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벡스 지분 매각’ 정지이 전무의 깜짝 행보, 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현대무벡스 지분 매각’ 정지이 전무의 깜짝 행보, 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6.02.27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금 유동성 확보’ 목적, 다음 달부터 한 달간 보유 주식 80% 내놔
‘현대무벡스 지분 매각’ 정지이 전무의 깜짝 행보, 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현대무벡스 지분 매각’ 정지이 전무의 깜짝 행보, 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현대그룹 후계자로 유력한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이례적인 깜짝 행보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무벡스 주가가 최근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정 전무 보유 지분을 장내 매각한다는 계획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자료 1./출처=네이버증권
자료 1. /출처=네이버증권

현대무벡스 주가는 지난해 최저가 4310원에서 올해 1월 1069%나 오른 5만400원까지 급등했다. 물론 이재명정부의 공약인 대한민국 증시 5000포인트 돌파 기대감에다 세계적 투자 트렌드인 공장 자동화, AI, 로봇 등과 현대무벡스 사업 모델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이었다. 이런 현대무벡스가 주가 급등 후 변동성으로 거래소의 투자 경고, 매매 정지, 공매도 과열 등 조치로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졌다.

자료 2./출처=금융감독원
자료 2. /출처=금융감독원

지난 12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장녀이면서 현대무벡스 미등기 상근 임원인 정지이 전무는 보유 지분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보통 주가가 불안정할 때 지배주주나 임원은 주가를 안정시키거나 지지하려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정 전무는 현대무벡스 주가가 고점에서 하락하자 차익 실현을 할 수 있는 매도를 선언했고, 오히려 주가 불안을 가중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정 전무는 현대무벡스 주식 4.02%(447만2473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다음 달 16일에서 4월 14일 사이에 보유 주식의 80%인 357만7978주를 매각한다. 이에 따라 정 전무가 거래 목적으로 밝힌 현금 유동성 확보는 1072억원에 달한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이다.

정 전무가 거래 목적으로 기재한 현금 유동성이라는 표현은 주로 기관투자자가 부채 상환이나 다음 투자 포지션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조달 등을 할 때 사용한다. 즉 개인인 정 전무가 적지 않은 현금을 마련해서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음 재무 계획을 위한 특정 사용처가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현재로는 현대그룹 승계자로서 정 전무의 입장이나 지주회사인 현대홀딩스컴퍼니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취약한 지분율(20.13%)을 고려할 때, 지배구조 공고화를 위한 지분 추가 매입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정지이 전무가 손에 쥘 1000억원 넘는 돈의 정당성에 대한 대중의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늘날 삼성그룹을 장악한 종잣돈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인수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종잣돈을 키워 2차 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합병을 거쳐 3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이어지며, 곱이곱이 수많은 사법 리스크와 옥고를 치르고 난 후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의 지배주주로 자리를 굳혔다. 또한 최종 삼성물산 합병을 가능하게 한 추동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급등이었다. 뜻밖의 주가 상승으로 거액을 손에 쥔 정지이 전무가 이를 종잣돈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이제 두고 볼 일이다.

자료 3./출처=현대무벡스
자료 3. /출처=현대무벡스

정지이 전무가 대박을 맞은 경위를 보자. 현대무벡스는 2011년 설립해 2017년 현대엘리베이터에서 물류 자동화와 PSD 사업을 양수하고, 2018년 현대유엔아이와 합병한 이후 2021년 스팩(SPAC)과 합병하며 코스닥에 상장했다. 정 전무는 2006년 현대유엔아이 전무를 거쳐 2019년부터 현대무벡스 전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이 정 전무 주변에서(또는 주도해서) 착착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에 최근 현대무벡스 주가 급등이 화룡점정이었다.

자료 4./출처=현대무벡스 감사보고서
자료 4. /출처=현대무벡스 감사보고서

정 전무는 2014년 당시 현대유엔아이 지분 7.8%를 보유했었다. 같은 해 1월 1일 기준 보통주 자본금이 약 50억원이므로, 정 전무의 지분 가치는 3억95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유엔아이가 현대무벡스와 합병하고 SPAC 상장한 뒤 현재 현대무벡스 지분 4.02%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정 전무는 이미 2006년 전무급 임원으로 근무했으므로 초기 투자금은 급여 등으로 본인이 마련했다고 가정하면, 정 전무의 투자수익률은 1220억원에 매각할 경우 30배인 약 2988%에 달한다.

자료 5./출처=네이버증권
자료 5. /출처=네이버증권

여기에 현대그룹의 유력한 승계자인 정지이 전무가 그룹 핵심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아닌 현대무벡스에 몸담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이 0.35%에 불과한 것도 적잖은 논란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지이 전무가 현대엘리베이터 대신 현대무벡스의 지분을 투자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지난해 저점부터 올해 고점까지 현대무벡스는 1069% 상승했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202% 상승했다. 현대무벡스를 선택함으로써 5배 이상의 투자 수익률 상승을 결실로 거두었으니, 다시 말해 대박이 났다고 할 수 있겠다. 본인의 선택인지 그룹 설계자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탁월한 선택임은 틀림없다.

어쨌든 정지이 전무가 부모덕에 일찌감치 임원이 되었고, 다니는 회사에 출자해서 대박이 난 투자였으니 일반인이 시늉하기는 어렵다. ‘금수저는 투자수익률도 정말 남다르다’라는 위화감으로 정지이 전무의 대박 투자 수익률에 대해 대중이 정당하다고 평가할지 의문이다. 이재명정부의 자본시장 디스카운트 해소의 수혜 규모가 일반인보다는 지배주주 등 부자에게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사례라는 생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