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 사태를 인수분해 하면 ‘OOOO’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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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 사태를 인수분해 하면 ‘OOOO’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10.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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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려아연은 ‘자본시장의 봉’이 되나?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결국 고려아연은 ‘자본시장의 봉’이 되나?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고려아연과 영풍의 수십 년간 보기 드물던, 더욱이나 아름답다는 평가가 항상 따르던 ‘동업 관계’가 남보다 더한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먼저 영풍을 기반으로 한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을 기반으로 한 최씨 집안과 기업 찬탈 전쟁(공개적 방법인 공개매수)을 시작하자, 최씨 집안도 이에 맞서 수성을 위한 맞대응 공개매수에 참가하며 자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양 집안에서는 공개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사모펀드라는 외세까지 불러들인 양상이며, 소송과 고발도 서슴지 않고 주고받고 있다. 현재의 충돌은 고려아연 최씨 집안 시각에서는 성장의 굴레, 영풍의 울타리를 넘으려는 몸부림이며 영풍 장씨 집안의 배은망덕에 대한 배신감 및 캐시카우를 빼앗길 수 없는 현실적 이윤 동기가 원인으로 알려진다.

최씨와 장씨 양가 사정은 개인사이니 시시비비를 외부 사람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오지랖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대주주라는 자들의 이전투구가 회사 현실과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주식회사는 자본과 영업활동에서 수많은 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므로 주주 보호와 경제 질서 유지를 위해 회사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국가 경제의 기본법률과 제도로 이들의 활동을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시작된 양가 경영권 쟁탈 전쟁은 갈수록 점입가경인데, 그럼에도 양 당사자와 언론은 ‘장씨냐, 최씨냐’ 승자와 패자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

먼저 공격한 영풍그룹은 석포제련소를 통해 환경 오염과 직원 사망 등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경영과 기업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처지다. 이 영향으로 2021년 90만원을 넘었던 영풍 주가는 지난 11일 39만원으로 반토막 이상 하락했다. 게다가 영풍은 2023년 회계연도에 적자 전환했는데, 이렇듯 산적한 경영 개선 과제는 놔두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섰다. 반면 영풍에 대항하는 고려아연은 경영성과 면에서는 압도적 우위에 있다. 고려아연은 시가총액 16조원이 넘어 KOSPI50 지수 종목에 들어갈 정도로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을 중심으로 3세 경영이 시작되면서 2022년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시작했다. 즉 신재생 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자원 순환 사업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시동을 걸면서 영풍과 독자 경영의 길을 본격 추진했다.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원동력은 거대하게 쌓인 사내 투자 재원이었다는 것이 합리적 추정이다. 과거 오랫동안 고려아연은 미래 성장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을 억제하고 자기자본을 키웠다고 알려졌다. 즉, 회사이익이 발생하면 법정적립금 외에 ‘해외투자’와 ‘자원사업투자’ 이름으로 무려 6조6000억원(2024년 상반기 말)을 임의적립금으로 축적했다. 특히 최윤범 회장 등장 이후 이처럼 특별한 임의적립금 적립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최근 최윤범 회장은 마음을 바꿔 이 돈을 성장보다는 경영권을 지키는 데 쓰기로 한 것 같다. 최근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투자 재원과 관련한 가처분 소송을 제시했다가 기각당했다. 소송 주요 내용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한 ‘자기주식 취득을 위해 회사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다. 특히 ‘차입금과 임의적립금을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에 쓸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에 대한 2024.10.2. 결정’에서 영풍 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며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자료 1. /출처= 공개매수설명서
자료 1. /출처= 공개매수설명서

해당 가처분 소송 기각 결정에 힘입어 고려아연은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 자기주식 취득 목적의 공개매수를 추진한다. 그러나 최윤범 회장 처지에서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이러한 비상조치가 간절하겠지만, 이러한 조치가 경영 효율성 관점에서는 위법은 아니나 기업의 기회비용을 대폭 높이는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경영 효율성=최윤범 회장 경영권 유지’라는 등식은 아마 재벌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산업계에서만 가능한 상식이며, 경영 일반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특정 집안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회사 재원을 소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히 비효율적이다.

먼저 최윤범 회장은 성장을 위해 ‘해외투자’와 ‘자원사업투자’라며 배당을 억제하고 적립한 임의적립금을 자신의 경영권 유지에 쓰겠다고 선언했다(그럼에도 공개매수에 참가하는 사모펀드 이름을 ‘트로이카 드라이브’라고 붙인 점은 아이러니다). 주주 관점에서 적립금을 원래 목적대로 회사 성장을 위해서 사용할 때와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하는 때는 냉철히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취득 후 전액 소각해 주주 환원을 하겠다고 주주들에 환심을 사려하지만, 언제까지 주식소각한다는 기한은 없다(장기적으로 주주 환원 재원으로 자기주식을 소각한다면 그저 평범한 주주 환원 약속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주식 취득으로 회사의 저비용 투자 재원인 자기자본이 크게 줄어들므로, 성장 가능성(potential)은 위축될 것이 당연하다. 또한 자기자본 감소로 추가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외부 차입을 늘린다면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 급격하게 상승하며, 회사의 적정 기업가치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세계 경제 성장률의 기존 궤적을 이탈시킨 것처럼, 고려아연 성장에도 같은 양상의 부정적 효과를 줄 것이 틀림이 없다. 물론 애초 계획대로 임의적립금을 상장 투자에 사용하면 이런 기회비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자료 2. /출처=한국기업평가
자료 2. /출처=한국기업평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최윤범 회장은 약 3조700억원의 차입을 통해 자기주식을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이 공시한 상반기 말 부채총액 약 2조원의 1.7배에 해당한다. 자기주식 취득을 위해 차입하는 것이 법 위반은 아니라는 법원 취지이지만, 부채의 급증은 경영에 비효율적으로 작용한다. 한국기업평가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사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등급 하향 변동 요인으로 ‘투자 확대 등에 따른 재무레버리지 부담 상승’과 ‘지배구조 불확실성으로 인한 사업 및 재무안정성 약화’를 명시했다. 공개매수 후 차입이 크게 늘면, 이자 비용도 급증해 회사의 현재와 미래 이익은 물론 배당을 위축할 것이다. 결국 고려아연의 대규모 차입과 자기주식 취득은 미래 배당 재원을 줄여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는 것인데, 잠재 배당의 감소는 기본적 배당평가 모형에 의해 회사의 적정 주식가격을 낮춘다. 결국 이러한 경영 행위는 주주의 미래 배당 이익(income gain)과 주가 상승을 통한 자본 차익(capital gain)을 희생하는 것임을 주주나 투자자는 알아야 한다.

결국 고려아연은 ‘자본시장의 봉’이 되나?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결국 고려아연은 ‘자본시장의 봉’이 되나?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주식시장의 격언처럼 과거의 실적 그 자체가 미래의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고려아연의 과거 성과는 놀라웠으나 경영권 방어에 기업 미래를 방패 삼는 것은 크게 우려스러운 경영자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인간 행태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또 하나의 재벌급 기업 3세 경영을 위해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이 어떠한 것인지 주주나 투자자가 적어도 알고는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 산업이 기업가 정신보다는 재벌 문화에 관대하고 익숙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료 3. /출처=공개매수설명서
자료 3. /출처=공개매수설명서

이번 공개매수 사태를 인수분해 하면 기본 인수로 남는 것은 장씨 집안과 최씨 집안의 재산 분쟁이다. 그다음 이번 사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금융자본이다.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배임 혐의 중 하나는 자본 차입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위법은 아니라고 했지만, 경영 건전성 훼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신고서에 드러난 자금원의 금리는 은행이 변동금리 4.67%에서 고정금리 5.5%까지 요구하고 있고, 증권회사는 5.7~6.5%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들은 메리츠증권이 고리를 뜯는다고 비난하지만, 공개매수 자금을 대출하는 금융회사는 전반적으로 고려아연의 긴박성을 이용해 고금리 대출 기회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자본은 산업자본의 성공은 물론 불행에도 기생한다. 고려아연 사태는 경영권 공격자보다 방어자의 공격적 바이아웃(buyout)이 돋보이는 특이한 사례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는 방어자가 기업을 훼손하는 것을 ‘독약(poision pill) 전략’이라 한다. 결국 공개매수 후 고려아연에는 ‘승자의 저주’, 금융회사에는 ‘어부지리’가 될 확률이 높다. 고려아연 사태는 누구에게 봉이 될 것인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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