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재편, 박정원 회장의 ‘신종 지배 강화’ 마법?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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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재편, 박정원 회장의 ‘신종 지배 강화’ 마법?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7.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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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일반 주주의 희생 속에 지배주주 ‘두산’의 지배력 강화하는 결과 초래
두산그룹 재편, 박정원 회장의 신종 지배 강화 마법?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두산그룹 재편, 박정원 회장의 신종 지배 강화 마법?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 11일 두산그룹이 구조 조정을 단행한다고 발표 및 공시를 한 이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며 시끄러웠다. 해당 발표 이후 지난 주말(19일)까지 관련 상장회사인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주가는 모두 하락, 시장은 두산그룹의 개편안에 호응한다고 보기에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라는 대형 호재에도 주가에서 읽히는 시장 반응은 애매하다.

자료 1. /출처=두산그룹
자료 1. /출처=두산그룹

두산그룹은 재편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46% 지분을 가졌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계열회사로 재편하고 상장을 폐지한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 영업이익의 96.7%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돈줄’(cash cow)이므로, 이 회사 계열관계의 변화는 두산그룹이나 두산그룹 관련 투자자에게 모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두산그룹의 주장은 사업재편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클린에너지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머신 ▲두산테스나가 담당하는 첨단소재라는 3개 부문으로 그룹사업을 재조정하고, 각 부문에서 향후 시너지를 추구한다. 특히 스마트머신 부문에서 두산밥캣은 산업용 장비의 로봇화를 추구하고, 중간 지주회사인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글로벌시장 기반을 이용해 판로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두산로보틱스는 연구·개발이나 인수·합병 등 두산밥캣의 이익, 현금 등을 통해 투자 자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두산그룹 차원에서는 훌륭한 자원 재배분 효과를 얻을 것임이 틀림없다.

자료 2. /출처=한국신용평가
자료 2. /출처=한국신용평가

사업전략과 자원 재배분 관점에서 두산그룹의 주장은 효율적인 점이 있다는 생각이지만, 다른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지적도 따른다. 두산밥캣 등 그룹 재편 관련한 관계사가 모두 상장회사이므로 당연히 일반 주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잘나가는 회사인 두산밥캣의 일반 주주들의 불만이 클 수 있다. 두산이 공시한 재편 과정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한 신설회사 소속 투자자산으로, 신설회사가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 뒤 두산밥캣 주주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모두 교환해야 한다. 이때 두산로보틱스 1주를 받기 위해 기존 두산밥캣 주식 약 1.58주(주식교환 비율 0.6317의 역수)를 내놔야 한다. 두산밥캣 주주는 상장 폐지뿐 아니라 두산로보틱스 환산 지분율이 약 37% 줄어드는 것도 감수해야만 하며, 이것이 불만이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보유 주식을 1주당 5만612원(7월 11일 종가 5만2000원)에 팔아야 한다. 두산밥캣의 일반 주주는 황당한 상황일 수 있다.

자료 3.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자료 3.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반면 지주회사 두산의 독보적 현금창출원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자료 1에 따르면 두산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이 30%,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지분율이 46%이므로 두산의 두산밥캣 실질 지분율은 13.8%(=30%×46%)였다. 하지만 사업구조 재편 이후에는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42%로 하락하지만, 두산로보틱스의 밥캣 지분율이 100%로 올라가므로 두산의 밥캣 실질 지분율은 28.2%나 상승한다. 결국 두산밥캣 일반 주주의 희생 속에 지배주주의 두산밥캣 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인데, 원인은 기업의 재무 상황에 비해 불합리한 주가에 근거한 합병비율 산정이 꼽힌다.

자료 4. /출처=두산그룹
자료 4. /출처=두산그룹

즉,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재무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인데, 이와는 반대로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두산밥캣의 50% 이상 프리미엄이 있었다. 또한 지주회사의 지분율도 두산로보틱스가 두산에너빌리티의 1.3배인 상황이 그룹 내 적자기업에 우량기업을 종속시킬 때 지배주주로 부의 재분배 효과가 일어나는 결과를 연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룹 재편에 대한 나이스신용평가의 평가는 명확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배당수익 기반 및 재무 대응력이 약화되고, 두산은 배당 기반 제고 및 두산로보틱스 지원 부담을 완화하며, 그룹 전체는 두산밥캣 지배력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대주주 처지에서 보면 이 같은 탁월한 아이디어를 낸 그룹 내 재무 전략 전문가를 칭찬할 만하다.

두산그룹 재편, 박정원 회장의 신종 지배 강화 마법?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두산그룹 재편, 박정원 회장의 신종 지배 강화 마법?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이번 두산그룹 재편 전략과 관련, 드러나지 않은 숨은 추가 전략이 잇따를 확률이 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관련 시행령과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과거 지배주주 지분 강화와 재벌 승계 전략에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던 ‘자사주의 마법’을 금지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 두산그룹 재편 전략은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했으나 자사주는 등장하지 않았다. 정부 방침에 호응했으며 두산의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은 감소(68%→42%)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숨겨진 치트키가 있을 수 있는데, 주목할 것은 두산이 보유한 자사주 지분이다.

두산의 자사주 지분율은 18.16%로 약 6106억원(7월 23일 종가 기준)이다. 이 자사주 지분 가치는 두산로보틱스 시가총액의 11.3%로 환산할 수 있다. 만일 두산 자사주를 자사주 매수나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와 주식교환이 이뤄진다면,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을 50% 안팎까지 높일 수 있다. 현재 입법 예고한 정부 규제를 우회한 새로운 자사주 마법이 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추가 전략을 선택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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