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 현황을 발표했다. 사모펀드 수는 1137개로 총 약정액은 153조6000억원(이행액 117조5000억원)에 이른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란 경영권 참여, 사업 및 지배 구조 개선 등을 위해 지분 증권이나 메자닌 증권 등에 투자·운용하는 사모집합투자기구를 뜻한다.
이들 사모펀드는 펀드 가입자로부터 일반 금융 상품보다 고(高)투자 성과를 약속하며, 이에 상승하는 고(高)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감원이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 지역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투자금의 88% 안팎을 국내에 투자하며 대부분 수익을 여기서 얻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 과학기술 이외 굴뚝 산업에 80% 내외를 투자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첨단 산업 등 모험 투자보다는 경영 개선을 빌미로 먹을거리가 있는 국내 주요 기업을 영업활동 대상으로 삼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자본시장을 본 무대로 한다며 자랑하는 사모펀드 가운데 주요 GP(General Partner, 투자결과에 무한책임이 있는 재산 운용 담당 업무집행사원) 기준으로는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가 약 17조2000억, 한앤컴퍼니가 약 16조4000억원의 약정액을 기록하며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약정 대비 이행액 비중(약 76%)과 국내 투자비중 추세를 고려하면 연 1% 보수를 가정할 때 이들 두 회사는 연 1000억원 안팎의 수익을 올린다고 추산할 수 있다.
사모펀드 영업은 GP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부분 타인 자본 투자나 금융회사 부채를 일으켜 대리 투자하고 수익을 올려, 관리보수를 받거나 목표수익률 이상 성과 달성 시 초과 성과 보수를 받는 비즈니스이다. GP로서 전문성과 평판은 이들 영업에 생명줄이다. 이런 측면에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한앤컴퍼니 한상원 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둘 다 하버드경영대학원 MBA 출신이고 또한 두 사람 모두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다.
김병주 회장은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뒤 세계적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한상원 회장은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 한국 대표와 PE 아시아 CIO를 지낸 경력을 가지고 있어 외국계 금융회사와 사모 펀드에서 경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4년 한국 자본시장이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를 도입하자 MBK는 2005년 창업했고, 한앤컴퍼니는 2010년 창업했다.
국내에 등록한 사모 펀드의 1, 2위의 지배주주가 아주 유사한 배경을 가진 것은 특이할 만하다. 그러나 이들 학력, 근무 경력보다 주목할 부문은 대한민국 경제에서 매년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이는 이들 두 회장이 모두 미국 국적을 가진 대표적인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자산의 소유권을 존중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소유자의 정체성은 아주 중요하다. 결국, 이들이 소유한 부는 소유자의 주소지로 갈 확률이 아주 높다. 이를 두고 우리는 ‘국부 유출’ 이라 한다.
또한, 이들이 미국인인 만큼 한국과 미국 경제의 이해가 상충할 때 어느 곳의 이익을 선택할지는 자명하다. 즉, 한국의 부가 미국의 부로 이전하는 결과가 미국의 이해와 일치하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미국을 위대하게’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처럼 보수화가 강력해지는 미국이므로 이들의 국적이 꺼림칙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