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 4000을 넘어 5000포인트를 넘보던 국내 증시가 잠시 주춤하는 형국이었다.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조정을 거치는 게 당연하다 싶지만, 하락 양상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미국발 AI(인공지능) 버블 논란이 비트코인과 금값 폭락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가, 올해 대한민국 증시 강세장을 주도해 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대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원/달러 환율마저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급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외부 요인 말고도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FOMO(Fear of Missing Out·나만 돈 못 번다는 공포) 심리 확산으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지나친 과잉 매수 움직임이다. 더구나 신용융자 잔액마저 어느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서, 증시가 추가적으로 조정을 받는다면 대규모 담보 부족 사태가 재발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먼저 원/달러 환율 움직임부터 살펴보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조치 당시보다도 더 높은 수준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흐름이다. 올해 10월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수 행진을 펼쳤음에도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였는데, 향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추가적인 자금 이탈 여부에 따라 추가적으로 상승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계속 제기되는 모습이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주말 기준으로 25조7815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폭등 장세에서 소외감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 식으로 급등주를 좇아 무분별하게 달려드는 흐름이 부쩍 증가한 모습이고, 그럴수록 신용잔액도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중이다. 과거에도 신용잔액이 급팽창한 이후에는 매번 어김없이 가혹한 청산이 뒤따랐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네 단어인 "This time it's different"(이번만큼은 달라)라는 증시 격언을 다시금 떠올릴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조 단위에 이르는 엄청난 주식을 폭풍 매도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만 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간 기준으로 3년째 순매수 상태였으며, 2023년 이후 누적 순매수 규모만 19조4090억원에 달했다. 어쩌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7월까지 기록했던 누적 순매수 규모까지 왕성하게 국내 주식을 계속 사들일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그러던 외국인들이 11월에 접어들면서 단 일주일 만에 7조2979억원 순매도로 돌변했다. 하루 평균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도 아닌데 이 정도로 대규모 순매도를 보이는 건 극히 이례적인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폭풍 매도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순매수 상태를 순매도 상태로 전환시킬 정도로 대규모다. 최근 2년 10개월 동안 19조4090억원 순매수 상태였으니, 무려 34개월 동안 차곡차곡 순 매수한 금액의 37.6%를 단 일주일 동안에 팔아치운 셈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벌써부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늘려잡는 식으로 폭락 증시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마저 보도되고 있는데, 극히 위험스러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전 국민의 노후가 달린 연금 보험금을 '수익 극대화' 목적아 아닌, 일시적인 증시 급락을 방지할 목적으로 투입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의 투자주체별 주식 순매수 추이를 살펴보면, 국내 주식 매수 기반이 얼마만큼 취약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주로 ETF와 연계된 금융투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니면 국내 주식을 사들일 만한 뚜렷한 매수 주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둘을 제외하면 2023년 이후 3년 가까운 기간 연기금과 기타법인(자사주 매수 목적)이 고작 5조원 안팎으로 주식을 사들였을 뿐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지난달까지 2년 10개월 동안 무려 25조1643억원을 매도했다가 이번 달 들어 돌연 '외국인의 폭풍 매도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 폭풍 순매수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5월부터 6개월 동안 무려 26조9062억원을 거침없이 팔아치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실로 놀라운 태세 전환이 아닐 수 없다. 기다리던 조정을 이용해서 차분하게 저가매수하는 게 아니라 FOMO에 따른 공포감을 못 견뎌 충동적으로 매수하는 움직임이 아닐까 극히 우려스럽다. 주가 수준이 낮을 때 폭풍 매도하다가 주가가 더욱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다음에 높은 가격에 폭풍 매수하는 움직임이 성공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다음은 투자주체별 2023년 이후 지난 주말까지의 매매동향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순매수 흐름이 강한 투자주체는 금융투자 > 외국인 > 연기금 > 기타법인 순이다. 순매도가 두드러지는 투자주체는 개인 > 사모펀드 > 은행 > 투신 > 보험 순이다. 금융투자를 제외하면 국내 주식을 사줄 만한 투자자는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들 말고는 거의 없어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이 과연 언제쯤 외국인 투자자들의 먹잇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재산 증식의 터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떨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