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저·지’ 나선 외국인, ‘2차전지’는 왜 던졌을까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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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저·지’ 나선 외국인, ‘2차전지’는 왜 던졌을까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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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굴리는’ 대한민국 증시, 이대로 괜찮은가(중)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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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하는 종목들은 몇몇 제한된 업종으로만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이른바 ‘반·차·저·지’, 즉 반도체(삼성전자·삼성전자우·SK하이닉스), 자동차(현대차·기아), 저PBR주(삼성물산), 금융지주사(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연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종목 리스트만 살펴보더라도 한국 증시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이 어떤 마인드로 접근하는지 금세 파악될 정도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공급 부족에 시달릴 만큼 폭증하고 있는 데다가, 국내 완성차 업체들 또한 높은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선전하는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만큼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해외의 다른 증시에서는 쉽게 찾아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전체 순매수 금액의 75.7%가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속한 5개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들 업종에 대한 투자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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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올해 집중적으로 사들인 이들 10개 종목은 올해 상반기 동안 예외 없이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가운데 불과 세 종목 정도만 제외하면 수익률의 크기 또한 국내 증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큰 편이다. 10개사의 합산 시가총액을 지난해 말과 비교해 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시가총액이 19.7%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만하면 시장 평균 수익률을 큰 폭으로 뛰어넘는 수익률임이 틀림없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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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올해 집중적으로 순매도한 종목들은 사정이 이와 정반대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여름에 폭등세를 보인 이후 끝 모를 하락세를 지속 중인 2차전지 관련주를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개사의 순매도 총액 가운데 무려 절반 정도를 2차전지 관련주가 차지하고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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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대거 내다 판 종목들은 대부분 올해 상반기에 극히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순매도 상위 10개사 가운데 메리츠 금융 지주(+41.8%)를 제외한 9개 종목이 모조리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순 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에서 예외 없이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올린 데다가,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무려 9할에 이르는 종목들에서 손실을 크게 줄이는 결과를 얻었다. 국내 증시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이 대체로 수익률 부진 때문에 악전고투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외국인 투자자들만큼은 국내 증시에서 상당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게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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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기간을 좀 더 크게 확대하여 2020년 이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최근 5년 동안의 성과를 살펴보면 어떨까. 지난 5년 외국인들의 누적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삼성물산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해가 바뀔 때마다(혹은 2, 3년마다) 순매수와 순매도 방향이 자주 엇갈렸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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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을 바탕으로 차트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은 다소 복잡한 그림이 나타난다. 지난 5년간 누적 순매수 규모가 큰 순서대로 살펴보면, SK하이닉스는 벌써 3년째 순매수를 지속할 뿐만 아니라 투자 규모를 점점 더 확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5년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으며, 순매수 규모도 해마다 크게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3년째 순매수하고 있는 데다가 올해 상반기에 사들인 금액만 하더라도 지난해 연간 순매수 규모의 2배에 이를 만큼 투자에 적극적이다. 반면 LG화학은 2020∼2022년 동안에는 적극적인 순매수를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2년 연속으로 순매도로 전환한 모습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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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의 매수/매도를 누적으로 합산한 그림은 아래와 같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사 가운데 삼성전자가 아래 그림에서 빠져있는 모습이 조금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그 까닭은 다음에 이어지는 외국인 순매도에 대한 설명과 그래프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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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지난 5년 동안에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어떤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을까. 뜻밖에도 POSCO홀딩스, 삼성전자우선주, 삼성전자가 톱3에 올랐다. POSCO홀딩스는 지난해 ‘2차전지 광풍’이 불어닥쳤을 때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POSCO홀딩스의 현재 시가총액이 대략 31조원 수준인데 지난 한 해에만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내다 팔았으니 지난 5년 합산 기준으로도 순매도 최상위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삼성전자 우선주와 삼성전자는 동학 개미가 주도했던 ‘10만 전자’ 바람이 외국인들의 매도 욕구를 크게 자극한 영향이 크다. 외국인들은 2020∼2022년 동안에만 삼성전자 우선주와 삼성전자를 무려 41조4125억원씩이나 아낌없이 처분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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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얼마만큼 과감한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래의 그래프를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3년 동안에 넉넉히 팔아치웠던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를 지난해와 올해 들어 다시금 폭풍 매수 중이지만, 그들이 지난번 10만 전자 깃발이 나부낄 때 팔아치운 물량이 워낙 대규모여서 아직도 그 당시 비워둔 바구니를 완전히 다 채우지 못한 상태다.(외국인들이 과거 3년 동안에 팔아치운 41조원을 다 채우자면 아직도 16조원은 더 사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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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들이 해마다 누적된 끝에 지난 5년 동안 외국인 순매도 리스트 최상단에 POSCO홀딩스와 더불어 삼성전자우선주, 삼성전자가 지금껏 굳건하게 자리 잡은 셈이다. 누적 순매도 상위 4위와 5위를 차지하는 종목은 NAVER와 카카오인데, 2종목 모두 외국인들은 최근 5년 중 4년씩이나 지속적으로 순매도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들 두 종목에 대중들이 그토록 열광했던 때가 과연 있기나 했던가 싶을 만큼 시장의 분위기가 너무 빨리 변해버린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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