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이호진, ‘10년 남매전쟁’ 찜찜한 승리보다 중요한 것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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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이호진, ‘10년 남매전쟁’ 찜찜한 승리보다 중요한 것 [이슈&웰스]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9.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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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 ‘차명재산 소송’ 2심 승소에도 배상액 줄어들자 대법원 상고
회사 망가졌는데 유산 분쟁 매달려… “12조원 투자 약속 청사진 내놔야”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태광 가문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이호진 전 회장과 누나 재훈씨의 남매간 분쟁이 10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친 이임용 회장이 작고한 시점(1996년)으로 따지면 벌써 28년째입니다. 그동안 유언 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 2019년 작고)은 유명을 달리했고, 이호진 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면서 경영권 공백이 발생해 한때(2018년) 36위까지 올랐던 태광그룹의 재계 순위는 현재 5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2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과 재훈씨의 유산 분쟁 2심 재판에서 양측 모두 결과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6-3부(이경훈, 김제욱, 강경표 부장판사)는 이 전 회장이 누나 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누나가 153억5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심 판결에서 책정한 금액인 400억원보다 금액이 크게 줄었기에 이 전 회장 측도 상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매 분쟁의 단초는 1996년 사망한 이임용 선대 회장이 남긴 유언에서 시작됩니다. “딸들을 제외하고 아내와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 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내용이었죠.

당시 특정되지 않았던 ‘나머지 재산’은 2010~2011년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이 선대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했던 약 400억원 상당의 채권과 주식이었습니다.

태광그룹의 자금 관리인은 2010년 10월 차명 채권을 재훈씨에게 전달했고, 2012년 반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훈씨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2020년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입니다. 이 전 회장은 해당 채권을 단독 상속한 후 자금 관리인을 통해 재훈씨에게 잠시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훈씨는 유언 내용이 무효라고 맞서면서 법원 판단으로 넘어간 겁니다.

이후 1, 2심 재판부는 모두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는데 법리적은 판단과 금액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1심에선 “선대 회장이 사망한 시점부터 이 전 회장이 채권을 실질적으로 점유해 왔고, 다른 상속인이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만큼 채권 소유자는 이 전 회장이다”라고 판결했습니다. 물론 재훈씨에게 맡긴 채권 규모가 400억원이었다는 이 전 회장의 주장도 사실로 인정됐죠.

2심 역시 채권이 이 전 회장 소유라고 판단했습니다. “유언에 그룹 경영권을 이 전 회장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위해 차명 재산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재훈씨가 보유한 채권의 규모로는 금융거래내역 등을 통해 명확하게 입증된 153억5000만원만 인정한다며, 이 전 회장에게 반환할 돈도 이 액수에 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태광그룹의 창업주 고 이임용 전 회장을 기억하는 재계 원로들은 남매간 분쟁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전 회장은 근검절약으로 재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입니다. 화려함보다 내실을 추구한다는 신념으로 번듯한 사옥 없이 국내 재벌 가운데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그룹을 일궈냈죠. 그가 남긴 ‘은행 이자는 휴일에도 불어난다’는 말은 아직도 재계의 여러 경영인으로부터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런 창업주의 기질과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이 전 회장의 전략가적인 면모는 선대 회장을 꼭 빼어 닮았다는 평가입니다. 이 전 회장은 2004년 42세의 나이에 총수에 올라 인수·합병(M&A) 등으로 금융과 미디어 분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기업 규모를 크게 확장했죠. 그러나 그는 2011년 회사 자금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고, 7년 만에 경영권을 내려놓게 되면서 아직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태광에선 이호진 전 회장이 수년간 자리를 비운 사이 그룹 실세로 행세하며, 경영권을 흔들려 했던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을 해임하는 사태까지 있었다”면서 “지금은 외부에 남매간 유산 분쟁에 매달리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나 보일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속히 경영에 복귀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2022년 말 발표했던 1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내놔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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