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임종룡 우월감? 우리금융은 왜 금감원을 만만하게 봤을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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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임종룡 우월감? 우리금융은 왜 금감원을 만만하게 봤을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9.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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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대출 이어 보험사 인수까지 패싱 또 패싱… 임종룡 회장 측근 요직에 앉힌 뒤 ‘끝없는 논란’
‘모피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우월감? 금감원이 만만하니?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모피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우월감? 금감원이 만만하니?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9월 들어서도 손태승 우리금융 전임 회장의 부정 대출 사건이 가라앉지 않고 여전히 일파만파다. 우리금융그룹의 언론 대응을 보면 은행은 물론 금융지주도 부정 대출 사건이 한갓 작은 소동으로 알려지고 순식간에 잊히길 바랐겠지만, 현실은 그들의 희망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부정 대출 관련 검사를 추가 연장했고,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 검사를 전격적으로 당겨 다음 달 실시할 예정이다. 게다가 금융 범죄 전담인 서울남부지검도 압수 수색에 나서자, 제왕적 권력을 가진 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부정 대출 사건은 우리은행 담장을 훌쩍 넘어 사회적 공분의 벽에까지 다다른 형국이다.

이례적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우리금융지주의 행태에 문제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유는 우리금융그룹이 대놓고 감독 권한을 부정한다고 (또는 얕잡아 본다고) 금감원이 오해할 몇 가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우리금융 경영진이 지난해 부정 대출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있는데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보험사 인수를 결정하면서도 승인 심사 권한을 가진 금감원과 사전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0년간 금융회사에서 금감원 검사와 감독을 받아본 필자로서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금융그룹의 ‘금감원 패싱’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예전에 이런 짓을 했다가는 아마 ‘당신 간이 배 밖으로 나왔냐?’ 또는 ‘너는 목이 몇 개나 되니?’라는 소리를 반드시 들었을 것이다.

왜 우리금융지주나 우리은행이 금감원에 이런 도전적인(?) 행동을 했는지를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무성하다. 먼저 그들 처지에서 전임 회장의 부정 대출은 이미 저질러졌으나 세상에 알려지기 두려운 비밀이었을 것이다. ‘선관주의’ 의무가 금융업을 지탱하는 본질인 만큼 금융그룹 정점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금융지주 회장의 어처구니없는 만행을 우리금융그룹 구성원은 감당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게다가 전임은 물론 현직 경영진도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도 모른 척한다고 은행 주변에서 숙덕거렸고, 임종룡 회장은 취임 후 언론사 출신 연세대 동문 측근으로 홍보 임원을 교체한 뒤 우리금융그룹 관련 뉴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산하는 것을 그저 방치했다. 이를 목격한 우리금융그룹 구성원 모두 방관자가 됐고, 일부 애사심 깊은 직원은 ‘우리금융도 갈 데까지 갔나?’라는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을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이 금융 당국 보고 의무를 외면한 또 다른 이유는 경영 지배구조에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임종룡은 행정고시 24회 금융위원장 출신으로 NH농협금융지주에 이어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은 대표적인 ‘모피아’(재정경제부+마피아 합성어)다. 또한 현 경제부총리와 여당 원내대표 자리도 모피아가 장악하는 등 여러 배경이 검사 출신으로 금융산업에 첫발을 디딘 이복현 금감원장보다 상대적 우월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모피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우월감? 금감원이 만만하니?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모피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우월감? 금감원이 만만하니?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임종룡 회장은 자존심을 걸고 우리금융그룹 수익구조 다각화를 추진했는데, 간신히 우리투자증권 합병 설립 후 동양생명과 ABL 등 보험사 패키지 인수를 추진 중이다. 두 보험사 인수에 관한 이사회 결정은 지난달 27일이었으며, 일정으로 미뤄 올해 초 부정 대출에 대한 내부 징계 이후 인수 일정에 차질을 빚을 우려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 후 60일 안에 가부를 회신해야 하는데, 애초 승인 예정 기일인 다음 달에는 우리금융 정기 검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은행도 내부적으로는 조병규 행장의 연임이 부정 대출 은폐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지난 6월 180억원 횡령 사건에 이어 직접 보좌한 전임 회장의 부정 대출은 조병규 행장에게 어떠한 형태든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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