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총수 일가가 4% 미만의 지분으로 대기업집단 전체 지배”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오너가 되기 위해 모자지간, 그리고 남매지간에 지분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에 대기업의 지배구조 민낯이 그대로 노출됐는데요.
이들의 싸움을 보면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누나 조현아, 여동생 조현민(영문명:조에밀리리) 등 일가 각각의 지분 6% 남짓으로 그룹의 주인행세를 하려고 몸부림치는 모양새였죠.
이같이 고작 10%도 안 되는 지분으로 대기업집단의 주인행세를 하는 재벌 총수들은 비단 한진家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집단이 죄꼬리만한 지분으로 대기업의 오너가 돼 있는데요. 고작 1%대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를 가능케한 것이 바로 다단계식 순환출자 때문입니다. 예를들면 총수일가가 약 30%의 지분으로 A에 출자를 하고 총수는 A~D의 계열사를 만듭니다. 그리고 A→B→C→D→A 이런 구조로 서로 지분을 출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연결고리를 통해 총수일가는 강력한 지배력을 갖습니다. 이는 각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도와주는 구조이기도 하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진그룹이 이 꼴입니다.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결국 한진칼을 장악하는 사람이 한진그룹을 장악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조씨 일가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52%, 여동생 조현아 6.49%, 조현민 6.47%, 어머니 이명희 5.31%의 지분을 소유 중입니다.
외부에서는 그레이스홀딩스 15.98, 델타항공 10.00%, 대호개발 5.06%, 국민연금공단 4.11%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지분구조 속에서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조원태 현 회장의 연임건이 다뤄진다는 것이 조씨 일가를 불안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은 생전에 17.84%라는 최대 지분으로, 우호지분과의 합심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큰 흔들림이 없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건설이 계열사인 대호개발의 소유지분으로 통해 경영참가를 선언하면서 조씨 일가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바뀔 수 있는 것이죠. 즉, 주인이 바뀌는 것입니다.
한진그룹처럼 한 총수가 소수의 지분으로 거대 그룹의 주인행세를 하는 경우를 보면 기가 막힐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데요. 이재용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은 17.08%입니다. 고작 20%도 안되는 지분으로 삼성이라는 거대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죠. 물론 우호지분인 이건희(2.84%), 이부진(5.47%), 이서현(5.47%) 등 일가가 30.86%의 지분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인데요. 현대모비스 지분은 정몽구 회장 6.96%, 기아차 16.88%를, 기아차는 현대차가 33.88%, 정의선 부회장 1.74%를,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5.33%, 현대모비스 21.43%, 정의선 부회장 2.35%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가진 현대모비스의 지분 6.96%로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죠.
SK그룹도 마찬가지로 최태원 회장인 지주사인 SK의 지분 18.44%로,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지주사 LG 지분 15.05%,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역시 지주사인 롯데지주 지분 11.7%로 거대 그룹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주사 지분이 10% 이상인 총수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10%도 안 되는 지주사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하고 경우는 GS그룹 허창수 회장(4.75%),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7.41%), LS그룹 구자열 회장(2.5%)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반면 지주사 지분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총수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22.65%), 현대중공업지주 정몽준 회장(25.8%),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18.22%),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93.79%), 대림그룹 이해욱 회장(52.3%),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34.32%) 등입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59개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3.9%에 머물렀으며 총수는 고작 1.9%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4% 미만의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하여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죠.
1%대의 지분으로 거대 그룹의 주인이 되는 구조. 왜 재벌가들이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지 알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