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금감원 뒤통수 때린’ 우리금융의 ‘모르쇠’ 홍보전략, 임종룡 책임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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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감원 뒤통수 때린’ 우리금융의 ‘모르쇠’ 홍보전략, 임종룡 책임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8.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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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 후배 영입, 대형 사고엔 ‘쉬쉬’ 부정적 기사엔 ‘나 몰라라’… 결국 회사 평판 갉아먹어
우리금융의 슬기로운 ‘모르쇠’ 홍보전략에 임종룡 회장은 ‘얼음땡’?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금융의 슬기로운 ‘모르쇠’ 홍보전략에 임종룡 회장은 ‘얼음땡’?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깨끗하고 투명한 윤리 경영을 하겠다고 공언했던 우리은행이 ‘남다른 은행’으로서의 면모를 또 한 번 보여줬다. 금융감독원이 사상 초유의 전임 회장이 연루된 ‘부정 대출’ 사건을 발표하면서다. ‘지부작족’(知斧斫足). 공적자금을 투여해 우리금융의 목숨을 살린 국민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인데, 누가 들어도 기가 찰 이 사건을 우리금융은 당국에조차 함구했다. 더군다나 당국은 우리금융의 보고가 아닌 ‘제보’로 이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지혜로운 홍보전략’에 검사 출신 수장이 자리하고 서울남부지검과 함께 금융·증권범죄합동조사단을 꾸리며 금융질서 확립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 금감원도 한순간 바보가 됐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워졌다.

우리금융은 올해 1~3월 자체 검사로 은행의 부정 대출을 발견했으며, 지난 4월에 관련자 징계도 마쳤다. 이어 5월부터는 전임 회장 친인척 전체를 대상으로 자체 2차 검사까지 벌였으나 이 같은 사실을 함구했다. 이에 대한 우리은행의 해명은 ‘횡령’이 발생하지 않아 금융사고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검사와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에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 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선장이 자신의 배에 구멍을 내는 초유의 사건인데도 구멍 모양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니 배가 전복할 위험이 닥쳤어도 무슨 이유인지 기관원은 입을 다물었다는 얘기로 들린다. 결국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아닌 ‘제보’를 통해 부정 대출을 인지한 뒤 지난 6월 검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문제는 비록 전임 회장이 연루된 부정 대출 사건이지만(전임 회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현 임종룡 회장 재임 중에도 상당한 기간 부정 대출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부정 대출과 관련한 여러 흉흉한 소문이 은행 내부에 이미 널리 알려져 은행장은 물론 금융지주 회장도 이미 오래전에 인지했거나 인지해야 했는데, 우리금융은 상하가 모두 조직적으로 침묵을 지켰다는 점이 특이하다.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등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대형 사고에 금융그룹이 ‘선관주의’보다는 ‘법 기술자’로 대응하는 모습이 어제나 오늘 일은 아니어서 이번 우리금융 행태가 그다지 놀랍지만도 않다. 다만, 이번 사태로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우리금융의 홍보전략이다. 홍보 담당 임원을 지낸 필자 경험에 평판 악화를 불러오는 대형 사건이 벌어지면 홍보 담당 책임자가 전략을 수립하고 CEO에 건의한다. 보통은 금융업을 잘 이해하는 인력이 홍보를 담당하는데, 특이하게 우리금융은 지난해 4월 언론사 고위 간부 출신이면서 임종룡 회장의 대학 후배인 인사를 홍보브랜드 담당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우리금융은 대체로 상업은행이나 한일은행 출신들이 임원 자리를 놓고 격전을 벌이는 곳이어서 언론사 출신인 그의 존재는 특히 눈에 띈다.

우리금융의 슬기로운 ‘모르쇠’ 홍보전략에 임종룡 회장은 ‘얼음땡’?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금융의 슬기로운 ‘모르쇠’ 홍보전략에 임종룡 회장은 ‘얼음땡’?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신임 브랜드홍보 부사장의 등장 이후 우연인지 지난해 파생상품 대규모 손실과 이번 전임 회장 부정 대출까지 우리금융은 ‘모르쇠’ 홍보전략을 실행했다. 즉 대규모 이슈로 번지기 전에는 철저한 내부 입단속을 시행하고, 대규모 이슈로 비화하거나 금융당국의 인지 전까지 관련 이슈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다. 또한 ‘모르쇠’ 홍보전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함인지 우리금융은 이전과는 달리 언론사를 차등화하고, 특히 부정적 기사에는 귀를 닫는 언론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홍보전략은 오히려 우리금융 관련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금융 담당 기자들에게 우리금융 관련 정보 제공의 최적인 환경을 만들어 준 셈이다. 필자도 현직 홍보책임자 시절 ‘모르쇠’ 전략을 시행했다가 결국 회사와 CEO의 평판을 훼손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우리금융의 슬기로운 ‘모르쇠’ 홍보전략에 임종룡 회장은 ‘얼음땡’?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금융의 슬기로운 ‘모르쇠’ 홍보전략에 임종룡 회장은 ‘얼음땡’?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금감원은 금융 안정을 위해 상시 금융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데, 우리금융의 ‘모르쇠’ 홍보전략에 연속해서 ‘뒤통수’를 맞았다. 이에 향후 임종룡 회장의 우리금융에 대한 당국의 검사는 돋보기를 넘어 현미경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간신히 합병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의 첫발을 내딛고, 추가로 보험사 인수·합병에 나선 임 회장에게 ‘모르쇠’ 홍보전략이 약일지 독일지 두고 볼 일이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금융회사 최대주주 자격이 제한받기 때문이다. 임종룡 회장이나 우리금융은 잘못하면 금융업을 잘 모르는 ‘언론 기술자’를 믿다가 이도 저도 못 하는 ‘얼음땡’ 상태가 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물론 그 언론 기술자는 잠시 지나가는 ‘식객’에 불과하므로, 공적자금 수혈 이후 우리금융 임직원들이 한땀 한땀 쌓아올린 ‘우리 마음속 첫번째 금융’의 위상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에게 부담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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