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에 횡령 의혹으로 화답한 태광 이호진의 ‘배은망덕’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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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사에 횡령 의혹으로 화답한 태광 이호진의 ‘배은망덕’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3.11.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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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태광은 1년 전보다 재계 순위는 52위로 4계단 주저앉았고 자산총액은 7230억원이 사라져 9조7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공정위가 감독하는 기업집단의 공정 자산이 8%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태광은 2017년에는 재계 순위 13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2011년 이후 오랫동안 이어진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태광그룹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할 수 있겠다.

주식회사 제도는 신대륙 발견 시대에 기업의 모험 자본 유치를 촉진한 제도다. 주주는 회사가 극도의 위험 감수를 하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투자에 전념하는 것을 인정한다. 아울러 주주는 기업활동에서 손실 위험이 발생해도 자본금 한도에서 유한 책임만을 진다. 즉, 주주는 위험은 제한하되 배당과 주가 차익 등 이익은 무제한으로 가지는 콜옵션 형태의 이익 패턴을 가진다. 이익 극대화와 위험 제한이라는 특징을 가진 주식회사 제도는 이익 극대화가 강조되며 자본을 축적하는 자본가의 보도(寶刀)로 정착한다. 자본축적과 국가 성장을 위해 국가는 산업 제도와 자본시장 인프라를 만들어 우월한 독점 지위와 자금 조달 특혜를 제공한다. 국가적 인프라 제공 대가로 국가는 법인세를 거두고, 이 세금은 소득세와 함께 국가 경영의 중요한 제원이 된다. 또 국가는 주식회사가 매출, 고용 등 경제활동과 차입, 채권 발행 등 재무 활동 등으로 금전에 기반한 광범위한 사회관계를 형성하므로 총수나 기업 관계자가 회삿돈을 쌈짓돈으로 오해하고 남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주식회사의 대주주나 기업 관련자의 자금 횡령과 조세 포탈은 자본주의와 국가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공정위가 감독하는 기업집단 명부에 태광 총수로 기록된 이름은 ‘이호진’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태광산업 관련 무자료거래로 421억원을 횡령하고, 약 9억3000만 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2011년 검찰이 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2012년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20억원을 이 전 회장에 판결했다. 이후 그는 7년간의 법정 다툼에서 ‘황제 보석이라는 논란을 일으키며 가뜩이나 불편한 대한민국 재벌 총수 이미지에 먹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회장은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가는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그의 출소 이후에도 태광그룹 사세는 쪼그라들었다. 다만 5년 취업제한 규정으로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 등장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국가가 자본가를 사랑한다는 심증을 확인하는 행운의 일이 생각보다 일찍 일어난다. 윤석열정부가 올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이 전 회장을 복권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재계 총수를 사면·복권한 근거는 ’경제 살리기’였다. 복권을 계기로 경영 일선 복귀를 준비하던 이 전 회장의 행보는 조급하고 거칠어 보였다. 그는 지난 8월, 24개 계열사 감사를 전격 실시하고 궐위 기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를 맡았던 김기유 티시스 대표를 해임했다. 두 사람은 롯데홈쇼핑 사옥 매입 과정에 갈등이 커졌다는 후문이다. 이 전 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신동주 편이며, 롯데홈쇼핑 인수전에서 태광과 롯데는 소송전까지 벌인 만큼 불편한 관계다.

한편 이 전 회장의 적극적 복귀 행보에 서울 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 수사대가 찬물을 끼얹었다. 광복절 특별사면 조치를 발표한 지 70일 만인 지난달 24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이 전 회장의 자택과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태광CC 등을 압수 수색한 것이다. 경찰이 내세운 혐의 내용은 태광그룹 임원의 허위 급여 지급·환수를 통한 비자금 조성, 태광CC의 골프연습장 공사비 대납, 계열사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이다. 이 전 회장이 허위 급여를 지시한 뒤 빼돌렸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으나, 태광그룹은 계열사 감사 과정에 포착한 내부 비리이며 이 전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혐의 사실 여부는 다퉈봐야 하겠지만, 불과 70일 전에 대통령이 복권한 재벌 총수를 같은 혐의로 다시 피의자로 만드는 것은 경찰청의 상당한 확신이 없으면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의 복권과 관련한 불쾌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훈식 위원이 지적한 내용인데, 이 전 회장 복권을 심의한 위원회에 당연위원으로 참석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의 배우자가 태광그룹 임원이어서 이해충돌 방지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이 전 회장 복권 이후 발생한 사건들은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를 희석하고 있다.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도덕적 해이가 진행형인 태광그룹 총수의 경영 복귀가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되고 정부 평판에도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필자의 걱정은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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