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위한 차등배당과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 등 밸류업 프로그램 아쉬워
한국앤컴퍼니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면서 중간배당에 나섰지만, 결국 조현범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실리만 챙긴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회사 측은 상반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주고 주가도 부양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오너 가족이 한국앤컴퍼니의 주식 76.79%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배당액도 해당 지분만큼 챙기게 되어서입니다. 이와 함께 현재의 지분 구도를 만들어낸 지난 3~4년 동안 계속됐던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 과정도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 한국타이어 물려받은 막내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는 2020년 조양래 명예회장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자신의 주식(23.59%)을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넘겨주면서 현재의 지분 구도에 이르게 됐습니다. 2020년 초만 해도 조 회장과 장남 조현식 고문이 각각 19.31, 19.32%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조 회장이 아버지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장악했죠. 4남매간 경영권 분쟁도 이즈음 시작된 것입니다.
현재 한국앤컴퍼니 오너가의 주식 보유 현황은 조현범 회장이 42.03%, 조현식 고문 18.93%, 조희원씨 10.61%, 조희경씨 0.18%, 조양래 명예회장이 4.41%입니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자녀들의 2차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다시 주식을 매수해 보유 중입니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이 조현범 회장에게 승계될 당시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0년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자회사인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을, 장남 조현식 고문은 한국앤컴퍼니의 부회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4월 조현범 회장이 배임 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실형과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받습니다. 이어 6월에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한국타이어 사장직은 유지한 채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죠. 향후 2, 3심 재판을 대비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그러나 조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승계 구도가 복잡해졌고, 조양래 명예회장은 급하게 결단을 내립니다. 자신의 지분 모두를 블록딜로 넘겨줌으로써 조현범 회장을 한국타이어의 공식 후계자로 지정한 것입니다.
◆ 조양래 회장에 성년후견 신청, 1차 경영권 분쟁
이후 조현범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경영권 분쟁이 계속됩니다. 장남 조현식 고문과 두 누이가 같은 편에서 조 회장을 공격에 나선 것입니다.
먼저 장녀 조희경씨가 2020년 7월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한정후견) 개시심판을 청구합니다. 아버지가 막내아들인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이죠.
이에 조 명예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경영을 맡겨 왔고, 그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면서 “몇달간 가족 간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가지 움직임에 대해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했던 대로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후 차녀 조희원씨와 장남 조현식 고문도 이에 동참합니다만, 2022년 4월 법원은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 신청을 기각합니다. 이렇게 조현범 회장의 완승으로 1차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린 셈입니다.
◆ 사모펀드 MBK와 지분 공개매수, 2차 경영권 분쟁
뒤이어 더 센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됩니다. 지난해 3월 조현범 회장이 개인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구치소에 갇히는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이후 11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현재까지 1심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이런 틈을 이용해 조현식 고문과 차녀 조희원씨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장악에 나섭니다. 공개매수를 진행해 총 지분 50.0~57.0%를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등극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조현식 고문 측과 MBK는 당시 공개매수를 성공하면 MBK에 이사회 과반을 넘기고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조현범 우호 지분이 경영권 분쟁에 참전하면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는 결국 실패합니다. MBK는 최소물량(지분 20.35%)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공개매수 응모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조현식 고문+MBK’의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확보 시도로 촉발된 2차 경영권 분쟁도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겁니다.
이에 더해 조 회장은 본인 42.03%와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 4.41%, 사촌형 조현상 효성 부회장과 큰아버지 조석래 효성명예 회장이 이끄는 효성첨단소재 0.75%, hy(한국야쿠르트) 1.5%에 이르기까지 총 48.69%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 한국앤컴퍼니 중간배당, 오너 일가의 잔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보통주 1주당 21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배당금 총액은 198억9081만원이며, 배당 기준일은 8월 14일이었습니다.
각 주주별 배당금을 보면 조 회장이 83억6000만원,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이 8억7700만원, 장남 조현식 고문이 37억6500만원, 차녀 조희원씨 21억1000만원, 장녀 조희경씨 1억6100만원입니다.
조 회장은 배당금뿐만 아니라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로부터 상반기 총 13억6500만원의 보수도 챙겼습니다.
한국앤컴퍼니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3635억, 영업이익 1248억원을 각각 올렸습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8.7, 180.1%나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단일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냈던 1분기의 매출 3472억원(전년 비 51.3% 증가)과 영업이익 1242억원(51.3% 증가)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중간배당까지 나섰습니다.
그러나 상반기 호실적에도 주가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한 채 저평가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실적 발표(9일)와 배당 발표(7월 29일) 이후에도 1만5000~1만6000원대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금융투자(IB)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앤컴퍼니의 최대주주이자 경영자인 조현범 회장은 실적을 빠르게 성장시키며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있다”면서도 “사법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기업 가치가 지속적인 우상향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다시 경영권 분쟁이 발현될 가능성이 분명 있을 것이다”라며 “형제자매들과 시장의 주주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ESG 경영을 보여주며 경영권 분쟁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중간 배당과 관련해서는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중간 배당을) 단행한 것을 높이 평가하지만, 결국 실익 대부분은 오너 일가가 차지한 만큼 주가도 이에 화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차등배당을 통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높이거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 등 다른 밸류업 방안도 같이 추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