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원 회장 재판 중인데… 상상인그룹의 ‘사채업 줄타기’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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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원 회장 재판 중인데… 상상인그룹의 ‘사채업 줄타기’ [이슈&웰스]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9.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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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부실 알면서도 삼부토건 인수 자금 대부분은 상상인그룹서 지원
‘우크라 테마’로 급등한 삼부, 주가조작 의혹에 급락하며 상폐 가능성까지
상상인그룹은 물린 자금회수에 비상… 일부 반대매매로 주가 하락 부채질
‘무자본 M&A, 주식시장 작전 세력 등에 여전히 자금줄 역할 반복’ 의구심
상상인그룹 금융사들이 삼부토건에 지원한 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 /그래픽=뉴스웰
상상인그룹 금융사들이 삼부토건에 지원한 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 /그래픽=뉴스웰

재무구조가 취약해져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무자본 M&A 세력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상인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영업방식이 논란이다. 특히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이 불법대출 혐의로 수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이 같은 영업형태를 지속하다 최근 거액의 자금이 물려 회수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삼부토건이 지난달 정정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상상인증권은 디와이디가 삼부토건을 인수할 때 삼부토건 주식 1000만주를 담보로 100억원을 대출해 줬다. 당시 디와이디는 500억원이 넘는 차입금 등 인수자금 700억원을 동원해 삼부토건 지분 1750만주(지분율 8.85%)를 확보했다. 디와이디는 이 가운데 1000만주를 담보로 상상인증권에서 100억원을 조달했다.

디와이디는 최대주주인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회장이 2022년 매각한 웰바이오텍에서도 400억원을 빌렸다. 또 지난 4월 삼부토건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120억원을 차입했다. 이때도 삼부토건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해 6월엔 상상인증권,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판코리아홀딩스로부터 300억원 규모 삼부토건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도 했다.

상상인증권은 디와이디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 2월에 2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공모발행할 때도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가 미매각 물량이 발생하자 디와이디 발행주식의 38.9%(3328만여주)에 달하는 신주인수권을 떠안기도 했다. 상상인증권은 이때 떠안은 BW 가운데 일부를 지난 3월 디와이디 계열사인 대양디엔아이와 품에자산운용 등에 넘기고 일부는 주식 전환해 디와이디 지분 8.11%를 보유하고 있다.

상상인그룹 금융사들이 삼부토건에 주식담보 대출로 220억, CB 인수에 300억, BW에 100억원 가량의 거액을 투입한 결과가 됐다. 사실상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인수 자금 대부분을 상상인그룹이 대준 셈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수년째 적자 폭을 키우고 있던 삼부토건 인수에 상상인이 FI(재무적 투자자)를 자처한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돌았다.

디와이디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재건 이슈로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하자 그해 6월 26일 삼부토건 주식 75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그런데 디와이디는 주식을 판 자금을 며칠 뒤 삼부토건이 진행한 3자배정 유상증자에 납입해 다시 지분을 확보하는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삼부토건 주가는 지난해 5월까지 주당 1000원선에서 횡보하다 우크라이나 건설 테마주로 꼽히면서 급등, 7월엔 장중 5500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급등락을 반복하며 내리막을 타고 있다.

삼부토건은 회계감사인(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지난달 16일 하루 거래 정지되기 전 종가 1054원을 찍은 뒤 이달 들어선 500원대까지 추락했다. 회계감사인은 삼부토건이 올해 상반기 결손금 규모가 2567억원에 달하고 단기차입금 규모가 1700억여원인 점 등을 고려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상장 폐지될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상상인그룹은 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삼부토건 주가가 이미 담보유지비율보다 턱없이 낮아진 상태인데다 삼부토건이 최근 CB 전환가격을 기존 1296원에서 1000원으로 조정했지만, 이미 주가가 전환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2026년 만기까지 기다리며 주가가 회복되기만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부토건이 상장폐지라도 된다면 자금회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등이 담보로 잡았던 삼부토건 주식을 지난 7월부터 8월 사이 반대매매를 통해 일부 자금 회수에 나섰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상상인저축은행 등이 담보로 잡았던 삼부토건 주식을 지난 7월부터 8월 사이 반대매매를 통해 일부 자금 회수에 나섰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상상인그룹은 최근 삼부토건과 디와이디에 대한 담보 제공을 해지하고 일부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이일준 디와이디 회장의 지분을 담보로 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담보 지분에 대해 반대매매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8일부터 20일까지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지분 11.49%가 장내 반대매매로 3.48%까지 줄었다. 이 회장의 디와이디 지분 8.47%도 2.11%가 반대 매매되면서 최대주주가 상상인증권으로 변경 공시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상상인증권이 보유한 디와이디 지분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 목적이라 최대주주 산정시 소유 주식 수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틀만에 최대주주 변경이 없다고 정정 공시를 낸 것이다.

상상인그룹 금융사들은 삼부토건 지분을 담보로 디와이디에 대출해주면서 160%의 담보유지비율을 명시했다. 보통 주담대의 유지비율은 130% 이하인 경우가 많은데 이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편으로 삼부토건 주식가격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위험성과 투기적 요소가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금을 빌려주고 수익을 내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상상인증권이 지난해 적용한 담보유지비율은 170%로 적시돼 있다.

상상인 금융계열사들은 300억원에 달하는 CB도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지난 7월 18일부터 8월 7일까지 절반 가까이 털어냈다. 행사가격 1296원에 1117만여주를 수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했다. 아직 150억원 가량의 CB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가(4일 종가 514원)가 전환가액(1000원)과 차이가 커 추가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 금융계열사들은 예전에도 부실기업에게 주식담보 대출을 실행한 뒤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로 잡은 주식을 대규모로 손절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상인그룹은 거래정지된 웰바이오텍과 엔케이맥스, 상장 폐지된 녹원씨엔아이 등에도 주식담보대출을 해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삼부토건도 상상인 금융사들의 반대매매, CB 물량 출회가 몰린 7~8월 사이 주가가 가파르게 내리막을 탔다.

업계 관계자는 “몇 해 전 논란이 됐던 상상인그룹 유준원 회장의 영업 방식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무자본 M&A 세력들이 관여한 기업의 경우 자금 입출입 공시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리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또 “이 과정에서 일부 세력들은 호재성 공시를 띄우고 매입한 CB 등을 주식으로 바꿔 수익을 챙기고 주가를 떨어뜨림으로써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보는 일이 잦은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유준원 회장은 금융계열사를 동원해 주가조작 세력 등에게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 회장은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코스닥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16~18%대의 담보 대출업(?)을 해왔다. 그는 상장사들이 CB를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허위공시 관련 상장사 전환사채가 총 623억원대에 달한다. 유 회장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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