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4년짜리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위기로 다가올까 [김경훈의 시네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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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4년짜리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위기로 다가올까 [김경훈의 시네노믹스]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2.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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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프렌티스’로 내다본 2기 트럼프 시대
영화 ‘어프렌티스’의 한 장면. /사진=누리픽쳐스
영화 ‘어프렌티스’의 한 장면. /사진=누리픽쳐스

냉전의 정점에서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할 무렵, 닉슨의 워터게이트 담화로 시작하는 <어프렌티스>는 시의성 때문에 마치 관음증적 호기심에 몸을 맡기고 영화를 보는듯한 긴장감이 있다.

영화의 제목은 ‘도제’(徒弟)를 뜻하는데, 트럼프의 마스터 즉 사부는 로이 콘이라는 검사 출신의 변호사이다. 로이 콘은 매카시즘이 횡행하고 있을 때 10대였음에도 그 선봉에 서 있었고, 그 후 핵무기 레시피를 유출한 혐의가 있는 과학자 부부를 기소해서 사형에 처한 검사 시절의 이력을 내세우는 법률 브로커이다.

트럼프는 부(父)나 형(兄)이 큰 타자(A)로서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메꿔주는 대상적 타자(a)로서 로이 콘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로이 콘이 실제로는 남성적 매력이 결여한, 과장된 남성성을 내세우는 허깨비 같은 존재임을 간파하고 스스로 트럼프 제국을 건립하는 환상 가로지르기가 이야기의 뼈대이다.

그는 친형과 달리 전혀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대부인 로이 콘과도 다르게 여성 편력을 즐기고 인종주의를 끝까지 관철하며 백인 남성의 아이콘이 된다.

달리 보면, 닉슨에서 카터, 그리고 레이건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로이 콘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몰락하는 과정을 조롱하는 것이 영화의 본질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선에 성공한 현재의 트럼프는 끝까지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프랑스 과학기술 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Actor-Network)을 들어 지정학적 군사·외교 전략과 경제 정책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그 당시 미국의 주적, 소련은 중국으로 환원된다. 트럼프의 월남전과 같은 지역분쟁에 대한 거부감은 고립주의 관점에서 더욱 깊어져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당시 일본 기업과 자본의 제2 진주만 공습이라고 불렸던 미국 내 부동산 쇼핑은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트럼프에게 근원적 배타심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트럼프의 플라자호텔에서 이루어졌던 플라자합의를 흉내 내서 제2의 플라자합의라는 시뮬라크르(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를 만들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의 돈키호테적 기질도 집권 2기에서는 공화당 주축 인력들의 참여로 당의 기존 정책과 맥락을 유지하는 형태로 유연해질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행위자-연결망은 온갖 시험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가며 유지 가능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로이 콘이 핵 레시피를 소련에 넘긴 과학자 부부를 처단했듯이 트럼프 또한 AI(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지켜내기 위해서 사법적 압박 또한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레이건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파나마에서 노리에가를 체포해 왔듯이, 펜타닐을 뿌리 뽑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캐나다나 멕시코 같은 주변 국가들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마침내 사용할 것이다. 이는 당연히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본질적인 의도가 병렬된 것이다.

영화 ‘어프렌티스’의 한 장면. /사진=누리픽쳐스
영화 ‘어프렌티스’의 한 장면. /사진=누리픽쳐스

그의 사부 로이 콘이 AIDS로 몰락한 후에는 좀 더 완벽한 큰 타자로서 레이건을 가슴에 새겼을 것이고 레이건을 능가하기 위해서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벌이고 있겠지만,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행위자-연결망은 트럼프 타워가 개관식을 하던 냉전 시대의 행위자-연결망과 비교할 때, 중심부와 주변부 역학관계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이라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를 대변하는 브릭스에는 러시아와 중국마저 들어가 있다. 이에 비해 서유럽·동아시아·북미 등 북반구 중심의 선진국 그룹은 언뜻 봐도 만월(滿月)과 같다. 이와 같은 전 지구적 중심축의 변화는 결코 트럼프에게 기후나 환경문제를 어필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AI 기술을 적용한 노동생산성의 무한대 상승은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이래 가장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더 이상 동아시아의 값싸고 근면한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점점 더 리얼하게 북미에 제조업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나토나 한·미 동맹, 쿼드(4개국 안보 회담) 등과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같은 무역기구 등과의 관계 혹은 행위자-연결망을 얼마나 훼손할지 두고 볼 일이지만, 트럼프식 고립주의에 기반한 무역전쟁은 이념과 경제적 이권이 교배된 수많은 하이브리드 동맹을 양산해 나갈 것이고 그것은 분열과 분쟁의 격화를 의미한다.

레이건·부시 시대의 파고를 넘어 세계화 시대에 무사히 착지할 수 있었던 우리가 트럼프·머스크 시대라는 격변기에는 기존 도심의 구성이나 역사적 구조를 무시하고 아파트나 대형 쇼핑몰 중심으로 신도시를 마구잡이로 지어댄 결과, 하이브리드 상권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구도심 상권과 같이 공멸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도시 구조와 마찬가지 양상이다.

트럼프의 등장은 분명 일시적으로는 전쟁 위험을 낮추겠지만, 무역전쟁이나 마약전쟁은 공급망을 비효율적으로 만들어, 과잉생산과 자원의 낭비로 기후 위협의 상단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열어놓은 것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그가 4년 단임 대통령이라는 것이고, 그의 초조함을 이용한다면 우리에겐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 있으니 외교 역량의 집중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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