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종가 기준으로 80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에 8000 고지를 넘어서면 한국 증시가 과연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급변동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상승했던 증시는 8000포인트에 다가설 때마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절호의 매도 기회로 여기는 투자자들과 여전히 배가 고픈 투자자들 사이에 격렬한 매매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3 조기 대선이 끝나자마자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한 코스피는 이미 과거의 기록들을 아득히 멀리 벗어나고 있다. 상승 랠리를 시작한 지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에 달성한 기록치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상승세다. 과연 이런 상승세가 얼마만큼 지속 가능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 한 번쯤 차분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상승 추세가 지속하기 어려울 만큼 과열권이라는 사실은 '거래대금' 하나만 살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한국 증시 역사상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열흘 가운데 무려 7할이 이번 달에 쓰여졌다. 적게는 65조원에서 많게는 88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거래대금이 대부분 지수 7500∼8000P 사이에서 이뤄졌다. 2023년 7월 국장을 새까맣게 불태웠던 2차전지 불꽃쇼 당시 기록했던 엄청난 거래대금(62조8294억원)조차도 역대 12위로 저만치 밀려날 만큼 이번 상승장의 열기가 뜨겁다.
이번 상승장세는 시가총액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세계 6위까지 올라서면서 무려 7000조원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해 온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보유 규모 또한 2600조원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말 국내 증시 합산 시가총액이 고작 2593조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1년 전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에 해당하는 규모의 주식을 외국인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5월 말에 비해 외국인 보유 주식은 1859조원이나 불어났고, 이 금액은 같은 기간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 증가분(4481조원)의 41.4%에 해당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만 하더라도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 규모는 146조원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8년도 채 지나지 않아 외국인 보유 주식 규모는 17.8배나 불어난 셈이다. 해당 기간 전체 시가총액도 약 13.5배 증가했지만, 이 수치에는 신규 상장 종목들이 대거 포함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동향에 대한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로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81조669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요소까지 고려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과가 더욱 놀랍다.
이토록 막대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주식을 대거 내다 팔고 있어서 시장 참여자들의 고민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3년 초부터 지난 주말까지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을 분석해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단순한 차익 실현 정도로 가볍게 여길 수준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4년 동안 한국 주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처분한 투자 주체도 단연 외국인이다. 그 뒤를 이어 사모펀드와 연기금이 순매도 2, 3위를 기록 중이지만, 외국인들의 매도 규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토록 대규모로 쏟아내는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 대부분을 사실상 개인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에서 폭풍 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외국인들에게 자본시장을 개방한 1992년 이후로 상승장의 마무리는 언제나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실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외국인의 대량 매도는 대체로 개인투자자들의 대량 매수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진행 중인 '역대급 상승세' 또한 과거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번 상승 랠리가 시작된 지난해 6월 이후로 올해 5월 22일까지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주가가 상승하면 할수록 더욱 거센 매물을 쏟아내는 반면, 개인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에서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매물을 다 받아마시는 형국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올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가장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도해 오다가 2월부터 돌연 폭풍매수에 나선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
기관들 전체로는 지난해 9월 이후로 51조814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해당 기간 금융투자에서 86조6353억원을 순매수한 점을 감안하면 '금융투자를 제외한 기관들'은 실제로 34조8213억원을 순매도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