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은행 부정대출 조병규 등 ‘윗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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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리은행 부정대출 조병규 등 ‘윗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8.23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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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행장, 손태승 회장 시절 경영기획그룹 집행 부행장… ‘내부 고발 장치 기록’ 확인 필요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ESG 보고서에 자랑한 내부 신고제, 부정 대출엔 깜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ESG 보고서에 자랑한 내부 신고제, 부정 대출엔 깜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은행에서 금융그룹 회장이 연루된 전대미문의 부정 대출이 발생한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 열흘이 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우리은행의 부정 대출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년 9개월이나 계속됐다. 이 기간은 전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재임 기간은 물론 2023년 3월 취임한 현 임종룡 회장 재임 기간까지 2대에 걸쳐 발생했다. 사실상 금융그룹 최고 권력자가 연루된 부정 대출 사건임에도 손태승 전 회장은 물론 내부 통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임종룡 현직 회장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군다나 사건 발생지인 우리은행은 ‘횡령’이 아니니 큰 일 아니라는 태도마저 견지하고 있다. 더욱 기막힌 것은 금융감독 당국이 우리은행 공식 내부 통제 시스템이 아닌 외부의 ‘제보’를 받고 부정 대출 관련 검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너 나 할 것 없이 해당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대담한 도덕 불감증이 놀라울 따름이다.

자료1. /출처=금융감독원
자료1. /출처=금융감독원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정 대출은 친·인척 11개 차주가 연루된 것으로 ▲서류 진위 확인 누락 ▲담보·보증 부적정 ▲대출 심사 절차 위반 ▲대출 용도 외 유용 점검 부적정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했다. 이 가운데 특히 손 전 회장 처남과 관련한 부적절한 행태가 두드러져 사내외에 알려졌다. 손 전 회장의 처남은 일일 명예 지점장까지 사칭했으며, 이러한 부적절 행태는 여러 경로의 내부 고발로 이어졌다. 또한 권광석 전 은행장은 부정 대출을 손태승 전 회장에게 진언했고, 내부 경영진과 사외이사에게도 여러 경로로 전해졌으나 적절한 조치 없이 깊은 늪에 빠진 채 오늘에 이르렀다. 이때 내부 경영진에는 조병규 현 은행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2. /출처=우리은행
자료 2. /출처=우리은행

우리은행은 해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활동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지난 6월에도 부정 대출 관련자 징계까지 마친 우리은행은 어김없이 조병규 은행장 이름으로 지난해 환경(E), 사회책임(S), 지배구조(G)를 평가한 보고서를 자랑스럽게 공시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윤리·준법 경영’ 부문이다. 해당 내용에서 우리은행은 ‘윤리경영 위반 제보 및 처리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음을 홍보하고 있다.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이 제도는 검사 출신 수장이 지휘봉을 잡은 금감원이 2022년 말 국내은행의 기강을 잡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내부 통제 혁신 정책의 대안 가운데 하나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내부 직원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 등을 인지한 경우, 이를 즉각 준법 조직 등에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ESG 보고서에서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해 내부자 신고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부정 대출의 경과와 정황을 살펴보면 과연 이 장치가 작동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즉 부정 대출에 대한 익명의 내부 신고가 꽤 들어갔을 법한데, 우리은행은 이에 대한 조치를 상당 기간 지연했거나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시한 것으로 추측된다. 확신하건대 부정 대출에 대한 내부 정황을 파악하려면 이들 내부 고발 장치의 기록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이 장치에 기록이 없었다면 ESG 보고서의 내부 제보 장치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며, 우리은행의 ESG를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

자료 4. /출처=우리은행
자료 4. /출처=우리은행

ESG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임직원 부당 행위 및 부정 사실 제보를 위한 ‘우리 핫라인’을 홈페이지에 운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해관계자에 따라 ‘임직원 핫라인’ 등 3개 핫라인이 있다고도 명시했다. 그런데 필자가 약 30분 동안 직접 2~3회 재방문하여 검색했으나 이러한 제보 창구를 찾지 못했다. 참고로 필자는 금융회사에서 약 30년 근무했고 재임 기간에 고객 민원을 담당하기도 했으며, 홍보 경력도 10년 이상이다. 필자가 찾지 못했다면 일반인이 찾기는 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료 5. /출처=우리은행
자료 5. /출처=우리은행

ESG 보고서는 이사회에 대한 평가도 수록하고 있다. 지난해는 물론이며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은행 내부에서 우리금융 최고 권력자와 은행장의 묵인 또는 무관심으로 심각한 부정 대출이 진행했음에도 이를 감시해야 할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정상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즉 우리은행 이사회가 주주(또는 외부 이해관계자)를 대신해서 회사 경영을 견제하는 대리인 역할 수행에 문제가 발생하는 심각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제기될 수 있다. 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3회 열렸으나 부정 대출 관련 내용은 확인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평가 기간 중 부정 대출이 버젓이 진행되고 내부에서 회자하고 있었음에도 감사위원회는 오히려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의 적정성과 경영성과 평가 및 개선 등’에 관해 최우수로 평가했다. 과연 ESG 보고서의 해당 내용은 누가 어디서 검증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감사위원회에 관해 좀 더 자세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봐도 궁금증은 해소하기 어렵다. 감사위원회는 2022년과 지난해 ‘내부 통제 시스템 운영의 적정성’과 ‘내부 감시장치에 대한 감사’에 대한 평가를 매년 초 의례적으로 했고 ‘원안 통과’를 한 것으로 공시했다. ‘원안 통과’한 안건 세부 내용은 확인이 어렵지만, 과거 이사회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필자 소견에 부정 대출 등 내부 고발 등이 있었다면 ‘원안 통과’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사의 책임 소재 문제로 이러한 사안에는 격렬한 토론 흔적이 남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ESG 보고서에 자랑한 내부 신고제, 부정 대출엔 깜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ESG 보고서에 자랑한 내부 신고제, 부정 대출엔 깜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러한 모든 정황을 볼 때 무엇보다 부정 대출 관련 의혹의 한가운데에 조병규 은행장이 있다. 손태승 회장 시절 경영기획그룹 집행 부행장으로 권광석 전 행장의 부정 대출 관련 진언과 핍박의 현장 가장 가까이에 있었고, 은행장 취임 전후에 관련 첩보를 충분히 제보받거나 인지할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금융인의 명예와 본분은 버리고 행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소탐대실’의 교훈을 실천한 것이라면, 지금까지의 ‘모르쇠’ 태도가 이해되기는 한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문제는 끊임없이 뒤집고 흐려지는 ‘윗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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