코레일유통이 감사보고서에 명시한 회계 원칙과는 달리 대리인 영업이라 할 수 있는 특정상품매출을 포함한 총매출을 코레일유통 성장 기준으로 삼겠다고 회사 정책으로 추구하겠다면 어쩔 수 없겠다.
그러나 코레일유통이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버젓이 실질 순매출보다는 총매출을 1순위 기준으로 경영 성과를 공시하는 마당이므로 만일 정부가 코레일유통 경영평가를 총매출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면 총매출이 평가 기준으로 적정한지, 총매출이 경영진 성과 평가에 포함하면 KPI 및 비중 등도 재정경제부의 공공기관 경영 성과 평가 담당 공무원은 한번 따져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총매출 기준이 코레일유통의 발전이나 대국민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당연히 고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