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갑자기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험악한 시장으로 돌변했다. 블룸버그의 지적대로, 반도체 투톱 위주로 가뜩이나 쏠려 있던 주식시장에서 이들 투톱 종목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졸속으로 도입한 영향이 절대적이다.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이번 대폭락 사태는 한국 주식시장과 주식 투자자들에게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아픈 상처로 남을 게 틀림없다. 비록 7월의 마지막 하루를 세계 자본시장 역사에 기록될 대폭등 장세로 마무리했을지언정, 7월 30일까지의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대폭락만으로도 대공황급의 충격과 공포를 남겼기 때문이다.
7월 31일의 급반등을 빼고 나면 7월 30일까지의 증시 성적표는 29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의 월간 하락률을 뛰어넘을 만큼 최악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을 합한 시가총액만 33.2%가 감소했으며, 시가총액은 한 달 동안에만 무려 2473조원이나 증발했다.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3년 치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지난 5월 27일 한국 증시에 상장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핵폭탄 급 파장을 몰고 왔다. 가뜩이나 반도체 투톱으로의 쏠림 현상이 극단을 오가던 무렵이어서 폭발력이 배가된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미 반도체 투톱이 코스피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나들고, 이들 투톱과 강한 연계성을 보이는 종목들까지 덩달아 급등 추세를 보이면서 FOMO 현상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시가총액 1, 2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움직이는 두 배짜리 레버리지 상품이 쏟아지자, 단기간에 돈을 벌어보려는 자금들이 이들 초고위험 파생상품으로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26일까지만 하더라도 삼전·닉스 거래대금은 일평균 29.8% 수준이었으나, 5월 27일 이후로 순식간에 78.2%까지 수직으로 치솟았다. 코스피가 9000포인트를 오르내리던 6월 22일 이후로는 쏠림 현상이 더욱 극단적으로 변했다. 고변동성 3종 세트(삼전·닉스+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쏠린 거래대금이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93.5%에 이를 만큼 폭발했다.
반도체 투톱과 레버리지 파생상품에서 극심한 가격 변동이 일어나자, 이들 3종 세트에서 발생하는 변동률만 하루 65.2%에 이를 정도였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깜짝 등장은 한순간에 대한민국 증시를 가상화폐 시장보다 더한 극단적인 도박장으로 변질시켰다.
한국형 변동성 지수인 VKOSPI를 살펴보면 한국 증시가 얼마만큼 고위험 시장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당시 연간 평균 VKOSPI(26.40)에 비해서도 무려 2.4배나 높은 62.87이 올해 7개월의 평균값이기 때문이다.
한 번 불붙은 투자 열기는 웬만한 충격으로는 쉽게 가라앉지 않지만, 이번 상승 랠리는 극심한 변동성을 동반한 채 상승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특징을 갖는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 당시 VKOSPI 최고치(69.24)에 육박하는 변동성이 2026년 내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이다시피 금융위기보다 더한 극단적인 고변동성을 지닌 시장은 마침내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들에서 상한가가 속출하는 놀라운 장면까지 드러냈다. 폭락 뒤에 찾아오는 급반등이라고는 하지만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변동성 지수(VKOSPI) 역대 톱50만 살펴봐도 한국 증시가 얼마만큼 비정상인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인 50 거래일 가운데 무려 44차례는 올해 5월 27일 이후에 발생했다. 이토록 주식시장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카지노로 돌변했는데도 금융정책 당국자들의 현실 인식은 여전히 너무 안이해 보인다.
반도체 투톱을 비롯한 극소수 몇몇 종목으로만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식시장은 점점 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정부 정책이 바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었다. 붕괴에 가까운 투자 자금 이탈이 지속되는 코스닥 시장은 '반도체 투톱과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쏠리는 데 따른 부작용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양대 시장의 일일 변동률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만큼 극단적으로 튀어 올랐다. 주식시장의 변동률이 하루 2, 3%만 초과해도 변동이 심하다고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은 하루에 15% 혹은 17%까지도 변동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얼마만큼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한국 자본시장의 정상화는 그만큼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