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다방’ 가맹점이 과반인데 CJ씨푸드·대상·풀무원과 비교
‘다(多)브랜드’ 전략 홍보하며 오히려 사업 리스크로 들어
희망 공모가격 밸류에이션에 ‘추가 할인율 적용’ 고려해야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5일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는 상장을 하기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금융감독원은 공시했다. 인수인을 맡는 공동 대표주관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추정한 희망 공모 가격은 2만3000~2만8000원이다. 하한가로 공모 가격이 결정된다면 76.69%의 지분율을 보유한 최대 주주 백종원은 지분가치로 2000억원대 주식 부자로 등극한다.
상장에 대비한 10분의 1 액면 분할 후 ‘500원’인 더본코리아 주식을 액면가의 50배 이상으로 만들기 위한 마술은 기본적으로 인수인의 기업평가와 희망 공모 가격 추정에 달려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더본코리아의 기업평가를 상대 가치 법으로 실시했다. 이미 상장한 유사한 성격의 기업 수익성과 시장평가를 상징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가중 평균하고 할인하여 상장 예정 기업의 적정 주가(희망 공모 가격)를 추정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것 같지만 대부분 분석을 담당한 인수인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더본코리아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장황한(?) 과정을 거쳐 선정한 유사 기업의 이익과 시장가격을 비교한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적정 주식가격을 추정했다. 그런데 최종 선정한 유사 기업이 CJ씨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였다. 아무리 정교한 과정을 거쳤어도 비교 유사 기업이 대형 식품 유통 회사인 점은 다소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본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기준 가맹사업 매출 비중이 약 84%이고, 다음이 유통 사업으로 13.7%의 비중을 차지한다. 적정 주가 산정에 중요한 유사 기업이 ‘더본코리아의 사업구조와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은 당연해 보인다. 왕왕 과학적 분석 절차를 너무 신뢰한 나머지 미신을 신봉하는 것처럼 엉뚱한 추정 결과를 맹신하는 경우가 있다.
현행 최종 공모 가격은 ‘수요 예측’에 의해 기관투자가의 평가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데, 출발점이 인수인의 희망 공모 가격이고 ‘적정 주가 평가’가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 또한 인수인을 맡는 증권회사가 기관투자가의 이해와 밀착할 개연성이 크다. 결국 정보 격차가 있는 공모시장에서 공모 이후 일반 투자자에 불리한 결과가 종종 발생함을 투자자는 유의해야 한다. 공교롭게 더본코리아 인수인을 맡은 공동 대표 두 곳이 얼마 전 상장 후 주가 폭락으로 기업공개 시장을 시끄럽게 만든 ‘파두’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점도, 더본코리아의 희망 공모 가격이 과다하게 후한 것은 아닌지 신뢰성을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더군다나 희망 공모 가격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것은 더본코리아가 자신 있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더본 코리아의 기업 정체성이다. 이미 언급한 대로 가맹점 매출이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더본코리아는 자신의 기업 정체성은 ‘외식 프랜차이즈’이며, 해당 산업에서 집중적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외식 프랜차이즈업종에서 ‘다(多)브랜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본코리아는 통계청에서 분류하는 8개 외식업종에서 7개 업종, 총 2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증권신고서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하며 폭넓은 외식업에서 경쟁력을 가진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신고서에 공시한 가맹점 현황을 보면 고개가 갸웃한다. 25개 브랜드가 있다고 하나 더본코리아 가맹점 수의 54% 이상은 ‘빽다방’이 차지하고 있다. 증권신고서 공시 기준 2917개 가맹점 중 무려 1594개가 이른바 ‘다방’이고, 다음으로 중식 브랜드 ‘홍콩반점’으로 가맹점 비중이 약 10%이다. 전체 브랜드 가맹점을 볼 때 증가 추세이면서 100개 이상 점포인 브랜드는 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20개에 해당하는 대다수 브랜드는 가맹점 수가 계속(또는 정점을 지나) 감소 중이다.
더본코리아는 아이러니하게도 다(多)브랜드 전략을 회사의 사업위험 가운데 하나로 들고 있다. 이 정도면 더본코리아 정체성은 ‘다방’ 업체라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싶다. 더본코리아의 다(多)브랜드 전략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특히 상대 가치 추정 대상 비교 기업과는 업종의 특성이 판이하다. 즉, 더본코리아의 사업구조(Business Model) 특성을 고려하여 희망 공모 가격의 밸류에이션(valuation)에 ‘추가적인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도 수요 예측 과정에서 투자자가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