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구속’ 비상경영 SPC, 3세 분리승계 현실로?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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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구속’ 비상경영 SPC, 3세 분리승계 현실로?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7.16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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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수 부사장 신제품 론칭쇼서 공식 석상 등장… 계열분리 속도내나
변화와 혁신 내세웠지만…납득·인정할만한 노력과 변화 보여야 호응
오너 공백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SPC그룹의 승계 구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왼쪽부터)허진수 사장, 허영인 회장, 허희수 부사장.
오너 공백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SPC그룹의 승계 구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왼쪽부터)허진수 사장, 허영인 회장, 허희수 부사장.

황재복 대표에 이어 허영인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경영공백 사태를 겪고있는 SPC그룹의 형제간 승계 작업이 시작된걸까.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략총괄임원 겸 섹터나인 부사장이 지난 15일 배스킨라빈스가 구글플레이와 함께 AI를 활용해 개발한 신제품 ‘트로피컬 플레이’ 론칭쇼에 직접 나서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허 회장 구속 이후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1949년생인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어쩔수 없이 SPC그룹의 승계가 빨라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과 동생 허희수 부사장은 한 살 터울이다. 허진수 사장은 파리바게뜨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이끌고 있다. 해외에 550여개의 매장을 운영중이며 미국에 제조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희수 부사장은 외식 프랜차이즈 비알코리아와 마케팅 솔루션 섹터나인이 맡고 있다. 특히 2016년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와 안착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파리크라상에서 쉐이크쉑의 한국사업을 떼어내 신설 법인 빅바이트컴퍼니를 만들었다. 또 이에 앞서 새 사옥을 마련해 일부 계열사를 이전시키면서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게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빅바이트가 외식사업을 주도하는 허 부사장이 지휘하고 있는 비알코리아의 계열사로 편입될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현재 그룹 지배력 차원에서 보면 형인 허진수 사장이 허 부사장을 약간 앞서고 있다. 허 사장은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의 지분을 각각 20.20%와 16.31% 보유하고 있고 허 부사장은 12.7%, 11.94%를 갖고 있다. 허영인 회장이 2020년 허 사장에게 SPC삼립의 보통주 40만주를 증여하면서 허 사장으로의 승계 의도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허 회장이 장자 승계 원칙을 직접 밝힌 바 없고 형제간 지분율도 크게 차이가 안나는 상태여서 승계를 둘러싼 갈등보다는 계열분리를 통한 독립경영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브랜드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디지털 플랫폼과 AI를 활용한 마케팅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허희수 부사장이 외식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SPC그룹 내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있는 파리크라상의 지분이 전혀 없는 비알코리아를 허 부사장이 물려받고 비알코리아가 빅바이트컴퍼니와 섹타나인 등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종속기업으로 편입시키면 자연스럽게 계열분리가 가능하다. 비알코리아는 허영인 회장 외 3인이 66·.67%의 지분을, 배스킨라빈스 미국 본사가 나머지 33.33%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허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비알코리아 배스킨라빈스 부문과 섹타나인만 서울 도곡동 사옥을 마련해 이전하면서 장기적으로 계열 분리를 겨냥한 행보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허희수 부사장이 배스킨라빈스 신제품 론칭 행사에 직접 나서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허영인 회장 구속 이후 SPC그룹 총수 일가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현장 취재와 사진 촬영도 공식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이 비상체제로 운영되는 와중에 “차세대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브랜드 변화와 혁신을 실현하겠다”는 인사말을 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음을 알린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산업재해 단골 기업으로 지탄을 받아온 SPC그룹이 그동안 사고가 날 때마다 옹색한 변명으로 일관한 모습에선 어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반문이다. 허희수 부사장의 경우도 과거 씻을 수 없는 과오가 있다. 2018년 액상 대마를 밀수하고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고 풀려났지만 업무에서 영구 배제됐다가 슬그머니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허영인 회장이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영구 배제 조치하겠다고 한 약속이 유야무야되자 반향이 컸다. 공식 석상에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경영 영구 배제’에서 영구라는 말이 ‘꼭 영원히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변명한 바 있다.

해외 브랜드 국내 안착을 잇달아 성공시킨 허희수 부사장은 경영 능력에서 나름 성과를 이루고 있다. 또 나이에 비해 폭넓은 인맥과 관리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의 과오는 절대 어설픈 사과와 변명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는 노력과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부디 SPC그룹이 지난 과오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3세들의 경영’에선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뒤따라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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