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묵었다 아이가? 한국인삼공사, 왜 ‘공사’ 안 뺄까
상태바
마이 묵었다 아이가? 한국인삼공사, 왜 ‘공사’ 안 뺄까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5.20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영화 20년 지났어도 공사 명칭 고수, 부당한 프리미엄 효과 누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명칭 사용 중단·규제 공백 보완입법 제정 주문
/KGC인삼공사 홈페이지
/KGC인삼공사 홈페이지

한국인삼공사가 민영화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공사’라는 명칭을 유지, 타 경쟁사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선호되는 부당한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KT&G의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가 ‘공사’라는 명칭을 고수함으로써 소비자의 오인을 야기하고 새로운 경쟁 사업자들에게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공사’ 명칭 사용 중단 등 개선책을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은 또 정부가 추진한 민영화의 본래 목적 달성을 위해 더 이상 공사가 아닌 민간기업이 ‘공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규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 달라고 주장했다.

한국인삼공사는 2002년 민영화된 KT&G의 전신인 담배인삼공사가 1999년 인삼사업부를 분리해 세운 100% 자회사이다. 민간기업으로 전환했음에도 국가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기업이라는 의미를 지닌 공사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어 ‘국가가 인증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누리고 있다.

2007년 대법원은 ‘유사상호의 판단 기준에 관한 예규’에서 국가·공공단체와 관련 있다고 오인할 수 있는 사기업의 공사 명칭을 금지했지만, 이미 등기된 상호에는 적용되지 않아 한국인삼공사를 향한 경쟁사들의 불만이 높았던 ‘공사’를 떼라는 소송은 진행된 바가 없다.

국회에서 공사 명칭 규제가 논의되기도 하면서 한국인삼공사는 한때 ‘공사’ 명칭이 들어간 사명을 자사의 대표 브랜드인 정관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시장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한자문화권에서는 특성상 ‘공사’라는 이름이 들어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신뢰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1986년에 등록된 ‘정관장’ 상표는 일제 강점기였던 1940년 조선총독부 전매국이 중국의 짝퉁 홍삼과 고려삼이 범람하자 관청에서 감독한 진품이란 의미로 붙인 것이다. 재무부 산하 전매국·전매청에서 광복 후부터 1989년까지 생산 판매를 독점, 용어를 사용하다 한국인삼공사 민영화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면서 유명 브랜드가 됐다.

한국인삼공사의 ‘공사’라는 명칭은 공기업 시기 법령의 보호와 지원을 통해 획득된 것이어서 새로운 경쟁 사업자는 얻을 수 없는 기득권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삼공사가 ‘공사’라는 명칭을 고수함으로써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과 경제를 발전시키려 한 정부의 민영화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주권의 주장이다.

현행 법제는 개별 ‘공사’ 관련 법령에서 해당 법령상에 규정된 개별 공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만 규제하고 있을 뿐 ‘공사’ 일반에 대한 유사 명칭 사용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 대법원 등기 예규와 관련해 국가·공공단체 또는 그 소속기관 및 공법인과 관련성이 있다고 오인될 우려가 있는 상호에 대해 신규 등기 신청을 각하하는 것과 별개로, 기존의 등기에 대해서 문제 삼을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인삼공사가 ‘공사’ 명칭을 유지해 영업활동을 해도 현행 법령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삼공사가 국가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기업 의미를 갖는 ‘공사’라는 명칭을 고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법적인 책임 문제는 아니라고 사회적 인식과 규범에 따라 이러한 기업의 행태와 의도를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소비자 주권의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은 또 "한국인삼공사가 ‘공사’ 프리미엄이 아닌 경영 혁신을 통한 경쟁의 우위를 확보, 합리적인 소비자의 신뢰와 선택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