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인 2014년 10월, 12만원대에 있던 주가가 이후 6년여를 줄곧 상승하여 코로나19 유행병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 2월 10일에는 100만원을 넘어서더니, 다시 3년 반이 지난 이번 달 23일 18만원대를 기록한 극적인 주식이 있어서 화제다. 얼핏 들으면 지난해 주식시장을 시끄럽게 했던 주가 조작 종목이거나 요즘 세간에 시끄러운 부실 상장 종목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상한 요인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고, 버젓이 코스피 게임업종 대표종목 중 하나이며 시가총액도 4조원이 넘는 종목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바로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우여곡절과 오욕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김택진’이라는 창업자는 변함없이 회사 경영권을 지켜왔다. 최근 오랜 경영 부진을 타개해 보고자 올해 3월에는 박병무라는 전문 경영인을 공동대표로 영입했지만, 엔씨소프트의 부진을 벗을 수 있는 대안은 아니라고 시장은 주가를 통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엔씨소프트 주가 추락은 한마디로 ‘과거에 얽매인 엔씨소프트 신작 게임은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게임 시장에서는 ‘리니지를 즐기는 아저씨’를 뜻하는 ‘린저씨’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게임들은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대부분 실패했는데, 지난달 28일 출시한 대작 <호연>도 기대를 처참히 저버리며 흥행에 참패했다. 엔씨소프트가 여전히 ‘린저씨’ 환상에 사로잡혀 있어 제대로 트렌드를 따르는 신작을 내놓기 어렵다는 평가다.
게임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 신작들의 흥행 참패 원인으로 트렌드를 무시한 ‘유사 리니지’ 게임 대한 고집을 지적하고 있다. 리니지의 게임 특성인 ‘성장’과 ‘전쟁 콘텐츠’를 통해 ‘무한 경쟁’과 ‘무한 결제’를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고 전성기를 구가한 엔씨소프트는 신작 <호연>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갔다. <나무위키>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게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집착을 빗대어 누리꾼들 사이에서 ‘개고기’ 식당이라는 밈(meme)이 퍼졌다고 전한다. 해당 밈은 ‘외국인은 질색하는데 나이 많은 게임꾼만 좋아한다’라는 뜻으로 리니지 유사 게임을 개고기에, 그리고 이들을 파는 엔씨소프트를 개고기 식당에 비유한 유행어다.
최근에는 ‘개고기 탕후루’라는 밈도 누리꾼 사이에 돌고 있는데, 본질은 개고기이면서 젊은이 취향을 도모한답시고 엔씨소프트가 탕후루처럼 만들어 기괴한 음식을 판다는 것이다. 이 밈은 지난해 12월 <쓰론앤리버티>(Throne and LIberty)를 발표할 때 만들어졌으며, 지난달 출시한 <호연>도 같은 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개고기 탕후루’는 이런 게임은 정말 수용하고 싶지 않다는 젊은 사람들의 심정을 표현하는 절실한 호소이며, 고령에 가까운 필자도 그 뜻을 알고 난 뒤 공감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진정한 MMORPG는 오직 리니지다!’라는 신념을 가진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말을 들으면 그가 ‘개고기 탕후루’의 주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비록 총수의 영향력도 무시를 못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총수의 이해관계를 자기 이익에 이용하는 조직원들도 견제보다는 동조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이유로 엔씨소프트가 ‘개고기 식당’에서 업종 변경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