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U’는 Restricted Stock Unit의 약자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실리콘 빅테크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장기 근속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한 주식 기반 성과보상 제도다. 즉, 성과나 근무조건 등 충족 시 그 보상으로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제도다. 경영 교과서에서 말하는 주식 성과보상의 본질 기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원칙인 현대 주식회사 제도에서 전문 경영인의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의 하나다.
이 RSU 제도를 국내에서는 2020년 대기업 최초로 한화그룹이 가장 먼저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RSU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달리 상법상 규제가 없다. 스톡옵션은 상법에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어 지분율 10% 이상의 대주주에게는 지급을 금지한다. 그러나 RSU는 법적으로 규제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경영을 세세손손 승계하는 재벌형 산업 구조에서, RSU는 승계 자금 조성에 적극 활용할 여지가 크다.
결국 한화그룹 RSU 도입의 최대 수혜자는 김동관 수석부회장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가 공시되자,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누적 RSU 주식의 시장가치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2020년 한화솔루션 사장 때부터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에서 받은 RSU 미지급 주식의 시장가치 평가액은 지난 14일 종가 기준 약 3165억원에 이른다. RSU는 대표이사가 받을 때는 주식 보상 부여 후 ‘제한기간 10년 내에 과거 성과에 대한 고의의 중대 손실 또는 책임이 미발생’하면 지급한다. 재벌 후계자의 사법리스크가 발생하는 사례가 왕왕 있는 점을 의식한 것일까? 평범한 시민이 보기에 이 조건은 황당하다. 어쨌든 김동관 부회장은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천문학적인 보상을 확정할 것이다.
문제는 대주주가 경영에 참여하고 보수는 물론, 무상의 주식 보상까지 받는 것이 공정하느냐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주회사 한화의 지분을 10.39% 가지고 있으며, 한화의 23.56% 지분으로 최대 주주인 한화에너지 지분을 50%나 들고 있다. 그는 한화와 한화에너지 지배주주로서 계열회사로부터 집중하는 배당을 챙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에너지가 이전에는 하지 않던 현금배당을 지난해만 1001억원이나 나눠줬으니, 대주주 김동관 부회장은 약 500억원을 수취했을 것이다. 또 한화가 같은 해 987억원의 현금배당을 했으므로, 김동관 부회장이 챙긴 금액은 약 99억원이다.
공시자료의 보유 주식 변동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0일 김승연 회장은 한화 주식 4.85%를 김동관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이날 시총 기준으로 증여 지분 시장 가치는 약 1646억원으로 추정되고, 50%에 해당하는 증여세는 800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결국 한화에너지의 배당은 김동관 부회장의 증여세 납부 재원 마련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한화그룹은 주식 성과보상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RSU 부여 절차를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내 모든 경영권을 지배하는 대주주 경영자의 이권을 약화하는 평가 및 의사 결정을 다른 임직원이 감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자사주로 취득한 주식이 대주주에 보상으로 지급되면, ‘제한한 자사주 의결권이 다시 살아나는 결과’이므로 RSU는 또다른 자사주의 마법을 시연한다.
결국 RSU는 최대주주의 ‘꿩 먹고 알 먹고’ 경영의 결정판이라는 생각이다. 대주주의 RSU 취득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RSU를 스톡옵션처럼 상법으로 제한하거나, 허용하더라도 포괄적 한도가 아닌 세부적 내용을 기준으로 주주총회 승인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